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남대학교 4학년 학생인 김희원(27)씨는 최근 여자친구와의 데이트 횟수를 줄였다. 김씨는 최소 주 3회 이상 만남을 이어왔으나, 주요 먹거리부터 커피, 영화 티켓 등 모든 물가가 지속 상승하면서 학업과 병행하는 아르바이트만으로는 지출을 감당하기 어려웠기 때문이다.

김씨는 “여자친구와 자주 갔던 삼겹살집은 올 들어 고기와 소주가격이 1000원씩 올랐고, 둘이 먹어도 5만 원이 훌쩍 넘어간다”고 말했다.

#.곡성군청 인근에서 카페를 운영하고 있는 정어진(32)씨는 최근 카페에서 판매하는 커피값 인상을 두고 고심에 빠졌다. 최근 커피 원두가격이 대폭 상승하면서 소비자 판매가도 올려야 하지만, 가격 인상 시 지금의 얇은 고객층마저 카페를 방문하지 않을까 봐 걱정되기 때문이다.

정 씨는 “지난해 커피 원두를 1만 8000원가량에 납품받았었는데, 이달 기준 2만 3000~2만 4000원 선까지 가격이 뛰었다”며 “유동인구도 많지 않은 군 단위 지역에서 가격을 조금만 인상해도 소문이 퍼져 손님이 줄어들 게 뻔하니 가격 인상을 고민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토로했다.



월급 등 소득은 그대로인데 물가는 끝없이 오르면서, 소비 심리가 크게 위축되고 대인 관계마저도 기피하는 현상이 발생하고 있다.

2일 호남지방통계청이 발표한 ‘2025년 6월 광주·전남 소비자물가 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광주시 소비자물가지수는 116.55로 전년 동월(114.38) 대비 1.9% 상승했다.

앞서 광주시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지난 3·4월 1.9%를 기록한 뒤 5월 1.5%로 하락 추세를 보였지만, 지난달 다시 0.4% 포인트(p) 상승 전환했다.

이번 물가 상승 전환은 지난달 이란-이스라엘 간 ‘중동 분쟁’으로 인한 유가상승 및 주요 먹거리 물가 상승이 견인한 것으로 분석된다.

지역민이 체감하는 물가를 반영하는 생활물가에서 식품물가와 식품 이외 물가가 각각 3.0%, 1.4% 상승했다.

품목별로 보면 고등어(26.1%), 달걀(18.8%), 마늘(24.3%), 커피(16.7%) 등 먹거리와 자동차용 LPG(11.3%), 도시가스(6.5%) 등 에너지 물가 상승폭이 컸다.

이 밖에 맥주(6.1%), 생선회(11.2%) 등 외식비도 뛰었고, 각종 서비스비용 상승세도 지속됐다.

2025년 6월 전남도 소비자물가 동향.<호남지방통계청 제공>

같은 기간 전남 소비자물가지수는 114.68에서 117.22로 2.2% 상승했다. 전남 소비자물가는 지난 5월 전년 동월 대비 1.8% 상승하며 1% 상승폭까지 완화됐지만, 한 달 만에 다시 2%대 상승률로 재진입했다.

전남 생활물가는 식품물가가 1년 전보다 3.5%, 식품 이외 물가는 1.7% 상승했다.

품목별로는 돼지고기(5.8%), 맥주(2.2%) 등 외식물가가 상승세를 보였고, 가전제품수리비(25.8%) 등의 상승폭이 컸다.

전국적으로도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두 달 만에 다시 2%대로 올라서는 등 물가상승 기세가 심상치 않다.

이날 통계청이 발표한 ‘전국 6월 소비자물가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소비자물가 지수는 116.31(2020년=100)로 작년 동월 대비 2.2% 올랐다.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올해 들어 1월 2.2%에서 4개월 연속 2%대 초반을 유지하다가 지난 5월 1.9%로 떨어졌지만 지난달 다시 2%대를 기록했다. 올해 1월(2.2%) 이후 5개월 만에 가장 높은 상승폭이다.

품목별로 가공식품이 작년 동월 대비 4.6% 올랐다. 2023년 11월(5.1%) 이후 19개월 만에 최고치다. 빵(6.4%), 커피(12.4%), 햄 및 베이컨(8.1%) 등에서 오름세가 컸다. 특히 최근 이재명 대통령의 언급으로 이슈가 된 라면 가격은 작년보다 6.9% 상승했다. 2023년 9월(7.2%) 이후 21개월 만에 가장 높다.



/장윤영 기자 zzang@kwangju.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