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돌길 위에서 무등의 정신 이어갑니다”
[굿모닝예향]2025 광주 방문의 해, 무등산에 오르다- 무등산무돌길협의회
무등산 정신·역사적 상징 담은 51.8㎞
무돌길은 5·18 정신이자 광주 정신 담아
광주 동구~북구~전남 화순~담양을 연결
1987년 무등산보호단체 협의체 결성
유네스코 세계지질공원 지정 등 성과
무돌길협의회도 환경 실천운동 전개
무등산 정신·역사적 상징 담은 51.8㎞
무돌길은 5·18 정신이자 광주 정신 담아
광주 동구~북구~전남 화순~담양을 연결
1987년 무등산보호단체 협의체 결성
유네스코 세계지질공원 지정 등 성과
무돌길협의회도 환경 실천운동 전개
![]() 무돌길협의회가 매달 진행하는 ‘무등백경탐방포럼’. <무등산무돌길협의회 제공> |
무등산 자락을 따라 51.8㎞를 걷는 길, 무등산을 지키고 그 정신을 잇기 위한 시민들의 발걸음이 이어지고 있다. 이 길을 만들고 그 길을 통해 무등산의 역사와 민주화의 정신을 전하고자 하는 모임이 있다. 사단법인 무등산무돌길협의회다. 지난 10일, 제4회 전국무등산무돌길완주대회를 성공적으로 개최한 무돌길 김인주 상임의장의 목소리에는 무돌길에 대한 자부심과 깊은 애정이 담겨 있었다.
“무등산을 사랑하는 사람들의 손으로 만들어진 이 길은 단순한 트레킹 코스가 아닙니다. 그 길 위에는 광주의 역사와 시민정신, 그리고 자연에 대한 사랑이 녹아 있다는 것을 알아야 합니다.”
무등산은 시대에 따라 다양한 이름으로 불려왔다. 백제 시절의 무진악, 신라 시대의 무악, 고려 시대엔 서석산으로 불렸고 지금은 무등산이라 불린다. 그중에서도 가장 오래된 이름은 마한 시대에 불린 ‘무돌뫼’다.
‘무돌’은 크고 둥글며 웅장한 바위산을 뜻하고, ‘뫼’는 순우리말로 산을 의미한다. 무등산이 주는 위엄과 포용, 깊은 어머니의 품 같은 이미지를 담은 이름이다.
이같은 무등산의 정신과 역사적 상징성을 담아 무등산 자락을 한 바퀴 도는 51.8km의 순환길이 탄생했으니, 그 이름이 ‘무돌길’이다.
무돌길의 길이는 51.8㎞. 1980년 5월, 광주 시민이 싸웠던 민주화의 정신을 기리기 위한 상징적인 숫자다. 김 의장은 “무돌길의 정신은 곧 5·18 정신이고, 5·18 정신은 광주 정신이며, 광주 정신은 무등 정신”임을 강조하며 무돌길을 걷는 것만으로도 역사를 체험할 수 있다고 이야기한다.
무돌길은 광주 동구와 북구, 전남 화순과 담양을 연결하는 48개 마을을 잇는다.
광주 북구 각화마을에서 무등산 자락을 둘러 광주역까지 이어진 이 길은 2015년 처음 개통됐지만 당시엔 아직 순환이 완성되지 않은 상태였다. 그로부터 5년 뒤, 북구 구간 8.2㎞가 완성되며 총 거리 60㎞의 순환형이 완성됐다. 이 마지막 구간은 ‘무돌 완성길’이라 불린다.
1길부터 4길까지는 광주 북구 구간이다. 각화마을-신촌마을-등촌마을-배재마을-금정촌-금곡리-평촌리-동림마을을 잇는 11.5㎞ 길이다. 4길부터 7길까지는 담양 구간이다. 반석마을-연천리-산음-정곡리-경상리-무동리까지 6.5㎞가 이어진다.
7길에서 12길까지는 화순 구간으로 송계마을-서동마을-용강마을-영평리-장복마을-안심리-수만리-만수동-중지마을까지 18㎞ 길이다. 12부터 15길까지는 광주 동구 구간 15.8㎞다. 용연마을-선교마을-광주천-남광주 역사-푸른길-광주역으로 이어진다. 광주역에서 전남대정문-용봉민주길-전남대북문-오치굴다리-천지인길-오치동-무흥동성당-각화마을까지는 무돌 0길로 무돌 완성길이기도 하다.
무돌길은 하루아침에 생긴 길이 아니다. 1980년대 김인주 의장이 시작한 무등산 살리기 시민운동으로부터 시작된다.
“당시엔 환경보호 이야기를 해도 아무도 귀 기울이지 않았습니다. 우리가 산을 다니며 쓰레기를 줍고 교육하면서 시민 의식도 서서히 바뀌어간거죠. 전남대학교 산악부 출신으로 50여 년 전부터 무등산을 배우며 무등산 사랑이 시작됐다는 김 의장은 각종 난개발과 관광지 개발로부터 무등산을 지키는데 앞장서기 시작했다. 1982년 무등산 일주도로 개설 당시, 학생들과 함께 포크레인 앞에 드러누워 공사를 막아냈던 기억도 떠올렸다. “무등산의 허리를 자를 수는 없었죠. 그건 우리의 정체성을 자르는 일이었어요.”
1987년에는 무등산보호단체협의회를 창립하며 본격적으로 무등산 살리기 운동을 시작했다. 이 운동은 무등산을 지키기 위한 시민들의 자발적인 참여로 전국적인 확산을 이끌었다. 그 결과 무등산은 2012년 국립공원 지정, 2014년 국가무등산권지질공원 지정, 2018년 유네스코 세계지질공원으로 지정되며 환경운동 성공 모델이 됐다.
이 운동의 다음 단계로 ‘무돌길’이 태어났다. 2015년 무돌길협의회가 창립되었고, 2017년 사단법인 허가를 받았다. 무등산무돌길협의회는 단순한 걷기 코스를 넘어 무등산과 민주정신, 생태 환경을 잇는 시민 실천 운동을 전개한다.
“무돌길은 무에서 유를 만들어가는 과정입니다. 자연은 우리에게 많은 걸 주지만, 우리는 그것을 지키기 위해 스스로 나서야 할 책임이 있습니다. 소수에서 대중으로 나아가는 시민운동은 자발성이 생명입니다.”
김 의장은 무돌길이 지구촌 민주화운동의 성지순례길이 되길 꿈꾼다. 이를 위한 대표적인 활동이 무돌길 완주대회다. 2022년부터 개최된 ‘전국무등산무돌길완주대회’는 무돌길을 걷는 사람들의 발걸음을 이어주는 축제가 되었다.
올해 대회는 지난 5월 10일 열렸다. 각화마을에서 광주역까지 51.8㎞를 걷는 완주 코스, 동구(13㎞)·화순(23㎞)·담양(33㎞)·북구(43㎞)를 중심으로 한 하프 코스, 무돌길 15길인 5·18 사적지를 걷는 코스 등으로 나뉘어 운영됐다.
참가자 숫자에도 의미를 담았다. 완주(하프 포함) 코스는 518명, 사적지 코스는 무등산의 높이(1187m)를 반영한 1187명을 모집했다. 접수는 단 한 달 만에 마감될 만큼 열기가 뜨거웠다.
해설사가 동행해 구간의 역사와 지명, 환경적 가치를 설명해주는 것도 무돌길 완주대회만의 특징이다. 단순한 ‘걷기’가 아닌, 배움과 체험이라는 특별한 시간이 될 수 있다. 무돌길은 접근성이 좋은 동시에 탈출구도 많기 때문에 길 안내와 가치 전파를 겸한 해설 서비스는 참가자들에게 큰 호응을 얻고 있다.
무돌길협의회는 완주대회 외에도 다양한 활동을 펼치고 있다. 길을 돌며 지역 역사와 문화를 배우는 시민대학인 ‘무돌길 문화대학’, 전문 해설사를 양성하는 ‘무돌길 해설봉사단’, 매월 회원과 함께하는 탐방 프로그램 ‘무등백경탐방포럼’, 무돌길의 가치를 확산시키는 ‘전국 서포터즈’ 운영도 있다.
무돌길 탐방중에는 탐방객 안전과 자연 보존을 최우선으로 고려해야 한다. 출발 전 충분한 준비운동을 통해 탐방 중 발생할 수 있는 근육경련이나 부상을 예방하도록 한다. 편안한 트레킹 복장과 신발, 모자, 선크림을 준비하고 충분한 물과 간식을 챙겨 탈수나 저혈당을 예방해야 한다. 탐방 중 쓰레기를 남기지 않고 식물이나 동물의 서식지를 훼손하지 않도록 주의해야 하는 것도 필수다.
“무등산은 다양한 동식물이 서식하고 있는 생태계의 보고입니다. 경관도 빼어나죠. 정상에 서보면 압도적인 풍경이 펼쳐집니다. 전국은 물론 세계 많은 산을 다녀봤지만 무등산 만큼 아름다운 산을 본 적이 없습니다. 자랑스러운 무등산을 둘러볼 수 있는 무돌길은 우리 세대의 선물입니다. 무돌길이 지구촌 민주화 운동의 성지로서 그 정신과 목적에 맞게 이어질 수 있도록 다음 세대가 계속해서 걸어가길 바랍니다.”
/이보람 기자 boram@kwangju.co.kr
무등산은 시대에 따라 다양한 이름으로 불려왔다. 백제 시절의 무진악, 신라 시대의 무악, 고려 시대엔 서석산으로 불렸고 지금은 무등산이라 불린다. 그중에서도 가장 오래된 이름은 마한 시대에 불린 ‘무돌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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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돌길의 길이는 51.8㎞. 1980년 5월, 광주 시민이 싸웠던 민주화의 정신을 기리기 위한 상징적인 숫자다. 김 의장은 “무돌길의 정신은 곧 5·18 정신이고, 5·18 정신은 광주 정신이며, 광주 정신은 무등 정신”임을 강조하며 무돌길을 걷는 것만으로도 역사를 체험할 수 있다고 이야기한다.
무돌길은 광주 동구와 북구, 전남 화순과 담양을 연결하는 48개 마을을 잇는다.
광주 북구 각화마을에서 무등산 자락을 둘러 광주역까지 이어진 이 길은 2015년 처음 개통됐지만 당시엔 아직 순환이 완성되지 않은 상태였다. 그로부터 5년 뒤, 북구 구간 8.2㎞가 완성되며 총 거리 60㎞의 순환형이 완성됐다. 이 마지막 구간은 ‘무돌 완성길’이라 불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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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길에서 12길까지는 화순 구간으로 송계마을-서동마을-용강마을-영평리-장복마을-안심리-수만리-만수동-중지마을까지 18㎞ 길이다. 12부터 15길까지는 광주 동구 구간 15.8㎞다. 용연마을-선교마을-광주천-남광주 역사-푸른길-광주역으로 이어진다. 광주역에서 전남대정문-용봉민주길-전남대북문-오치굴다리-천지인길-오치동-무흥동성당-각화마을까지는 무돌 0길로 무돌 완성길이기도 하다.
무돌길은 하루아침에 생긴 길이 아니다. 1980년대 김인주 의장이 시작한 무등산 살리기 시민운동으로부터 시작된다.
“당시엔 환경보호 이야기를 해도 아무도 귀 기울이지 않았습니다. 우리가 산을 다니며 쓰레기를 줍고 교육하면서 시민 의식도 서서히 바뀌어간거죠. 전남대학교 산악부 출신으로 50여 년 전부터 무등산을 배우며 무등산 사랑이 시작됐다는 김 의장은 각종 난개발과 관광지 개발로부터 무등산을 지키는데 앞장서기 시작했다. 1982년 무등산 일주도로 개설 당시, 학생들과 함께 포크레인 앞에 드러누워 공사를 막아냈던 기억도 떠올렸다. “무등산의 허리를 자를 수는 없었죠. 그건 우리의 정체성을 자르는 일이었어요.”
1987년에는 무등산보호단체협의회를 창립하며 본격적으로 무등산 살리기 운동을 시작했다. 이 운동은 무등산을 지키기 위한 시민들의 자발적인 참여로 전국적인 확산을 이끌었다. 그 결과 무등산은 2012년 국립공원 지정, 2014년 국가무등산권지질공원 지정, 2018년 유네스코 세계지질공원으로 지정되며 환경운동 성공 모델이 됐다.
이 운동의 다음 단계로 ‘무돌길’이 태어났다. 2015년 무돌길협의회가 창립되었고, 2017년 사단법인 허가를 받았다. 무등산무돌길협의회는 단순한 걷기 코스를 넘어 무등산과 민주정신, 생태 환경을 잇는 시민 실천 운동을 전개한다.
“무돌길은 무에서 유를 만들어가는 과정입니다. 자연은 우리에게 많은 걸 주지만, 우리는 그것을 지키기 위해 스스로 나서야 할 책임이 있습니다. 소수에서 대중으로 나아가는 시민운동은 자발성이 생명입니다.”
김 의장은 무돌길이 지구촌 민주화운동의 성지순례길이 되길 꿈꾼다. 이를 위한 대표적인 활동이 무돌길 완주대회다. 2022년부터 개최된 ‘전국무등산무돌길완주대회’는 무돌길을 걷는 사람들의 발걸음을 이어주는 축제가 되었다.
올해 대회는 지난 5월 10일 열렸다. 각화마을에서 광주역까지 51.8㎞를 걷는 완주 코스, 동구(13㎞)·화순(23㎞)·담양(33㎞)·북구(43㎞)를 중심으로 한 하프 코스, 무돌길 15길인 5·18 사적지를 걷는 코스 등으로 나뉘어 운영됐다.
참가자 숫자에도 의미를 담았다. 완주(하프 포함) 코스는 518명, 사적지 코스는 무등산의 높이(1187m)를 반영한 1187명을 모집했다. 접수는 단 한 달 만에 마감될 만큼 열기가 뜨거웠다.
해설사가 동행해 구간의 역사와 지명, 환경적 가치를 설명해주는 것도 무돌길 완주대회만의 특징이다. 단순한 ‘걷기’가 아닌, 배움과 체험이라는 특별한 시간이 될 수 있다. 무돌길은 접근성이 좋은 동시에 탈출구도 많기 때문에 길 안내와 가치 전파를 겸한 해설 서비스는 참가자들에게 큰 호응을 얻고 있다.
무돌길협의회는 완주대회 외에도 다양한 활동을 펼치고 있다. 길을 돌며 지역 역사와 문화를 배우는 시민대학인 ‘무돌길 문화대학’, 전문 해설사를 양성하는 ‘무돌길 해설봉사단’, 매월 회원과 함께하는 탐방 프로그램 ‘무등백경탐방포럼’, 무돌길의 가치를 확산시키는 ‘전국 서포터즈’ 운영도 있다.
무돌길 탐방중에는 탐방객 안전과 자연 보존을 최우선으로 고려해야 한다. 출발 전 충분한 준비운동을 통해 탐방 중 발생할 수 있는 근육경련이나 부상을 예방하도록 한다. 편안한 트레킹 복장과 신발, 모자, 선크림을 준비하고 충분한 물과 간식을 챙겨 탈수나 저혈당을 예방해야 한다. 탐방 중 쓰레기를 남기지 않고 식물이나 동물의 서식지를 훼손하지 않도록 주의해야 하는 것도 필수다.
“무등산은 다양한 동식물이 서식하고 있는 생태계의 보고입니다. 경관도 빼어나죠. 정상에 서보면 압도적인 풍경이 펼쳐집니다. 전국은 물론 세계 많은 산을 다녀봤지만 무등산 만큼 아름다운 산을 본 적이 없습니다. 자랑스러운 무등산을 둘러볼 수 있는 무돌길은 우리 세대의 선물입니다. 무돌길이 지구촌 민주화 운동의 성지로서 그 정신과 목적에 맞게 이어질 수 있도록 다음 세대가 계속해서 걸어가길 바랍니다.”
/이보람 기자 boram@kwangju.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