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구감소에 학령인구 ‘뚝’…25년 배구 명문 역사 뒤안길로
[위기의 학교체육 <2> 벌교상고 배구부]
2000년대 호남 배구 이끌어
김주영·김건우·안지원 등 배출
선수 구하기 어려워 2022년 해체
전남지역 배구부 4곳만 남아
일상 속 클럽 문화 활성화 시급
2025년 06월 27일(금) 08:00
서정식 전 벌교상고 배구부 감독이 학교에 마련된 메달과 트로피 전시 공간에서 배구부가 각종 전국대회에서 획득한 메달을 가리키며 2000년대 전성기를 회상하고 있다.
“벌교상고 배구부가 대회에 나가면 선수가 너무 많아서 늘 ‘벌떼’라고 불렸어요. 그때가 그립습니다.”

서정식(60) 전 벌교상업고 배구부 감독은 최근 찾은 보성군 벌교 상고 강당 배구 코트 위에서 지나간 제자들을 떠올렸다. 짧은 순간이었지만 서 감독의 머릿속에는 많은 선수가 주마등처럼 지나갔다.

호남의 배구는 벌교상고로 통하던 2000년대가 있었다. 당시의 활약상은 교내 2층 넓은 공간에 마련된 트로피와 메달 전시장에서 엿볼 수 있었다.

1997년 3월 창단 이후 수많은 프로배구 선수를 배출해 낸 벌교상고 배구부는 전국남녀종별배구선수권대회와 전국중고배구대회 등에서 수차례 우승 컵을 들어 올렸다.

현재 프로배구 선수로 활동하고 있는 부용찬(OK저축은행), 김규민(대한항공), 안지원(삼성화재)부터 KBS N 스포츠 배구 해설위원으로 활동하고 있는 윤봉우 등 많은 이들이 벌교상고 배구부 출신이다.

대회에 나가면 ‘벌떼’라고 불렸던 벌교상고 배구부는 선수 수급이 어려워 2022년 해체됐다.

서 전 감독은 “팀이 해체되는 마지막 순간에 김주영(한국전력), 김건우(OK저축은행) 등 9명의 선수가 남아있었다. 이 친구들은 끝까지 배구를 할 수 있게끔 순천제일고 등 타지역으로 전학 시켰다”며 “초·중학교 선수 연계가 안 되고, 배구부가 약화되면서 동문 지원금도 끊기다 보니 팀을 유지하기 힘들었다”고 고개를 저었다.

25년의 역사가 막을 내린 가장 큰 이유는 ‘인구 감소’였다.

서 전 감독은 “2000년대 초만 해도 전남에 순천, 고흥, 담양, 벌교 등 4개 초·중학교가 있어서 자연스레 연계 육성이 됐다. 하지만 2000년대 후반 들어서 초·중학교 운동부가 사라졌고 선수 구하기는 하늘에 별 따기가 됐다”고 회상했다.

현재 전남지역 학교 배구부는 순천대석초, 순천 팔마초, 순천제일고, 목포여상 등 4개가 있다.

전남은 특히 학령인구 감소가 가장 심각한 지역이다. 통계청에 따르면 전남지역 학령인구(6~21세)는 2000년 46만 6000명이었으나 2010년 34만 1000명으로 급감했다. 이후 2020년에는 26만 2000명으로 줄어들면서 20년 간 학령인구 43%가 감소했다. 2024년에는 23만 2000명으로 2000년부터 줄곧 내리막을 걷고 있으며 2030년에는 19만명, 2050년에는 11만명 아래로 떨어질 것으로 점쳐지고 있다.

같은 시기 광주는 2000년(37만 4000명)부터 2020년(26만1000명)까지 20년 간 학령인구 감소세가 24%였다. 광주와 비슷한 규모의 대전은 같은 기간 학령인구 감소세가 30%인 점을 감안하면 전남지역 학령인구 감소세가 유독 심각함을 알 수 있다.

서 전 감독은 절대적으로 선수 수급이 어려운 만큼 배구 클럽 문화의 활성화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배구는 축구나 야구와 같은 인기 종목이지만 그에 비해 클럽 문화가 활성화돼 있지 않다. 기능·신장 등 신체적 조건이 요구되는 만큼 다른 스포츠들보다 선수 수급이 어렵기 때문에 일상에서 자연스럽게 접할 수 있도록 클럽 문화를 형성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벌교 글·사진=김다인 기자 kdi@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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