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O쇼’ 기승에도 ‘NO대책’…한숨만 나오는 자영업자
경찰 특별경보 발령에도 대선·금호타이어 화재 등 이슈 들어 잇단 사기
고급 양주 대리결제 유도 2400만원 갈취하고 방화복 구매 요청 후 잠적
공무원 사칭 유사 사기 피해 민원도…피해 빈발 속 “잘 주의하라” 경고 뿐
2025년 05월 21일(수) 19:38
<AI로 생성된 자료 이미지>
광주·전남지역에서 자영업자를 대상으로 한 ‘노쇼(No-show) 사기’ 범죄가 잇따르고 있다. 정치인이나 공무원 등을 사칭해 신뢰를 쌓은 뒤 물품 대리 구매를 유도하고 돌연 연락을 끊는 방식으로, 피해자는 속수무책으로 당하고 있다.

경찰은 지난달 ‘노쇼 특별경보’를 발령하면서 자영업자들 스스로 조심하라고 당부하는 수준의 소극적인 입장을 취하는 게 고작이라 잇따르는 피해 사례를 고려하면 보다 적극적으로 대응책을 마련해야한다는 지적이다.

광주광산경찰은 최근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 후보 캠프를 사칭해 식당 업주에게 고급 양주 대리 결제를 유도한 뒤 2400만원을 가로챈 사건을 수사 중이다.

피해 업주는 지난 17일 이 후보 등 캠프 관계자들과 저녁 식사를 하러 가겠다는 18일 예약전화를 받고 음식을 준비하던 중 ‘이 후보가 평소 좋아하는 고급 양주 3병을 준비했어야 했는데 못했다’면서 주류는 개인이 구매할 수 없으니 식당에서 대신 구매해 준비해주면 돈을 지급하겠다며 특정 업체의 연락처와 계좌번호를 알려줘 통화 뒤 믿고 송금했는데 연락을 끊었다고 경찰에 설명했다.

업주는 양주 3병 값으로 2400만원을 계좌이체했는데, 다음날 “일정 변경으로 방문이 어렵다. 돈은 곧 입금해주겠다”는 예약자 연락이 왔고 A씨는 그제야 이재명 후보 공식 일정과 다르다는 점을 확인하고 경찰에 진정을 접수했다.

같은 날 금호타이어 광주공장 화재 현장을 사칭한 ‘노쇼’ 사기 피해도 발생했다.

18일 정체불명의 인물이 남구 식당에 전화를 걸어 “음식을 포장해가겠다”고 김치찜 등 15인분 상당의 메뉴를 주문했으나, 정해진 시간까지 나타나지 않았다. 이후 해당 인물은 다시 전화를 걸어 “곧 도착한다”는 말과 함께 방역복을 대신 구매해달라고 요청했으나, 업주는 수상함을 느끼고 실제 구매는 하지 않고 경찰에 신고했다.

여수시청에도 비슷한 유형의 사기 민원이 접수됐다. 한 민원인은 “여수시청 총무과 주무관이라는 사람으로부터 심장 제세동기(AED) 대리 납품 요청을 받았다”며 시청 총무과를 찾아 확인을 요청했다. 문자로 받은 명함에는 존재하지 않는 직원 이름과 부서명이 적혀 있었고, 아직 금전 피해는 발생하지 않았지만 시청 측은 공무원 사칭 사기로 판단하고 대응에 나섰다.

사칭자는 “예산 문제로 특정 업체를 통해 물품을 대신 구매해달라”고 요청한 것으로 확인됐다. 여수시는 내부 전 직원에게 팝업 공지와 함께 시청 홈페이지에 피해 주의를 알리는 경고문을 게시했다.

광주시도 지난 20일 광주 시청을 사칭한 ‘노쇼 사기’가 발생함에 따라 소상공인 대상 주의보를 발령하고 모니터링을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광주경찰청이 올 들어 집계한 월별 노쇼 사건 접수 건수는 1월 1건, 2월 4건, 3월 2건, 4월 54건, 5월에는 지난 14일 기준 23건에 이른다. 경찰 경보 발령에 앞서 집계한 지난 4월 20일 기준 노쇼 사건이 31건으로 경보 발령 이후 46건의 피해가 발생했다. 전남경찰청도 올해 1월부터 3월까지 2건의 ‘노쇼 사기’ 가 발생한 것과 달리, 4월 21건, 5월 4건 등 27건이 잇따랐다.

경찰이 지난달 25일 ‘노쇼 특별경보’를 발령한 뒤에도 ‘노쇼’ 피해가 잇따르면서 경찰의 특별경보가 무색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특별경보’ 발표만 해놓고 정작 피해 예방이나 신속한 검거를 위한 대책은 내놓지도 않으면서 생색내기만 하고 있다는 비판도 제기된다.

김형 광주시 소상공인연합회 사무국장은 “최근의 사기 수법은 사회의 공공 이슈를 교묘히 이용해 불경기 자영업자의 절박함을 파고드는 신종 범죄”라며 “피해가 확산되지 않도록 금융기관과 제도적 대응책 마련이 시급하다”고 덧붙였다.

/김진아 기자 jinggi@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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