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동 기본권·관광 활성화·해양영토 수호 ‘삼중효과’
[전남의 혈맥을 새로 잇다 시즌 Ⅱ]
6 흑산공항
신안지역 섬 주민들 오랜 숙원사업
2011년 공항개발 중장기 계획 포함
국립공원 지정·환경 등 수많은 난관
2023년 1월 국립공원 구역 해제 결정
실시설계 보완 타당성 재조사 진행 중
2025년 07월 09일(수) 19:25
흑산공항은 총사업비 6411억원이 투입되는 대규모 국책 사업이다. 오랜 논의와 우여곡절 끝에 국립공원 구역 해제 및 환경영향평가 협의를 완료하며 사업 추진에 속도를 내고 있다. 흑산공항 조감도.
광주·전남은 수도권, 영남권 등 타 지역보다 도로, 철도, 공항, 항만 등 사회간접자본(SOC)이 부족하다. 중앙정부는 해방 이후 수도권을 중심으로 재정을 투입했고, 광주·전남은 영남권과 충청권 등에도 밀려 도시 성장 기반을 제대로 갖추지 못하고 있다. 이 같은 정부 정책은 산업과 사람 모두 수도권으로 집중되는 현상을 초래했고, 광주·전남은 인구마저 수도권으로 빼앗기며 인구유출에 시달리고 있다.

전남도는 민선 7기에 들어서 지역 숙원 SOC 사업을 착공하거나 국가계획에 반영시키면서 민선 8기에 이르러 다양한 성과를 내고 있지만, 아직까지 지역민이 만족할만한 결과를 내지는 못했다. 당장 전남도가 ‘6·3 조기대선’을 앞두고 대선 공약 과제에 수많은 SOC 사업을 담아낸 것도 이 같은 이유다.

광주일보는 전남에 들어섰거나 착공한 주요 기반시설과 반드시 필요한 기반시설들을 점검한다. 이번 시리즈에서는 6개의 철도, 3개 고속도로, 4개 공항 등 모두 13개 기반시설을 소개한다.

신안군 흑산면 예리 일원에 추진 중인 흑산공항은 전남도민이 고대하고 있는 지역 숙원사업 중 하나다. 1200m 길이의 활주로와 68만㎡ 면적을 갖추게 될 흑산공항은 총사업비 6411억원이 투입되는 대규모 국책 사업이다. 오랜 논의와 우여곡절 끝에 국립공원 구역 해제 및 환경영향평가 협의를 완료하며 사업 추진에 속도를 내고 있는 흑산공항은 단순한 교통 인프라 확충을 넘어, 흑산도 주민들의 기본적인 이동권을 보장하고 지역 경제 활성화, 나아가 해양 영토 수호라는 다층적인 가치를 실현할 핵심 사업으로 주목받고 있다.

흑산공항 건설의 가장 근본적인 필요성은 여객선이 유일한 교통수단인 도서 지역 주민들의 접근성 향상 등 교통 기본권을 제공하고 관광객들의 불편을 해소해야 한다는 것으로 집약된다.

흑산공항 예정부지인 흑산도 대봉산 일대.
현재 흑산도는 목포항에서 하루 4회 운항하는 여객선이 유일한 교통수단이다. 편도 2시간이 소요되는 뱃길은 잦은 결항(결항률 11~13%, 연간 110일 운항 중단)으로 인해 주민들의 발길을 가로막고 있다. 날씨가 좋지 않으면 고립되는 섬의 현실은 ‘전국 1일 생활권’이라는 국가적 구호와는 거리가 멀다.

수도권에서 KTX와 선박을 이용하면 흑산도까지 편도 약 7시간이 소요되지만, 흑산공항이 완공되면 항공기로 약 1시간이면 도달 가능하다. 이는 흑산도 주민들뿐만 아니라 이곳을 찾는 관광객들에게도 혁신적인 변화를 가져올 수있다. 먼 길을 마다 않고 섬을 찾았던 관광객들의 불편이 해소되고, 흑산도 주민들은 내륙의 최첨단 의료 시설이나 문화 시설을 이용하는 어려움이 사라진다.

흑산공항 건설이 필요한 이유는 또 있다. 흑산도와 같이 의료 시설이 부족한 도서 지역에서는 응급 환자 발생 시 ‘골든타임’ 확보가 지금상태론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현재 흑산도에서는 응급 환자 발생 시 해경 헬기나 여객선에 의존해야 하는 실정이다. 이러한 비효율적인 이송 체계는 적시 대응을 어렵게 만들고, 소중한 생명의 기회를 놓치게 할 수 있다.

흑산공항은 이러한 응급 의료 체계에 획기적인 개선을 가져올 것이다. 응급 환자가 발생했을 때, 신속하게 항공기를 이용해 육지 병원으로 이송할 수 있게 되어 골든타임을 놓치지 않고 환자의 생명을 구할 가능성이 크게 높아진다. 이는 흑산도 주민들의 삶의 질 향상뿐만 아니라, 국가적인 차원에서도 필수적인 안전망 구축이라 할 수 있다.

흑산도 인근 해역은 불법 외국 선박의 주요 활동 무대로 알려져 있다. 30% 이상의 불법 조업이 이곳에서 발생하고 있으며, 이로 인한 해양 수산 자원의 훼손 및 고갈은 심각한 수준이다. 흑산공항은 이러한 불법 조업 감시 및 해양 영토 수호 차원에서도 필수적인 전략적 거점이다.

항공기를 통해 신속하게 이동하며 불법 조업 활동을 감시하고 단속할 수 있으며, 해경의 전진 기지 역할을 수행함으로써 서남해안의 해양 안보를 강화하는 데 크게 기여할 수 있다. 이는 단순한 경제적 이익을 넘어 국가 주권 수호라는 중요한 가치를 실현하는 사업이라 할 수 있다.

지난 5년간 흑산도(홍도)를 찾은 관광객은 연평균 36만 명에 달한다. 이는 흑산도(홍도)가 가진 천혜의 자연환경과 아름다움이 국내외 관광객들에게 큰 매력을 선사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그러나 현재의 접근성 부족은 이러한 잠재력을 충분히 발휘하지 못하게 하는 제약 요인이 되고 있다.

흑산공항이 완공되면 김포공항 등 국내 주요 공항과의 연계를 통해 더 많은 국내외 관광객을 유치할 수 있을 것으로 예측된다. 다도해의 아름다운 섬들을 하나의 관광 벨트로 묶어 세계적인 해양·생태 관광지로 육성할 수 있는 발판을 마련하는 것이다. 이는 지역 경제 활성화에 크게 기여할 뿐만 아니라,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새로운 관광 콘텐츠를 창출하는 효과를 가져올 것이다.

흑산공항 건설은 결코 순탄한 과정만은 아니었다. 2011년 제4차 공항개발 중장기 종합계획에 포함된 이후, 예비타당성 조사 통과, 기본계획 고시 등 사업 추진의 중요한 단계를 밟아왔지만, 국립공원 지정 및 환경 문제로 인해 심의가 중단되거나 보류되는 등 수많은 난관에 부딪혔다.

하지만 지역 주민들의 꾸준한 염원과 노력, 그리고 정부와 관계 기관의 끈질긴 협의 끝에 2023년 1월, 국립공원 구역 해제가 결정되었고, 환경영향평가 본안 협의까지 완료하며 본격적인 사업 추진의 기반을 다졌다. 현재 실시설계 보완을 마쳤으며, 타당성 재조사를 진행 중으로, 신속히 통과해 조속한 공사 착공을 목표로 하고 있다.

물가 상승 등으로 사업비가 당초 1833억원에서 6411억원으로 크게 늘어났지만, 이는 흑산공항이 단순한 공항 건설을 넘어 지역 발전과 국가 안보에 미치는 막대한 영향력을 고려할 때 충분히 감당해야 할 가치이다.

흑산공항 건설은 흑산도 주민들의 교통권을 보장하고, 안전한 응급 의료 시스템을 구축하며, 국익을 위한 해양 안보를 강화하는 데 필수적인 사업이다. 또 지역민들은 흑산도(홍도)가 가진 매력을 세계에 알리고 지역 경제를 활성화하는 중요한 기회가 될 것이라는 기대감에 부풀어 있다.

전남도 관계자는 “흑산공항 건설의 마지막 관문을 성공적으로 통과해야 한다”며 “흑산공항 건설은 주민들의 오랜 염원이 결실을 맺고, 전남 지역 발전과 국가 경쟁력 강화에 크게 기여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민석 기자 mskim@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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