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증된 기법으로 전통 건축물 복원 보람 느껴”
내장사 대웅전·광주 희경루 중건 양태현 대목수
한옥 매력에 빠져 법학도 길 접고 진로 변경…정직한 작업 고수
“건물마다 다른 ‘손맛’ 매력…국가무형유산 ‘대목장’ 되고 싶어”
2025년 06월 17일(화) 20:25
양태현 대목수. <양태현씨 제공>
지난 4월 전북 정읍의 ‘천년고찰’ 내장사 대웅전에서 상량식이 봉행됐다. 636년 창건된 내장사(당시 영은사)의 중심 법당 대웅전은 건립 이래 전쟁, 방화 등 다섯 번의 화마를 겪었다.

지난 2021년 3월 방화로 전소된 이번 대웅전 복원 작업을 도맡은 이는 양태현(47) 대목수였다. 구례 화엄사 탑전, 광주의 희경루 중건에도 참여했던 그는 훼손 정도가 심해 사실상 재건에 가까운 이번 프로젝트를 성공적으로 마무리했다.

그는 “대웅전이 문화재로 지정되지 않아 남아있는 기록과 자료도 부족했고, 나무의 건조·함수율·기후에 따른 제작 과정까지 세밀하게 계획해야 했다”며 “많은 이들의 상처를 치유하는 ‘반야용선’(般若傭船·극락정토로 가는 배) 같은 공간이 되길 바라는 마음으로 작업에 임했다”고 말했다.

양 대목수는 대전대학교에서 법학을 전공한 이색 경력의 소유자다. 2001년 5월 군 제대 후 복학 전 학비 마련을 위해 8개월 간 한옥 건설 현장에 나간 그는 전통 건축에 매력에 빠져 법학도의 길을 접고 2004년 예원예술대학교 문화재보존학과로 편입 후 한식목공 대목수 3094호, 보수 1143호, 드잡이 5717호 등 기술 자격을 취득했다.

양태현 대목수가 중건 작업을 이끈 광주 희경루.
“건물 전체의 비례와 조화를 이루는 한옥 처마의 곡선미를 잡는 과정에 대목수로서의 기술과 미적 감각이 모두 드러나죠. 오랜 시간이 지나도 무너지지 않는 ‘살아 있는 건축’을 만드는 과정 자체가 제게 큰 즐거움을 가져다 줬습니다. 건물마다 달라지는 손맛, 매순간 작업하며 얻는 새로운 지식과 경험이 저를 그 현장에서 떠날 수 없게 하더라고요.”

양 대목수의 아버지는 평생 돌을 쪼고 다듬는 석수였다. 기술인의 고달픈 삶과 사회적 인식을 누구보다 잘 알았던 아버지는 아들이 보다 편안하고 안정적인 길을 걷길 바랐지만 아들도 결국 아버지의 길을 따랐다.

“돌이켜보면 유전자의 끌림 아닐까 싶어요. 돌과 나무, 소재는 다르지만 평생 손에서 망치와 연장을 쥐셨던 아버지 덕에 도구를 다루는 법, 작업에 임하는 정직하고 꾸준한 자세를 익힐 수 있었습니다.”

양 대목수는 광주 대표 누각으로 꼽히는 ‘희경루’를 광주시민들 품으로 돌려주기도 했다. 그는 전남대학교 대학원 문화재학 석·박사 통합과정(2006~2013년) 재학 시절, 천득염 지도교수를 통해 희경루 중건 프로젝트를 알게 됐다. 연구실 한쪽에 걸린 희경루 조감도를 보며 언젠가 복원 작업을 직접 맡아보고 싶다는 꿈을 키웠고, 운명처럼 2022년 기회가 찾아왔다.

157년 만에 중건된 조선시대 관아 누각, 희경루 작업에서 그는 도편수로서 설계부터 현장관리까지 모든 과정을 총괄했고 그중 3개월은 텐트에서 숙식하며 완성도를 높이기 위해 고민했다. 서운한 순간도 있었다. 2023년 6월 상량 고유제 당일, 목수·석수·와공 등 기술인 누구도 행사에 초대 받지 못한 것이다. 양 대목수는 “많은 사람들이 밤낮으로 고생했는데 이름 한 줄, 격려 한 마디 없이 TV뉴스로 행사를 봐야 하던 때의 속상함을 잊지 못한다”고 털어놨다.

기억되지 못한 순간도 있었지만, 그는 이름이나 자리가 아니라 ‘정법(正法)’으로 정직하게 건축하고자하는 스스로의 소신을 지키며 목표를 향해 나아가고 있다.

“전통 건축은 오랜 세월을 견뎌 후대로 전해지려면 오랜 시간 검증된 기법에 따라 지어야 합니다. 내 손으로 세운 건축물이 훗날 후배들에게 부끄럽지 않도록 앞으로도 편법이 아닌 정법을 고수할 거에요. 언젠가 국가무형유산 ‘대목장’의 자리에 오를 수 있도록 앞으로도 열심히 갈고 닦겠습니다.”

/서민경 기자 minky@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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