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평 타이거즈’ 박정우·오선우·정해원…“외야는 기회의 땅”
나성범·최원준 이탈에 외야 파격 라인업
2025년 05월 08일(목) 00:00
KIA 타이거즈의 외야가 나성범의 부상, 최원준의 부진으로 기회의 땅이 됐다. 오선우(왼쪽)와 박정우 등이 외야에서 어필 무대를 펼치고 있다.
KIA 타이거즈의 외야가 반전을 위한 격전지가 됐다.

‘디펜딩 챔피언’ KIA는 예상과 다른 봄날을 보내면서 중위권 싸움을 하고 있다. 지난 시즌 우승을 이끌었던 타격이 극과 극을 오가면서 예측불허의 시즌을 보내고 있다.

시즌 초반에는 내야가 고민이었다. 개막전에서 김도영이 햄스트링 부상으로 이탈했고, 박찬호와 김선빈도 재활군 신세가 되면서 전력 운영에 비상이 걸렸다.

내야의 부상 선수들이 돌아오자 외야의 고민이 깊어졌다.

‘주장’ 나성범이 종아리 근육 부상으로 전력에서 제외됐다. 올 시즌 기대를 모았던 ‘예비 FA’ 최원준의 부진도 길어지면서 KIA의 타격이 롤러코스터를 탔다.

부상과 부진이 겹친 외야는 예상하지 못했던 방향으로 흘러가고 있다. 이범호 감독은 지난 5일 키움전에서 파격적인 라인업을 제출했다.

부진이 길어지고 있는 최원준을 말소한 이날 이범호 감독은 정해원을 콜업해 8번 타자 겸 우익수를 맡겼다. 이범호 감독은 또 좌익수 오선우(6번 타자), 중견수 박정우(9번 타자)로 외야를 구성했다.

3년 차 정해원에게는 프로 데뷔전, 대졸 7년 차 오선우는 이날 경기 전까지 1군에서 146경기 229타석을 소화한 게 전부였다. 이 중 가장 많은 1군 경험이 있는 9년 차 박정우에게도 156번째 경기였다. 타석 수로는 오선우보다 적은 156타석을 경험했던 박정우다.

박정우가 ‘함평 타이거즈’라고 표현할 정도로 KIA는 파격적인 외야 라인업을 내세웠고, 이 경기에서 13-1 대승을 거뒀다. 세 외야수는 6일에도 나란히 외야를 지켰고, KIA는 연승을 기록하면서 변화 효과를 봤다.

팀의 위기가 이들에게 기회가 됐다.

특히 박정우에게는 놓칠 수 없는 기회다. 강견 중견수로 외야를 굳게 지켜야 하고, 김도영의 부상 여파로 인한 기동력 고민에도 박정우의 발이 필요하다. 무엇보다 ‘가을잔치’까지 경험했던 만큼 위기의 외야에서 지난 시즌과 달리 전면에서 역할을 해줘야 한다.

박정우는 “더 잘해야겠다는 생각밖에 안 든다. 나에게는 두 번 다시 없을 기회니까 무조건 잘해야겠다는 생각뿐이다”며 “항상 배가 고프다고 말하는데, 코치님들이 너무 빨리 먹지 말라고 한꺼번에 보여주려고 하지 말고 천천히 하라고 하신다. 그런데 나는 그럴 상황이 아니라서 계속 잘해야 된다. 다른 선수들보다 더 쳐야 한 번이라도 더 기회를 받을 수 있으니까 죽을 것 같이 하고 있다”고 말했다.

빛나는 순간을 기다리면서 함평에서 함께 뛰었던 이들과 외야에 나서는 만큼 ‘동반 활약’을 하고 싶은 마음이 간절하다.

박정우는“지난해에는 형들 도움을 많이 받았는데, 지금은 해원이랑 외야 경험이 적은 형이랑 하니까 한두 발 더 뛰는 것 같다. 이야기도 많이 한다”며 “해원이가 생각보다 긴장을 안 한다. 2군에 있을 때 같이 시합 많이 뛰었고, 선우 형도 함께 많이 뛰어서 ‘함평 타이거즈’라고 한다. 여기에 석환이까지 있으니까 더 그렇다(웃음). 사실 팀 입장에서는 좋은 것은 아닌데 이렇게 함께 하니까 신기하다. 긴장 안 하게 편하게 하라고 이야기한다”고 말했다.

KIA 외야에 경쟁의 바람을 일으키면서 순위 싸움의 원동력이 되고 싶은 바람. 앞서 박정우는 슬라이딩 과정에서 어깨를 다쳐 지난 4월 16일 엔트리에서 말소되기도 했지만 몸을 사리지 않고 뛸 생각이다.

박정우는 “다치는 것은 괜찮다. 내가 할 수 있는 것을 하겠다. 나는 홈런 타자가 아니고 한 번에 2점을 내는 타자는 아니다. 대신 수비로 3점을 막고, 맞아서라도 나가겠다”며 “작년에는 내가 못 해도 다른 선수들이 잘했다. 내가 못 해도 형들이 해줬는데, 지금은 같이 안 풀리고 같이 잘 된다. 열심히 응원하고, 파이팅하고, 나가서 다이빙 캐치도 하고 분위기를 바꾸겠다”고 각오를 다졌다.

/김여울 기자 wool@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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