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 쓰레기 소각장 설명회, 주민들 반발로 무산
부지 유치 신청 반려 촉구하며
삼도동 주민들 설명회장 봉쇄
함평 주민도 반대 동참…설립 난항
시 “다음 일정 검토…최대한 소통”
2025년 06월 26일(목) 20:20
26일 오후 광주시 광산구 삼도동 행정복지센터에서 주민들이 자원회수(소각)시설 환경영향평가 초안 주민설명회가 열릴 행사장 진입로를 몸으로 막고 있다. 오른쪽은 텅 빈 설명회 행사장. /나명주기자mjna@
“자기 동네에 쓰레기 소각장 설치하라고 하면 절대 못 할 것이다. 개미 한 마리도 얼씬 못한다!”

26일 오후 1시께 광주시 광산구 삼도동 행정복지센터 일대는 쓰레기 소각장 부지 유치를 반대하는 주민들이 모여 ‘전쟁터’를 방불케 했다.

이날 오후 2시 삼도동 행정복지센터에서는 광주시 자원회수시설 설치사업 전략환경·기후변화 영향평가 초안 주민설명회가 열릴 예정이었다.

설명회는 후보지 삼도동 일대 주변 환경 등을 분석한 전략환경·기후변화영향 평가 결과를 주민들에게 설명하고, 주민 의견을 반영한 본안 평가서를 작성하게 되는 전략환경영향평가 절차다.

하지만 이날 주민설명회는 주민들의 반발에 부딪혀 결국 무산됐다. 삼도동 주민들과 자원회수시설 후보지와 인접한 함평 주민 등 100여명은 버스 3대와 트랙터를 몰고 설명회장을 찾아 광주시청 공무원들의 행정복지센터 진입을 막았다.

주민들은 ‘함평 인접 삼도동 소각장 결사 반대, 소각장 철회시켜 미래를 지키자’ 팻말을 들고 쓰레기 소각장 설치 반대 목소리를 냈다.

주민들은 “차라리 광주시청 앞에다 지어라”, “함평은 어떻게 할 것인지 대답해라” 는 등 소리를 지르기도 했다. 이 과정에서 광주시 직원과 몸싸움과 실랑이도 벌어졌다.

주민들은 설명회가 열리는 2층까지 계단을 점거하고 통행을 차단했다. 삼도본량주민, 광주시농민회 삼도지회 농민들 30여명은 계단마다 4명씩 자리를 잡고 설명회장으로 진입하는 것을 차단했고 다른 주민들도 센터 밖에서 통행로를 막았다.

시 관계자들이 행정복지센터 내부로 출입하려고 했지만 주민들이 진입로를 막아서면서 시 관계자들은 설명회 장소에 진입하지 못했고 결국 설명회는 무산됐다.

광주시농민회 삼도지회 회원인 김은희(여·59)씨는 “쓰레기 소각장이 생기면 냄새도 심하고 발암물질도 많이 나오는데, 친환경 농사를 지어 학교 급식에 보내고 농산물을 재배해서 판매하는 우리 삼도동 주민들에게는 생계에 크나큰 치명타”라며 “삼도 농산물은 발암물질이 있다는 오명을 쓸 것이다. 무엇보다 우리 주민들의 건강에 영향을 미치는 것이다”고 말했다.

앞서 광산구 삼도동 주민들은 시 관계자들에게 후보지 입지 선정 과정에서 주민들의 동의를 받기 위해 정체불명의 시민들을 위장 전입시켰다는 논란을 제기하기도 했다.

광주시 관계자는 “주민들의 반발로 무산되더라도 별도로 갈음할 수 있는 절차가 있지만, 주민의 의견을 수용하는 절차를 거치려는 것”이라며 “파행됐지만 다음 일정을 검토하고 최대한 주민들과 소통하겠다”고 말했다.

한편, 광주시는 2030년부터 시행되는 생활 쓰레기 직매립 금지 조치에 따라 2022년 소각장 설치계획안을 마련했다. 지난해 8월 광주시는 ‘선 자치구 신청, 후 광주시 주도 방식’으로 3차 공모를 진행해 6개 후보지 신청을 받았다. 광주시는 지난해 12월 타당성 조사를 거쳐 삼도동을 최적지로 확정했고, 이번달부터 전략환경영향평가 협의를 추진해 주민 의견 수렴 절차를 진행중이다.

/양재희 기자 heestory@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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