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18민주화운동 제45주년 앞두고 추모 열기 절정
국립5·18민주묘지 참배객 줄이어
“12·3 비상계엄 통해 고립된 광주 이해”
2025년 05월 17일(토) 14:00
5.18민주화운동 제45주년을 하루 앞둔 17일 국립5.18민주묘지에 참배객들이 모여 있다. /최현배 기자 choi@kwangju.co.kr
5·18민주화운동 제45주년을 하루 앞두고 국립5·18민주묘지에 참배객들이 줄을 잇고 있다.

17일 오전 광주시 북구 운정동 국립5·18민주묘지는 전국 각지에서 찾아온 참배객들로 북새통을 이뤘다.

이날 오전부터 내린 비로 묘지 전역의 땅이 젖어 있었지만, 참배객들은 아랑곳않고 묘지 앞에 무릎을 꿇고 묵념하고 헌화했다.

10대 학생들이 모여 다니며 묘지를 돌며 각 5·18 희생자들이 어떤 삶을 살았는지 이야기를 나누기도 하고, 묘 사이를 오가며 ‘임을 위한 행진곡’을 부르는 등 참배객들은 저마다의 방법으로 5월 영령을 추모했다.

특히 노벨상 수상자 한강 작가의 소설 ‘소년이 온다’의 주인공 동호의 모티브인 문재학 열사의 묘에는 오전부터 국화 수십 송이가 놓이고 발길이 끊이지 않았다.

이날 장은지(여·56·서울시 목동)씨는 문재학 열사의 묘비 앞에 한참을 머물렀다. 소설을 접하면서 문 열사의 묘를 꼭 한번 찾고 싶었다는 것이다.

장씨는 “소년이 온다를 읽고 김길자 어머니께 인사도 드리고 싶어서 새벽에 KTX타고 광주로 내려왔다. 꼭 한번 문재학열사 묘비도 참배하고 싶었는데 그동안 한번도 못오다가 오늘 처음 왔다”며 “5·18 당시에는 내가 초등학생이었고 뉴스 통제로 아무것도 모르던 시절이었는데, 12·3 비상계엄을 겪으면서 당시 고립된 광주에 대한 이해도 많이됐다. 얼마나 외롭고 무서웠을까 마음이 아팠다”고 말했다.

다른 참배객 김미란(여·54·경기도 성남시)씨도 “휴일을 맞아서 광주에 내려올 수 있어 다행이다. 추모제가 열린다길래 꼭 직접 눈으로 보고 싶었다”며 “실제로 와보니 많은 사람들이 이렇게 모여서 진심을 다해 역사를 기억하려는 게 느껴졌다. 계엄 이후 민주주의의 의미가 더욱 중요해진 만큼, 광장에 모였던 시민들이 원하는 게 어떤 세상인지 다들 알아야한다”고 했다.

5.18민주화운동 제45주년을 하루 앞둔 17일 국립5.18민주묘지가 참배객들로 북적이고 있다. /김진수 기자 jeans@kwangju.co.kr
청년들의 발길도 잇따랐다. 대전시에서 거주하는 이해찬(24)씨는 “이번이 네 번째 방문인데, 올 때마다 감정이 조금씩 달라진다”며 “최근 비상계엄을 한 윤석열 대통령 파면 결정이 난 직후라서 더 생각이 많아졌다. 5월 열사들이 바랐던 세상에 우리가 조금이나마 가까워지고 있다는 희망이 들었다”고 말했다.

대전대 학생인 김가은(20)씨는 “지금까지 5·18에 대해 잘 몰랐지만, 막상 광주 현장을 직접 보니 생각이 많아졌다. 비석마다 이름이 적혀 있고, 당시 나와 또래였던 분들도 많았다”며 “오늘의 하루가 쉽게 흘려보낼 수 없는 시간이라는 것이 실감되고, 내가 누리는 일상이 어떤 희생 위에 있는지 깨닫게 됐다”고 했다.

묘지를 찾은 유가족들도 45년이 지나도록 지금도 아픔이 남아있다고 한탄했다.

5·18민주묘지에 묻힌 유복용씨의 아내 최중순(여·80)씨는 이날 며느리인 신지원(여·37)씨와 손녀 유세령(10)양, 손자 유범석(7)군과 함께 묘지를 찾았다.

최씨는 “옛날 생각만 하면 이렇게 마음이 꽉 막힌것 같다. 당시 37살밖에 안 됐던 나이에 남편을 그렇게 떠나보냈다”며 “5월이 올 때마다 그때가 생각난다. 이렇게 많은 시간이 흘렀는데도 소중한 사람을 잃은 사람들의 마음은 항상 똑같다”고 한숨을 쉬었다.

한편 올해 1월부터 지난 16일까지 기준 국립5·18민주묘지에 8만 7815명이 방문했다. 5월 한 달만 놓고 보면 5월 1~16일 사이 5만 2700명이 방문했다. 지난해 2만 8099명의 두 배에 가까운 수의 방문객이 찾아온 것이다.

/김진아 기자 jinggi@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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