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 시내버스 파업 재개…출근길 시민들 ‘불편’
평소보다 30~40분 지연 도착…택시나 다른 노선 이용
노조, 임금·정년 문제로 준법운행 전환 후 전면파업 돌입
2025년 06월 09일(월) 10:50
광주 시내버스 노조가 파업을 재개한 9일 오전 광주시 동구 학동증심사입구역 정류장에서 시민들이 버스를 기다리고 있다. /양재희 기자 heestory@kwangju.co.kr
광주 시내버스 노조가 9일 전면 파업을 재개하면서 시민들이 출근·등굣길에 불편을 겪었다.

이날 새벽 5시 30분께 동구 학동증심사입구역 정류장에는 첫 차를 타려는 시민들이 10여명 넘게 모여들었다.

배차 간격이 10여분 안팎인 버스 노선이 평소보다 30~40분씩 늦게 도착하는 등 지체되자 시민들은 휴대전화 앱과 버스 도착정보 안내판을 연거푸 확인하며 발만 동동 구르고 있었다. 지각할까 봐 급하게 택시나 지하철을 타러 뛰어가는 시민도 적지 않았다.

뒤늦게 버스 정류장에 붙은 ‘시내버스 파업 운행 지연 안내문’을 보고 “오늘도 파업할 줄은 몰랐다”고 한숨을 쉬는 시민들도 있었다.

김정숙(여·70)씨는 “09번이 안 와서 이상하다 했더니 파업이란다. 첫 차는 제대로 보내줘야지 시민들 불편 초래해서 되겠느냐. 아르바이트 지각할까 봐 걱정된다”며 “하루 벌어 하루 먹고 사는데 택시는 어떻게 타냐. 좀 돌아가더라도 51번이나 다른 버스 타야겠다”고 말했다.

양승남(57)씨는 30분 가까이 버스를 기다리다 결국 오전 6시께 택시를 탔다. 양씨는 “오늘도 파업하는 줄 몰랐다. 첫 차 시간대는 배차 간격을 줄이든가 최대한 정상 운행하게끔 해줘야 하지 않느냐”며 “매일 택시 탈 수도 없고 파업 장기화되면 시민들의 불편만 가중시키고 있다”고 혀를 찼다.

오전 7시 30분께 남광주역 정류장에도 30여 명의 시민이 몰려들어 오지 않는 버스를 애타게 기다리고 있었다.

이날 배차 간격 9~14분인 봉선37번 버스는 전광판에 ‘46분 후 도착’까지 늦춰지기도 했다. 박채연(여·31·봉선동)씨는 “평소보다 30분 일찍 나왔는데도 버스를 20분 넘게 기다렸다”며 “어떤 노선은 전광판에 안 떠서 결국 다른 노선 찾느라 우왕좌왕했다”고 했다.

담양군으로 통학하는 노모(18)군은 “오늘은 평소보다 40분 더 이른 새벽 5시에 일어나서 버스를 타러 나왔는데, 여전히 버스 환승이 힘들다”며 “지난 5일 파업 때는 버스 안 와서 아빠가 데려다주셨는데, 오늘은 달리 태워줄 사람도 없으니 꼼짝없이 지각하게 생겼다”고 말했다.

정보취약계층인 노인들은 파업 사실을 모르다가 뒤늦게 상황을 파악하고 당황하기도 했다. 가격 부담에 택시를 탈 여력이 없어 하염없이 버스를 기다릴 수밖에 없는 이들도 적지 않았다.

같은 시각 남구 대성여고 정류장에서 버스를 기다리던 한정심(여·80)씨는 “식당 일하러 일찍 나왔는데, 정류장 안내문 보고 깜짝 놀랐다”며 “우리 같은 사람은 다리 아파서 걸어가지도 못하고. 언제까지 할지 모르겠다”고 걱정을 표했다.

배정심(여·65)씨도 “버스가 안 와서 하염없이 기다리다 주변 사람들 얘기 듣고 파업하는 줄 알았다”며 “정류장에 와서 도착 예정 시간을 봐야 얼마 남은지 아는데 밑도끝도 없이 기다려야 해서 힘들다”고 전했다.

광주 시내버스 노조는 지난 5일 임금·정년 문제로 전면파업에 돌입했다가 준법운행으로 전환한 후 사측이 협상안을 제시하지 않자 이날부터 다시 전면파업에 나섰다. 광주 시내버스의 파업은 지난 2014년 6월 광주 시내버스 583대가 멈춘 뒤 11년 만이다.

노조는 임금 8.2% 인상과 정년 65세 연장을 요구하고 있다.

광주시는 비노조원 운전기사 등을 투입해 운행률 80%대를 유지한다는 방침이다.

오전 8시 기준으로 기존 운행하던 1041대의 시내버스 중 887대가 투입돼 운행률은 88.7%를 보였다. 97개 노선 중 51개 노선은 정상 운행, 46개 노선은 운행 횟수가 줄어들었다.

/김진아 기자 jinggi@kwangju.co.kr

/양재희 기자 heestory@kwangju.co.kr
이 기사는 광주일보 홈페이지(kwangju.co.kr)에서 프린트 되었습니다.

URL : http://www.kwangju.co.kr/article.php?aid=1749433800785089006
프린트 시간 : 2025년 06월 10일 05:44: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