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이거즈 ‘임시 주장’ 박찬호 “동료 믿고 가을 준비한다”
올스타·예비FA·내야 사령관…
막중한 책임감에 ‘잠 못드는 밤’
잇따른 부상으로 부침 겪지만
기회 잡은 선수들 덕분에 반등
다치지 않고 팀 승리 위해 최선
2025년 06월 24일(화) 22:20
KIA 타이거즈 부상 위기에서 ‘임시주장’을 맡은 박찬호가 기회를 얻은 동료들의 반전 활약에 웃고 있다. 박찬호는 팀 승리를 목표로 자신의 역할에 충실하겠다는 각오다. <KIA 타이거즈 제공>
잠 못 이룬 밤을 보낸 박찬호가 또 다른 빛나는 순간을 꿈꾼다.

올 시즌 KIA 타이거즈 박찬호 이름 앞에는 많은 수식어가 붙는다. ‘내야 사령관’, ‘예비FA’, ‘임시주장’ 그리고 ‘올스타 베스트 12’가 올 시즌 박찬호를 설명하는 단어가 됐다.

주전 유격수로 내야를 이끄는 그는 이번 시즌이 끝나면 FA 자격을 얻는다. 팀에 부상이 이어지면서 유니폼에 주장을 상징하는 ‘C’도 달았다. 주장 나성범이 종아리 부상으로 빠진 뒤 임시 주장 김선빈까지 종아리 부상으로 이탈하면서 박찬호가 그 자리를 물려받았다.

그리고 박찬호는 지난 23일 발표된 2025 KBO 올스타전 베스트 12 나눔 올스타 유격수 부문에도 이름을 올렸다.

박찬호는 팬투표(93만7896표), 선수단투표(141표)에서 모두 1위를 차지하며 최형우(지명타자), 김도영(3루수)과 ‘베스트 12’에 선정됐다.

늘어난 수식어만큼 박찬호의 책임감도 커졌다. 특히 ‘임시 주장’은 박찬호에게 불면의 밤을 안겨줬다.

박찬호는 “주장 해보고 싶었는데 정식 주장은 못 할 것 같다. 내가 아직은 그릇이 아니다”며 “잠을 못 잔다. 나도 모르게 스트레스를 받는 것 같다. 팀이 지면 나 때문에 진 것 같다. 동생들이 많다. 내가 형우 선배처럼 해줘야 하는 상황인데 그렇지 못하니까 힘든 게 있다. 감독님도 야구장에서 결과를 내는 것을 기대하셨는데 결과가 안 오니까 힘들기도 했다”고 말했다.

개인 성적보다는 팀에 대한 생각에 고민이 많았다.

박찬호는 “최근에는 공을 만들어 때린다. 야구라는 게 내일을 장담할 수 없지만 긍정적인 타격이 나오고 있고, 운도 따르는 것 같다”며 “어느 정도 애버러지가 나오는 타자라고 생각한다. 작년보다 못할 수도 있고, 더 잘할 수도 있는데 오차범위 안에서 성적이 나올 것이라고 의심하지 않는다. 타율이 안 좋았을 때도 이 성적으로 끝날 것이라고 생각은 안 했다. 하지만 내가 못 하는 데 팀이 지면 화가 난다. 이 경기를 내가 해결해 주지 못하고, 잡아주지 못한 것에 대해서 화가 난다”고 설명했다.

박찬호는 동료들을 믿고 결실의 가을을 준비하고 있다. 박찬호가 가장 믿는 구석은 ‘마운드’다. 부침을 겪었던 불펜이 안정적으로 돌아가고 있고, 이의리의 복귀도 준비되는 등 선발진의 힘은 여전하다.

박찬호는 “투수들이 정말 크다. 초반에 좋지 않기도 했지만 너무 잘 던져주고 있다. 요즘은 투수들 덕분에 이긴다”며 “(성)영탁이 역할이 크다. 영탁이가 오면서 (전)상현이, (조)상우형이 부담해야 할 것을 나눠서 해주고 있다. (김)도현이는 공에 힘이 있고 구종도 다양하다. 자신의 컨디션에 맞게 구종을 쓸 수 있다. 좋은 투수다”라고 마운드 힘을 이야기했다.

하위 타순에 힘을 실어주고 있는 타자들의 활약도 반갑다.

박찬호는 “(김)호령이 형과 (김)규성이의 활약이 정말 크다. 나는 평범하게, 원래 하는 선수인데 밑에서 점수를 내주고 앞으로 연결해 주고 있다. 이게 원래 우리가 했던 야구다”라고 말했다.

각별한 후배 오선우는 이제 확실한 카드라고 말한다.

박찬호는 “다들 재미있게 야구하고 있다. 선우는 하루 종일 야구이야기만 한다. 본인도 인정했는데 언제 야구에 집중할 것인가 궁금했던 선수다(웃음)”며 “방망이 재능은 정말 좋다. 재능 자체가 다르다. 밀어서 좌중간을 넘기는데 내가 (당겨서)치는 것보다 더 멀리 친다. 타격 사이클이 떨어졌을 때 많이 궁금했다. 누구나 사이클이 떨어지는데 어떻게 짧게 끊고 올라오고, 유지하느냐에 따라 주전 싸움을 하게 되는 것이다. 힘이 있어야 일어나는 데 얼마 안 가서 다시 잡혔다”고 말했다.

또 “선우는 자신의 것이 생겼다. 이제는 확실한 선수다. 그런 친구들이 아직도 있을 것이다. 재능을 가지고도 생각을 못 하는 선수도 있을 것이다”고 능력있는 후배들의 등장을 기대했다.

분위기를 이어서 더 높은 곳으로 가기 위해서 필요한 것은 부상 관리다. 부상으로 위기를 맞았던 KIA는 공교롭게도 부상 상황에서 성장한 선수들의 활약으로 반등의 발판을 마련했다.

박찬호는 “부상은 안 좋은 것이지만 누군가 다쳐야 기회가 생긴다. 다치면 누가 들어가서, 자리를 뺏기게 되는 것이다. 나도 감독님이 선수 때 햄스트링 부상을 당해서 기회를 얻었다. 누구나 시작은 그랬다”며 “건강하게 팀 승리를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각오를 다졌다.

/김여울 기자 wool@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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