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굿모닝 예향] 멋과 맛 함께, 남도유람-신안 여행
싸목싸목, 1004개의 매력 속으로
분재공원·황해박물관·미술관·퍼플섬…
영국·덴마크 작가 등 참여 ‘예술의 섬’
섬마다 개성 불어넣어 매력이 넘친다
2025년 06월 09일(월) 18:20
암태도 기동삼거리에서 만날 수 있는 ‘동백 파마머리’ 벽화.
보석같이 흩뿌려진 신안의 ‘1004 섬’들은 개성적인 결을 갖는다. ‘1도·1뮤지엄’과 ‘1섬·1테마정원’ 사업에 따른 결과다. 수선화와 튤립, 목련, 새우란, 라벤더 등 봄꽃 축제가 잇따라 열린데 이어 6월 20~29일에는 섬 수국축제가 열린다. 여름이 시작되는 길목, 신안의 자연과 문화를 만끽해보자!

보라색 아스타국화가 만개한 ‘퍼플섬’.
올라퍼 엘리아슨 작가가 도초도 수국정원 정상에 설치한 작품 ‘숨결의 지구’.
◇압해도 ‘1004섬 분재공원’과 ‘황해교류박물관’

‘유네스코 생물권 보전지역 신안’, ‘천사섬의 시작 압해읍’. 신안군 압해읍 송공교차로에 세워진 입간판 문구다. 신안군과 압해읍의 정체성을 한마디로 압축해 보여준다. 압해라는 지명은 ‘섬의 지세가 삼면으로 퍼져 바다(海)를 누르고(押) 있는 형국’에서 유래했다. 압해도는 지난 2008년 압해대교가 놓이며 목포와, 2013년 ‘김대중 대교’ 개통에 따라 무안 운남과 각각 연륙됐다.

압해읍 ‘1004섬 분재정원’으로 발길을 돌린다. 바닷가 남녘 정원은 초록기운을 한껏 품고 있다. 암석원내 폭포 소리가 시원하다. 폭포 주변 연못은 그림같은 풍경을 선물하고 야생화 꽃밭에는 알록달록 꽃들이 방문객을 맞이한다. 여름에는 2000만 송이의 맥문동 꽃이 만개해 보랏빛 물결을 이룬다.

‘주목나무’(수령 1800년·2000년)와 ‘소사나무’(수령 260년) 분재가 발길을 멈추게 한다. 나무 모양과 크기도 보는 이를 압도하지만 인간의 한 살이와 비교할 수 없는 나무의 유구(悠久·아득하게 오램)한 시간에 거듭 놀란다.

지난 2014년 3월 개관한 ‘저녁노을 미술관’은 이름만으로도 빙그레 미소를 짓게 한다. 내부에 들어서면 신안 출신 우암(愚岩) 박용규 화백의 다채로운 한국화 대작 작품들을 볼 수 있다.

지난 2월 문을 연 ‘황해교류박물관’은 지상 3층 규모의 거대한 배 형상을 하고 있다. 신안 앞바다에서 발굴된 ‘신안선’을 모티브로 했다. 1층은 황해 역사를 보여주는 상설 전시실, 2층은 기획전시실, 3층은 신안 김을 디자인 콘셉트로 꾸민 카페로 활용된다.

1층은 ‘황해에 쌓인 연(緣)’을 테마로 황해를 중심으로 한 신안의 역사문화를 한눈에 보여준다. 2층 기획전시실에서는 ‘문화교류의 창, 황해’ 전시가 열리고 있다. 백제에 불교를 전한 마라난타, 동아시아 교역을 주도한 장보고, 서해를 제패한 능창, 남종 문인화를 이끈 소치 허련, 유배 중에 예술의 꽃을 피운 우봉 조희룡 등 황해와 관련된 문화를 녹여낸다.

황해를 중심으로 역사·문화교류의 흐름을 보여주는 ‘황해교류 박물관’ 2층 기획전시실.
◇자은 ‘1004 뮤지엄파크’와 보라 빛깔 ‘퍼플섬’

눈앞에 바다를 가로질러 시원스레 뻗어있는 직선을 상상해보라. 육지라면 좀처럼 만날 수 없는 반듯한 선이다. 바탕은 온통 파란 빛깔의 바다와 하늘뿐.

바다에는 섬들이 점점이 떠있다. 압해읍을 경유해 ‘천사대교’에 들어서면 왠지 무한의 공간 속으로 들어가는 듯한 느낌을 받는다. 섬에 들어서면 육지의 ‘빨리 빨리’가 아닌 섬이 품은 ‘싸목싸목’ 느림의 미학에 몸과 마음을 열어야 한다.

지난 2019년 4월 ‘천사대교’가 개통되면서 자은도·암태도·팔금도·안좌도로 손쉽게 가는 길이 열렸다. 전체길이 10.8㎞, 다리 길이만 무려 7.22㎞이다. 과거 섬 주민들은 인접한 섬과 섬을 잇기 위해 수많은 돌들을 갯벌에 던져 넣어 징검다리 같은 ‘노둣돌’을 놓았다. 지금의 해상교량은 현대판 ‘노둣돌’이다.

남북 방향으로 놓인 자은도·암태도·팔금도·안좌도는 섬마다 고유의 결을 갖고 있다. 안좌도는 수화(樹話) 김환기 화백의 고향이며, 보라색 꽃들로 유명한 ‘퍼플섬’(반월도·박지도)을 거느리고 있다.

암태 기동삼거리는 여행자의 ‘포토 존’ 역할을 톡톡히 한다. 문병일 할아버지·손석심 할머니 노부부의 ‘동백 파마머리’ 벽화가 담벼락에 그려져 있기 때문이다. 자은도 유각마을 입구 축대 벽면에도 동백·단감·벚꽃 파마머리 벽화가 그려져 있어 눈길을 끈다.

4개 섬 가운데 가장 상단에 자리한 자은도는 국내에서 12번째로 큰 섬이다. 섬 서쪽은 모래해변, 동쪽은 갯벌이다. 둔장마을 마을회관을 리모델링한 ‘둔장마을 미술관’은 아담한 문화공간이다. 또한 둔장 해변 인근은 먼나무와 애기동백, 서양호랑가시나무 숲길로 꾸며져 있다.

해변에서 ‘무한의 다리’를 이용해 할미도와 구리도 앞까지 갈 수 있다. 총길이 1004m로, 무한대(∞)를 내포하는 ‘섬의 날’(8월 8일) 제정을 기념하기 위해 만들어진 보도교이다.

이와 함께 자은도는 복합문화관광단지인 ‘1004 뮤지엄파크’를 품고 있다. ‘세계조개박물관’을 비롯해 ‘수석미술관’, ‘수석정원’, ‘새우란전시관’, ‘도서자생식물 연구센터’, ‘다도해 자연휴양림’ 등으로 구성돼 있다.

지난 2021년 유엔 세계관광기구(UNWTO)에서 ‘세계 최우수 관광마을’로 선정한 ‘퍼플섬’은 라벤더(6월)와 버들마편초(9월), 아스타국화(10월) 등으로 보라색 꽃물결을 이룬다.

하늘에서 바라본 암태도 오도 선착장(왼쪽)과 압해도~암태도를 연결하는 연륙교 ‘천사대교’. 앞쪽 섬은 낙오도이다.
◇보석 같은 섬들…‘순례자의 섬’· ‘예술의 섬’

신안을 포함한 서남해에 보석같이 아름다운 섬들이 흩뿌려져 있다. 전국 섬 개수의 3분의 1을 차지하는 무려 1025개(유인도 72, 무인도 953개)이다. 여기에서 착안해 신안군은 ‘천사(1004)섬’이라는 지역 브랜드를 창출했다. 그리고 ‘1섬·1뮤지엄’이라는 아트 프로젝트를 비롯해 ‘1섬1정원’, ‘1섬1카페’ 프로젝트를 추진해 섬마다 개성을 불어넣었다. 게다가 임자도와 암태도 등지에 해상대교가 놓이면서 여행자 누구나 맘만 먹으면 신안 ‘1004 섬’을 방문할 수 있게 됐다.

민어와 새우젓으로 유명한 임자도는 곽재구 시인의 시 ‘전장포 아리랑’ 무대이다. 조선 후기 매화도에 능했던 우봉(又峰) 조희룡(1789~1866)의 유배지이기도 하다. 대광해수욕장에 우봉 매화도 등을 볼 수 있는 ‘조희룡 미술관’이 자리하고 있다.

우봉의 서사를 바탕으로 임자도는 ‘홍매화의 섬’으로 탈바꿈했다. 지난 3월 6일부터 9일까지 임자도 ‘1004 튤립·홍매화정원’에서 ‘제1회 섬 홍매화 축제’가 열렸다. 정원에는 홍매와 백매 등 2700여 그루의 매화가 식재돼 있다.

임자도는 ‘튤립의 섬’이다. 앞서 섬 전체가 모래흙으로 이뤄진 토질을 활용해 튤립 구근을 키우는 재배지로 자리 잡았다. 그리고 마치 네덜란드에 와있는 듯한 백만 송이 튤립 풍광을 볼 수 있는 봄꽃대향연장으로 발돋움했다.

기점·소악도는 일명 ‘섬티아고’라고 불린다. 신안 ‘섬’과 스페인 ‘산티아고’를 합친 신조어다. 여느 섬들과 다름없었던 기점·소악도에 12개의 공공미술 건축물이 들어서면서 ‘순례자의 섬’ 이라는 애칭을 얻었다. 대기점도와 소기점도, 소악도, 진섬, 딴섬 등 5개의 섬들을 도보나 자전거를 이용해 순례할 수 있다.

비금·도초도는 세계적인 작가들의 손에서 ‘예술의 섬’으로 탈바꿈 중이다. 도초도 수국정원 정상에는 덴마크 출신 설치미술가 올라퍼 엘리아슨(Olafur Eliasson) 작가의 작품 ‘숨결의 지구’(Breathing Earth Sphere)가 새롭게 조성, 지난해 11월 문을 열었다.

직경 8m의 공 모양 개방형 돔과 용암석 재질의 기하학적 타일로 뒤덮은 동굴로 구성된 대지 설치작품으로, 신안군이 추진하는 ‘1섬·1뮤지엄 프로젝트’의 첫 번째 결실이다.

비금도에는 영국 출신 조각가 앤터니 곰리(Anthony Gormley)의 ‘바다의 미술관’이 설치될 예정이다. 비금도 원평해변 일대에 38개의 큐브 구조물로 이뤄진 ‘엘리멘털’(Elemental)이라는 제목의 작품이 설치된다.

/글=이보람 기자 boram@kwangju.co.kr

/사진=최현배 기자 choi@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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