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남의 혈맥을 새로 잇다 시즌 Ⅱ 2 전라선 고속화
국토 균형발전·남해안 신해양 관광 시대 열 핵심 축
1937년 개통 전북 익산서 여수 잇는 철도망
일제 수탈과 수십년 보수정권 호남 홀대 설움
여수 세계 박람회 앞둔 2011년 복선전철화
굴곡진 선형 시속 170㎞ 이하 ‘거북이 고속’
직선·고속화 되면 서울~여수 2시간 30분대
전남도·전북도 협의체 구성 예타 통과 노력
2025년 05월 14일(수) 19:50
전라선은 개통된 지 100년 가까이 됐지만 그동안 정부의 투자 부족으로 구불구불한 선로로 인해 열차속도가 시속 100㎞대 수준에 그치고 있다. 전라선 고속화가 현실화돼야 이른바 ‘수도권 2시간’ 시대가 완성될 수 있다. 전라선의 종착역인 여수엑스포역에서 KTX 고속열차 탑승객들이 플랙폼을 빠져 나가고 있다.
광주·전남은 수도권, 영남권 등 타 지역보다 도로, 철도, 공항, 항만 등 사회간접자본(SOC)이 부족하다. 중앙정부는 해방 이후 수도권을 중심으로 재정을 투입했고, 광주·전남은 영남권과 충청권 등에도 밀려 도시 성장 기반을 제대로 갖추지 못하고 있다. 이 같은 정부 정책은 산업과 사람 모두 수도권으로 집중되는 현상을 초래했고, 광주·전남은 인구마저 수도권으로 빼앗기며 인구유출에 시달리고 있다.

전남도는 민선 7기에 들어서 지역 숙원 SOC 사업을 착공하거나 국가계획에 반영시키면서 민선 8기에 이르러 다양한 성과를 내고 있지만, 아직까지 지역민이 만족할만한 결과를 내지는 못했다. 당장 전남도가 ‘6·3 조기대선’을 앞두고 대선 공약 과제에 수많은 SOC 사업을 담아낸 것도 이 같은 이유다.

광주일보는 전남에 들어섰거나 착공한 주요 기반시설과 반드시 필요한 기반시설들을 점검한다. 이번 시리즈에서는 6개의 철도, 3개 고속도로, 4개 공항 등 모두 13개 기반시설을 소개한다.

대한민국 국토 위에 깔려진 철도를 상공에서 바라보면 호남에 깔려진 철도는 빈약하다는 걸 단번에 알 수 있다. 내륙 곳곳이 철도로 연결된 수도권과 영남권 그리고 국토 중심부에 위치해 철도 건설에 수혜를 본 충청권과 비교하면 호남권의 철도망은 열악하기 짝이 없다. 호남의 경우 전라선과 호남선, 경전선, 오는 8월 개통하는 남해안철도만이 유일한 철도망이다. 무엇보다 눈에 들어오는 건 구불구불한 전라선 철도다. 전라선은 전북 익산에서부터 전주, 남원, 곡성, 구례, 순천, 여수를 잇는 철도망으로 일제강점기 개통됐다.

1914년 11월 이리(현 익산)~전주 구간의 개통을 시작으로, 1936년까지 전주~남원, 남원~곡성, 곡성~순천 구간이 순차적으로 개통되었으며, 드디어 1937년 3월 익산~여수 전 구간이 완공되면서 오늘날의 전라선 철도 노선이 갖춰지게 되었다.

전라선은 전북 익산에서 여수까지 호남 동부권을 남북으로 관통하며, 100여 년간 남해안과 내륙을 잇는 중요한 교통축 역할을 해왔다. 단순한 수송 수단을 넘어, 전라선은 수많은 전남 도민의 일상과 편의를 책임지며, 고향을 오가던 이들의 애환과 삶의 흔적이 고스란히 스며 있는 ‘삶의 철도’로 자리잡았다.

여수엑스포역에 정차해있는 KTX 고속열차.
그러나 전라선은 도민들이 가진 애정과 관심에도 불구 정부의 ‘호남 홀대’ 속에서 호남선과 함께 정부의 투자에서 배제돼왔다. 개통 100년이 가까워지고 있지만 여전히 기능 개선이라는 과제를 안고 있다.

전남 동부권 대표 도시인 순천과 여수, 광양의 인구가 증가하고 광관객이 몰리면서 늦게서야 전라선에 관심을 두기 시작했다. 정부는 1989년 11월 1단계, 1998년 6월 2단계 복선전철화 및 선형 개량 공사에 착공해 2012년 여수 세계 박람회 개최를 앞둔 2011년 10월에야 복선전철화를 끝마치고, 준고속화 사업을 2012년 5월 완료하면서 현재의 체계를 갖췄다.

그러나 여전히 전라선을 달리는 철마는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다. 굽이굽이 굴곡진 선형 탓에 순천~여수 구간을 제외하고는 고속이라고는 할 수 없는 시속 170㎞ 이하로 달려야하는 형편이다.

이때문에 전남도는 물론 전북도까지 나서 전라선 고속화 사업을 줄기차게 요구하고 있다. 전라선 고속화 사업은 경부선과 호남선 고속철도에 상응하는, 호남 내륙에서 남중권 해안을 연결하는 고속 대량수송 체계를 구축할 수 있는 사업이다.

KTX 고속열차가 서울(용산역)에서 광주까지 1시간 40분이면 닿는 반면, 종착연인 여수엑스포역까지는 3시간 가량이 소요된다.

전라선 고속화의 핵심은 현 177.2㎞ 길이 철도의 굴곡구간 직선화다. 총사업비 약 1조 9326억 원이 투입될 예정인 이 사업은 기존 노선의 선형 개량과 일부 신설 선로 구축, 설계속도를 시속 250㎞로 상향해 서울~여수 간 소요 시간을 약 2시간 30분대로 단축하고, 실질적인 고속철도망을 완성하는 것이 목표다.

전남 동부권의 철도 접근성을 획기적으로 개선할 수 있는 ‘전라선 고속화 철도사업’에 대한 예비타당성 조사가 추진 중이다.

전라선이 관통하는 전남도와 전북도는 협의체 구성과 국회포럼 준비 등 예비타당성조사 통과를 위한 다양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전남도는 전라선 고속화 사업이 단순한 교통망 구축을 넘어 ‘신해양·관광 중심거점’ 구축의 키를 쥔 중책 사업으로 판단하고 있다. 가장 큰 수혜지역으로 예상되는 여수와 순천은 고속철망이 깔릴 경우 광객 증가 효과가 매우 클 것으로 전망된다.

여수는 남해안 해양관광의 중심지이자 국내외 관광객이 꾸준히 찾는 도시이며, 순천은 순천만국제정원박람회를 계기로 관광 수요가 계속 증가하고 있다. 이들 도시의 접근성 향상은 지역 상권 활성화로 직결될 수 있다.

당장, 전남 동부권을 찾는 관광객은 2020년 1819만명에서 2023년 5346만명으로 3배 가까이 늘어났다. 전라선 고속화 사업이 필요한 이유다.

조만간 치러질 ‘6·3 조기대선’을 앞두고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후보는 전라선 고속화를 신속히 추진해 수도권 접근성을 높이겠다고 약속했다.

전라선 고속화에 대한 지역민의 염원이 차기 정권에서 추진 될 수 있도록 지역민의 관심과 전남도, 전북도의 노력이 절실한 상황이다.

전남도 관계자는 “전라선 고속화는 익산의 경우 호남고속철도와 전라선이 교차하는 중추 교통 허브로서 기능이 더욱 강화되고, 전주와 남원 또한 관광객 접근성이 향상되는 긍정적 효과가 예상된다”며 “지역민들은 진정한 ‘전국 2시간대 고속철도망’의 완성을 간절히 바라고 있으며, 이를 실현하기 위해서는 기획재정부의 예비타당성조사를 조속히 통과하고, 신속한 사업 추진이 이뤄져야 한다”고 밝혔다.

/김민석 기자 mskim@kwangju.co.kr

/사진=김진수 기자 jeans@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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