변해가는 도시 만나러 오늘도 ‘산책 버튼’
이다의 도시 관찰일기-이다 지음
2025년 07월 11일(금) 00:00
이다 작가의 도시 관찰은 변해가는 도시를 기억하고 만나는 과정이다. 도시를 산책하다 만난 청과 가게를 그린 삽화. <반비 제공>
작가이자 일러스트레이터 이다의 책은 언제나 기대를 저버리지 않는다. 세상을 보는 따뜻한 시선과 웃음, 뭉클함이 함께하는 그의 글과 그림은 사람을 끌어당긴다. 그가 100% 손으로 쓰고 그린 여행 노트 ‘내 손으로, 시베리아’를 읽고서는 한 번도 생각하지 않았던 시베리아 횡단열차를 타고 싶다는 마음이 들 정도였다.

신작 ‘이다의 도시 관찰 일기’ 역시 ‘이다만의’ 독특한 스타일이 담긴 책이다. 전작 ‘이다의 자연 관찰 일기’를 통해 새와 꽃, 나무 등을 만났던 저자의 시선이 이번에는 ‘도시’로 향했다. 그는 “자연을 관찰하다 궁금한 것은 도감을 보면 조금은 알 수 있지만 도시의 경우 발견한 어떤 미스터리를 스스로 추리해야하는데, 그게 바로 도시관찰의 재미”라고 말한다.

때가 되면 ‘산책 버튼’이 눌러지는 저자는 매일 집을 나서 1시간 정도 산책한다. 어딜 갈지, 뭘 원하는지 잘 모르지만, 매일 나오다 보니 작은 변화도 눈에 잘 보이고 그 변화들은 이야기가 된다. 그는 “밖으로 나서 관찰하면 관심이 생기고, 관심이 생기면 이해하고 싶어지고, 그렇게 내가 좋아하는 이 세상을 조금씩 알아가고 싶어” 길을 나선다.

관찰의 전제는 대상을 판단하지 않는 것. 옳고 그름과 좋고 나쁨을 따지면 그건 사찰이 되기 때문이다. 그가 도시에서 관찰한 것들의 목록은 흥미롭다. 경고문, 주차금지 설치물, 의자, 화분, 쓰레기, 빌라, 나무, 꽃, 상가건물, 가게, 간판, 버스 등이다.

치질 전문 병원 ‘위대항 의원’ 간판, ‘이곳에서 일하는 부족한 소인은 여러분의 신발을 소중히 생각하고 정성을 다해 일하고 있습니다’라는 구두 수선집 안내문, 주차하려는 자와 주차를 막으려는 자의 놀라운 창의력을 만나는 주차금지 설치물 등 도시에서 발견한 것들은 그만의 독특한 그림체로 책에 등장한다. 압권은 버스 내의 좌석을 세세하게 분석한 ‘버스 명당 분석도’로 버스를 탈 때 유용하게 이용할 수 있다.

이다의 관찰 장소는 주로 서울이지만 오래된 문방구와 청과물 가게, 수많은 정보를 담고 있는 간판, 숨겨진 이야기가 있을 것만 같은 빌라 등 어느 ‘동네’에나 있는 것들이기에 모두에게 친숙하다.

그의 도시 관찰 일지에는 물론 ‘사람’도 포함된다. 청과물 가게에서는 맛있는 수박을 고르려는 사람들을 관찰하며 노하우를 배우고, 클래식 음악을 틀어주는 마을 버스 기사와의 만남을 통해 ‘삶을 지탱하는 고귀한 노동공간인 버스’에서 일하는 버스 기사들이 ‘개개인의 인격체’임을 깨닫는다. 홍매화가 만개한 덕수궁 돌담길에서는 책임감 강한 안전요원 어르신을 살피며 어떤 일의 전체 맥락을 보지 않은 채 부분만으로 판단해버리는 위험성에 대해 이야기한다.

그는 자신이 도시 관찰 일기를 쓰는 건 변화를 받아들이는 과정이라고 말한다. “어느날 갑자기 변화를 맞닥뜨린 게 아니라 변하는 과정을 지켜봤고 그 이유도 알고 있고, 변화의 맥락을 알고 있는” 것은 중요하고 “그렇게 이 도시 안에서 내가 아는 맥락을 넓혀가며 이 도시는 드디어 ‘나의 도시’가 되는 것”이기 때문이다.

혹시 광주 지역 관찰기는 없나 싶었는데 책 마지막에 손님들의 어깨를 일일이 두드리며 “많이 먹어잉?”하고 인사를 하던 식당 아주머니의 이야기와 오래된 음악감상실 ‘베토벤’의 간판이 등장해 반가웠다.

“내일은 또 무슨 일이 있을까? 또 무엇을 보게 될까?” 궁금해하는 이다가 말한다. “같이 관찰해요!!”

<반비·1만9500원>

/김미은 기자 mekim@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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