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 빛낼 기능선수들 육성하며 고마움 갚겠다”
국제장애인기능올림픽 양장 부문 은메달 광주 박금숙씨
IMF때 남편 사업 기울자 청각장애…기능대회서 희망 얻어
종목 바꿔 광주장애인기능경기대회 화훼장식 금메달 획득
2025년 07월 07일(월) 20:35
청각장애인인 박금숙(67)씨는 지난 2023년 파리에서 열린 국제장애인기능올림픽 양장 부문에 출전해 은메달을 수상했다. 2016년, 58세의 나이로 뒤늦게 양장 공부에 뛰어든 그는 당시 국가대표 중 유일한 60대 선수였다.

박씨의 도전은 멈추지 않았다. 얼마 전 막을 내린 광주장애인경기대회에서는 아예 종목을 바꿔 화훼장식 부문에 참여,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그는 “앞으로 보여주고 싶은 게 더 많다”며 웃어보였다.

박씨는 IMF 외환위기로 남편의 사업이 기울어지면서 스트레스를 받아 양쪽 귀 청신경 손상으로 청각장애를 갖게됐다. 낙심해 무너지기도 했지만 수십억의 빚이 눈덩이처럼 커지고 있는 상황에서 바닥만 치고 있을 수는 없었다.

서구청 장애인복지과 행정도우미 일을 시작한 박씨는 우연히 장애인기능경기대회를 알게됐고 고등학생 때 부산에서 의상실을 운영하던 친언니의 일을 도운 경험을 살려 양장 종목에 출전하기로 마음먹었다.

박씨는 2016년 첫 출전한 광주대회에서 은메달을 목에 걸었다. 세상이 무너지는 것 같았던 지난 10여년간의 시간 속에서 실낱같은 희망을 발견한 듯했고 이후에도 박씨는 양장, 양복, 한복 등 다양한 종목에 출전해 전국대회 메달권에 들었다.

박씨는 전국 17개 시·도의 1위 선수들과의 경쟁 끝에 당당히 태극마크를 따냈다.

“선발전 당일 경기장에 젊고 씩씩한 청년들이 정말 많았어요. 출품을 마치고 난 뒤 결과 발표 전에 광주행 버스에 올랐습니다. 분명 탈락일 것이라는 판단에서였죠. 그러다 광주로 가는 차 안에서 국가대표로 선발됐다는 카톡을 받았습니다.”

그는 국가대표 선발까지 단 한번도 강습을 받지 않았다. 수차례 거듭된 실패에서 배우고 책을 통해 독학하며 얻어낸 결과물이라는 점에서 더 감격스러웠다.

국가대표가 된 후 인천에서 4개월간 합숙훈련을 통해 오전 6시 기상, 새벽 1시 훈련장 퇴근이라는 루틴을 반복하며 연습에 몰두했다. 파리올림픽에서는 아쉽게도 금메달을 따지 못했지만 그는 “은메달이었기에 앞으로 나아갈 수 있었다. 만약 처음부터 금메달을 땄다면 실력만 믿고 발전하려 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단언했다.

귀국 후 박씨는 양장에서 화훼장식 종목으로 노선을 변경했다. 올림픽 때 관객석에서 우연히 화훼 작품을 보고 새로운 종목에 도전해보고 싶은 욕심이 생겼기 때문이다. ‘나이도 많은 사람이 뭐하려고 배우는지 모르겠다’는 수군거림도 있었고 고도의 예술·창의·독창성을 충족시켜야 해 어렵기도 했다. 하지만 예·복습, 대회 복기, 끊임없는 훈련을 통해 이듬해 광주대회에서 1위의 기염을 토해냈다.

“나와 비슷한 연령대의 분들이나 장애로 절망하고 있는 이들이 포기하지 않고 끝까지 노력해 소중한 무언가를 이루는 경험을 해보길 바랍니다. “지금까지 국가로부터 많은 것을 받고 살아왔습니다. 광주를 빛낼 기능 선수들을 발굴하고 가르치며 고마움을 갚아나갈 것입니다.”

후학 양성에도 힘을 쏟고 있는 그는 광주지역 장애인이 운영하는 양장점 등에 찾아가 더 나은 만듦새를 위한 조언을 아끼지 않고 있다.

/글·사진=김다인 기자 kdi@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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