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운드 아트 거장 료지 이케다, 기술과 예술의 경계를 넘다
‘2025 ACC 포커스-료지 이케다’전
12월 28일까지 ACC 복합3·4관
ACC 개관 초청전 이후 10년만
소리·빛·데이터 통해 경계 탐색
2025년 07월 09일(수) 19:40
정보 과부하를 블랙홀에 비유한 작품 ‘point of no return’.
“30년간 많은 변화가 있었습니다. 비주얼 아트뿐 아니라 음악, 작곡을 비롯해 퍼포먼스도 함께 했었죠. 이번 전시에서는 관람객들이 그와 연계된 총체적인 개념을 볼 수 있을 거라 기대합니다.”

사운드 아트의 거장으로 평가받는 일본 출신 료지 이케다(59)는 섬세하면서도 자기색깔이 분명한 예술가다. 좌고우면하지 않고 예술의 길을 묵묵히 걷는 이에게서 느껴지는 아우라가 배어나온다. 일반적인 예술가들이 자의식이 강하고 작품에 대한 철학이 확고하듯 그도 예외는 아니었다.

국립아시아문화전당(ACC) 복합3·4관에서 펼쳐지는 ‘2025 ACC 포커스-료지 이케다’전시(10일~12월 28일)를 앞두고 기자간담회가 9일 열렸다.

이날 인터뷰에서 료지 이케다는 이번 전시의 메시지에 대해 “특별하거나 강조할 메시지는 없다”고 말했다. “메시지가 있다면 언어를 매개로 텍스트로 전달했을 것”이라며 “비주얼 아트를 매개로 관람객들이 자신들만의 답(메시지)를 찾을 수 있기를 바란다”고 덧붙였다.

그는 지난 2015년 국립아시아문화전당(ACC) 개관 당시 첫 융복합 작품 ‘test pattern [n°8]’를 선보인 바 있다. 개관 전은 다양한 데이터를 흑백의 패턴과 정밀한 전자음으로 변환한 설치작품이었다.

ACC는 10일부터 오는 12월 28일까지 복합3·4관에서 ‘ACC 포커스-료지 이케다’전을 연다. 과학적 데이터를 매개로 구현한 ‘data-verse’.
그로부터 10년이 지난 이번 전시는 작가적 관점에서는 이후 작품의 방향, 기관의 입장에서는 ACC가 추구해왔던 융·복합 비전 등을 살펴보고 그 의미를 공유하는 자리였다.

이애경 학예사는 “그동안 료지 이케다는 데이터를 조형적 미학에 활용하는 작품을 선보여왔다”며 “이번 전시는 ACC가 매년 1명을 선정, 집중적으로 조명하는 ‘ACC 포커스’ 일환으로 기획됐다”고 프로그램 배경을 설명했다.

그러면서 “10년 전과 지금의 전시를 매개로 료지 이케다와 ACC간 협력의 의미를 재조명하며, 나아가 융·복합 예술이 어떻게 발전하고 어떤 방향으로 나아가게 될 지를 가늠해볼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전시의 가장 큰 특징은 몰입감이다. 신작 4점을 포함해 모두 7점은 시청각적 감각을 최대한 활용해 감상할 수 있게 했다.

료지 이케다는 그동안 뉴욕 타임스퀘어, 독일 ZMK 등 세계 유수의 문화기관에서 모두 57회 개인전을 열었고, 아트바젤 및 홍콩 등 주요 그룹전에 134회 참여했다. 그의 작품은 기술과 예술의 경계가 모호하며 다양하면서도 다층적인 해석의 가능성을 내재한다.

그는 ‘이번 작품들을 어떻게 접근했으면 하는가’라는 질문에 대해 “각각의 보는 이의 감성과 경험으로 받아들였으면 한다”며 “만약 작가가 메시지에 대해 언급한다면, 관객은 해석의 권리에 대한 침해를 당하는 셈”이라고 말했다.

가장 먼저 전시장에 들어서면 ‘data.flux [n°2]’와 조우한다. 천장을 배경으로 빠르게 흘러가는 영상은 쉴 새 없이 변화하고 사라지는 정보의 특징을 집약적으로 보여준다.

블랙홀 같은 커다란 점이 압도하듯 관람객을 주시하는 ‘point of no return’은 정보 과부하시대 현대인들이 직면한 두려움을 표현했다. 블랙홀은 태풍의 거대한 눈 같기도 하고, 개기 일식으로 달이 태양을 가렸을 때 나타나는 현상을 표현한 것 같기도 하다.

‘data-verse’는 웅장하면서도 스펙터클하고 장엄한 영상이다. 복잡한 과학 데이터를 감각적인 예술 경험으로 전환한 융·복합 콘텐츠로 인간의 유전자 정보 등 다양한 데이터를 모티브로 구현했다. 끝 간 데 없이 펼쳐진 우주의 신비와 한편으로 그 속에 미세한 점으로 존재하는 인간의 정체성 등을 사유하게 한다.

마지막 작품은 18개 화면으로 이루어진 ‘data.gram’. 21세기 정보의 수집과 조합의 의미를 사운드와 미디어아트를 통해 진지하게 고민해볼 수 있는 작품이다.

김상욱 전당장은 “ACC 개관 10년이 흐른 지금, 료지 이케다 작품의 변화와 아울러 예술-기술의 방향 등을 다양한 각도에서 생각해볼 수 있는 계기”이라며 “관객들은 데이터와 인간의 감성, 경험, 예술, 기술 등을 키워드로 나름의 메시지를 찾아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전했다.

/글·사진=박성천 기자 skypark@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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