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전당서 5·18을 분리한다니 제정신인가
2025년 06월 13일(금) 00:00
문화체육관광부가 국립아시아문화전당(ACC)의 핵심 공간인 민주평화교류원의 운영 주체를 행정안전부나 보훈부로 변경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어 논란이다. 민주평화교류원은 ACC를 구성하는 6개원 중 하나로 옛 전남도청 본관·별관, 상무관 등 5·18민주화운동 6개 사적지를 아우른 공간이다. 무엇보다도 ACC의 정체성이자 아시아문화 교류·거점을 표방한 ACC의 존립 근거가 되는 시설이다.

5·18 최후 항전지인 민주평화교류원(민평)을 분리 운영하겠다는 것은 광주정신을 문화와 예술로 승화해 세계에 전파하겠다는 ACC의 설립 취지를 정면으로 부정하는 것이다. 문체부의 계획은 그제 열린 ‘옛 전남도청 복원 건물 명칭 및 운영 방안 토론회’에서 공개됐다. 이 자리에서 문체부는 용역 수행 회사를 통해 민평 분리 방침을 은연중에 공개했다 반발을 샀다. 민평 복원작업 과정에서 5·18 사적 훼손 논란을 부른 문체부가 이 참에 골치 아픈 시설 운영에서 손을 떼겠다는 의도를 드러낸 것으로 보인다.

토론회 자리에서 5월단체들은 민평을 분리해 행안부로 이전해 줄 것을 요청했는데 문체부의 꼼수에 놀아나는 것으로 지역 내 분열을 초래하지 않을까 우려스럽다. 국가폭력을 담당하는 행안부가 운영할 경우 5·18사적지 관리에도 좋다는 것이 5월단체의 주장이지만 자신들이 중심이 돼 설립한 법인을 옛 전남도청 복원 건물 운영 특수법인으로 해야 한다는 요구로 볼 때 순수성을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

민평은 한강 작가의 소설 ‘소년이 온다’의 주인공이 꽃다운 목숨을 바친 민주주의 상징과도 같은 곳으로 ACC의 정체성을 담고 있다. 분리 운영하는 것은 민주·인권·평화라는 ‘광주정신’을 아시아에 전파한다는 ACC의 설립 취지에도 맞지 않다. 더 이상 논란을 키워 지역 분열을 조장하는 일이 없기를 바란다.
이 기사는 광주일보 홈페이지(kwangju.co.kr)에서 프린트 되었습니다.

URL : http://www.kwangju.co.kr/article.php?aid=1749740400785263074
프린트 시간 : 2025년 06월 15일 04:32: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