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리환초 강제동원 640명 명단 확인…전남 출신 635명
마셜제도 콰잘레인환초, 괌 등 동원도
전남 사람 대다수 끌려간 기록 발굴돼
2025년 06월 13일(금) 21:50
일제강제동원 연구자 다케우치 야스토씨가 13일 오전 광주시의회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최근 발굴한 밀리환초 학살 사건의 강제동원 640명 명단을 공개했다.
태평양 전쟁 당시 태평양 남양군도 밀리환초에 강제동원된 조선인 피해자 대부분이 전남 출신인 것으로 확인됐다.

또 마셜 제도 콰잘레인환초와 괌 등지에 강제동원된 조선인도 670여 명에 달하며, 이 중 대다수가 전남 사람이라는 증거도 발굴됐다.

일제강제동원시민모임은 13일 오전 광주시의회에서 일제 강제동원 연구자 다케우치 야스토(竹內康人)씨와 기자회견을 열고 최근 일본 도쿄 소재 국립공문서관에서 새롭게 발굴한 남태평양 마셜제도 강제동원 명부를 공개했다.

이날 공개된 밀리환초 강제동원 640명 명단 중 99%인 635명이 전남 출신인 것으로 확인됐다.

밀리환초 강제동원 사건은 1945년 태평양 전쟁 말기 마셜 제도에서 동남쪽 끝에 있는 밀리환초(Mili Atoll)에 강제동원됐던 조선인들이 일본군의 잔혹행위에 집단으로 저항했다가 학살당한 사건이다. 일본군이 조선인을 살해한 뒤 인육을 ‘고래고기’라고 속여 다른 조선인들에게 먹였고, 이에 분노한 조선인들이 저항하다 일본군에게 학살당했다.

앞서 다케우치씨는 지난해 6월 밀리환초 사건과 관련해 그동안 알려지지 않았던 218명의 희생자 명단을 공개, 그중 214명이 전남에서 끌려갔다는 연구 결과를 제시한 바 있다. 이번에는 지난해보다 더욱 상세한 명단이 공개된 것이다.

이번 명단은 일본 정부가 작성한 ‘피징용 사망자 연명부’, ‘해군 군속 신상조사표’를 토대로 했다.

자료에는 피해자 대부분이 담양, 나주, 장흥, 순천 등 전남 각지에서 차출됐다고 쓰였으며 창씨개명된 이름, 주소, 연락처, 동원된 날짜, 사망일, 동원 당시 탔던 선적, 일을 하고 받지 못한 미지급금이 낱낱이 적혀있었다.

명단 일부는 빨간 사선이 그어져 사망한 것처럼 작성됐으나 실제로는 사망하지 않은 이들도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일본군이 정부에 잘 보이기 위해 사망자로 분류해놓고 산 사람을 죽은 사람으로 취급했던 것으로 볼 수 있는 대목이다.

명단 중에는 태평양전쟁희생자광주유족회가 1992년 일본정부를 상대로 제기한 일명 ‘광주천인소송’ 원고 23명도 포함돼 있었다.

다케우치씨는 이날 ‘반도공원 퀘젤린(콰잘레인)·루오트 옥쇄자(玉碎者) 명부’와 ‘괌(Guam) 옥쇄자 명부’ 중 전남 출신이 동원된 현황도 공개했다.

명부상 마셜 제도 콰잘레인환초 등지에 강제동원된 피해자 677명 중 다수가 전남, 경기, 경상도에서 동원된 것으로 기록돼 있었다.

또 괌 지역에 동원됐다가 사망한 조선인 96명 중 75명이 전남 출신인 점도 확인됐다.

다케우치씨는 해당 자료들이 일본에서 오랫동안 은폐됐다가 최근에서야 공개됐다는 점에서 여전히 강제동원과 관련해 진상 규명해야 할 대상이 많이 남아있다는 지적을 내놨다.

다케우치씨는 “식민주의의 극복을 위해 온전한 진상규명, 유골 반환, 정신계승 등이 이뤄져야 하고, 일본이 관련 자료의 전면적인 공개가 우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국언 일제강제동원시민모임 이사장은 “광복 80주년이지만 여전히 현재진행형 문제”라며 “일본 정부가 자료를 은폐한 실태를 보여준다. 지금이라도 제대로된 진상규명 등 조치가 이뤄져야한다”고 말했다.

/글·사진=양재희 기자 heestory@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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