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다리기도 힘들고 환승하기도 어렵고…취약계층에게 더 가혹한 버스 파업
2025년 06월 17일(화) 19:05
광주지역 시내버스 파업이 장기화되고 있는 가운데 17일 오전 서구 양동시장(북) 버스정류장에 시민들이 버스를 기다리고 있다./김진수 기자 jeans@kwangju.co.kr
광주 시내버스 파업이 2주째 지속되면서 디지털 취약계층 노인과 장애인 등의 고통이 커지고 있다.

노인들은 휴대전화 등으로 버스 도착 정보를 파악하는 것이 어렵다며 하염없이 서서 오지 않는 버스를 기다리고 있고, 장애인들은 그나마 운행 횟수가 적던 장애인용 저상버스 운행률이 더욱 떨어져 버스 한 번 타기조차 어려워하고 있다.

더욱이 광주 지역 기온이 연일 30도 안팎으로 오르고, 최근 내린 비로 습하고 무더운 날씨가 이어지면서 체력적으로 취약한 노인 등에게 더욱 가혹한 환경이 만들어지고 있다.

17일 광주시에 따르면 이날 기준 광주에서는 전세버스 6대를 포함한 총 792대의 시내버스가 운행됐다. 운행률은 79.2%다.

이날 오전 광주시 남광주역 정류장에는 노인들을 비롯한 시민 20여명이 모여 버스를 기다리고 있었다.

광주시는 이 정류장을 지나는 순환01번, 봉선37번 노선에 전세버스를 도입했으나, 정류장에 관련 안내문이 게시되지 않았던 탓에 도입 사실 자체를 모르는 이들도 적지 않았다.

이현숙(여·78)씨는 “대체 버스로 전세버스가 투입된 줄 몰랐다. 시내버스가 와야 알아보지, 다른 버스는 눈에도 안 보이지 않겠느냐”며 “원래 타던 버스가 10분 간격으로 오곤 했는데 오늘도 28분을 기다리라고 하니 대책없이 기다리고만 있다”고 말했다.

박상태(77)씨는 “스마트폰 버스 앱도 없고 볼 줄도 몰라서 그냥 나오는데, 이 더운 날 언제 올 지 모르는 버스를 기다리자니 숨이 턱턱 막힌다”며 “전세버스는 정류장에 몇 분 남았다고 운행 정보도 뜨지 않으니 마냥 기다릴 수밖에 없다”고 한숨을 쉬었다.

저상버스 운행률도 떨어져 장애인들의 이동도 더 불편해졌다.

광주시는 평소 1000대 중 476대를 저상버스로 운행하지만, 파업 이후 16일 기준으로 365대만을 운행했다. 운행 대수로만 23.3% 감소한 것이다.

배영준 광주장애인차별철폐연대 상임활동가는 “평소에도 일반 버스 3대가 지나야 저상버스 1대를 만날 수 있어 한 시간 이상을 기다리는 게 보통이었다”며 “파업 이후 광주시의 소극적인 대책으로 장애인들은 최소한의 이동권을 더욱더 보장받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버스 파업은 장기화될 전망이다. 사측이 이날로 예정된 전남지방노동위원회의 조정 테이블, 즉 2차 사후조정을 거부하면서다. 현재 사측은 임금 2.5% 인상안을, 노조 측은 임금 8.2% 인상안을 협상 재개 조건으로 내걸고 있다.



/양재희 기자 heestory@kwangju.co.kr
이 기사는 광주일보 홈페이지(kwangju.co.kr)에서 프린트 되었습니다.

URL : http://www.kwangju.co.kr/article.php?aid=1750154700785441006
프린트 시간 : 2025년 06월 18일 07:37: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