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도 ‘멋있게 줍는 중’ 입니다
멋있게 차려입고 쓰레기를 줍는 업사이클링 브랜드 김준웅 대표
플로깅과 패션을 엮어낸 실험…2년째 이어지는 거리 위 프로젝트
2025년 05월 24일(토) 14:00
충장로 골목 일대에서 플로깅 활동 중인 김준웅씨
전남대 후문과 충장로 일대를 걷다 보면 허리춤에 쓰레기봉투를 걸친 채 골목을 누비는 청년이 눈에 띈다. 겉보기에 멋지게 차려입은 그는, 좋아하는 의류직을 계속하기 위해 환경과 관련된 독특한 도전을 시도한다. 본업은 의류 편집숍 직원. 그의 일상은 곧 환경 운동이고 브랜드 기획이다. ‘리팩커’라는 업사이클링 브랜드를 운영 중인 김준웅(30)씨는 의류뿐 아니라 환경도 트렌디하게 이끈다.

김씨는 중학교 시절 떨어진 외적 자신감을 옷을 통해 만회했다. 그에게 옷은 ‘이미지 메이킹’의 중요한 요소였다. 그런 관심을 바탕으로 전남대 의류학과에 진학했고 졸업을 앞두고 여러 진로의 방향성을 고민하다가 광주의 한 편집숍에 취직했다. 근무를 하다 보니 의류업계 실상이 한눈에 들어왔다. 흥행되지 않는 브랜드는 시즌오프 되거나 폐기되는 경우가 많다는 사실을 알았다. 좋아하는 일을 지속하기 위해 의류 체계 자체를 다른 시각으로 접근해야 할 필요성을 느낀 것이다. 그렇게 플로깅은 시작됐다.

그는 전남대 근처, 충장로 골목을 시작으로 쓰레기를 수거하며 “버스로 지나가면서 보는 쓰레기와 직접 플로깅을 하는 건 완전히 다른 문제였다”면서 “실제 환경문제의 실상을 마주하니 화도 나고 답답했다”고 말했다.

또 “이런 문제가 비단 사람들만의 탓은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며 상가나 상인들의 인식 개선과 관련 법안 마련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플로깅 활동을 규모 있게 키우지 않은 이유는 정치적인 시각을 배제하기 위해서다.

플로깅을 자율적으로 한다는 김 씨는 “누군가를 통솔하며 봉사활동을 하게 된다면 책임감과 강박이 생겨 본업에 지장이 생길 것 같다”며 “자발적으로 플로깅을 시작한 것처럼 누군가에게 강요하고 싶지 않다”고 말했다.

김준웅씨의 가방 브랜드 ‘리팩커’ 제품 <김준웅씨 제공>
1주나 2주에 한 번씩 쓰레기를 줍는 일이 일상이 되자, 김씨는 자신이 가진 ‘옷에 대한 관심’과 ‘환경문제 해결’ 사이의 접점에 대해 고민하게 됐다. 도시 생활자들이 일상 속에서 실천할 수 있는 ‘멋’이 필요하다고 느꼈고 그렇게 ‘리팩커’가 탄생했다.

리팩커는 ‘백팩과 종량제 봉투의 규격이 같다’는 점에서 착안했다. 일상 속 플로깅에 적합한 디자인이 필요했던 그는 종량제 10ℓ 크기를 기준으로, 아웃도어 가방의 기능성과 디자인을 결합한 플로깅용 가방을 제작했다. 이 가방은 폐플라스틱 원단을 활용하는 ‘Project 1907’의 플라텍스 원단으로 만들어지며 여기에 더해 오염이 심해 재판매가 어려운 빈티지 의류를 해체·재조합해 새로운 옷을 만들기도 한다. 봉제선이 다소 비뚤거나 오염이 일부 남은 흔적 같은 ‘완벽하지 않음’조차도 디자인의 일부로 받아들인다.

그는 지속적인 활동을 위해선 수익 모델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리팩커 외에도 동명동에 빈티지숍을 개업할 계획이다. 실천과 멋, 환경과 옷 사이의 균형을 찾기 위한 시도는 앞으로도 계속될 예정이다.

/글·사진 = 정경선 인턴기자 redvelvet2761@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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