붓다의 별에서 양자우주론까지 ‘우주 통찰’
아무도 없는 숲의 나무는 쓰러져도 소리가 나지 않는다-이광식 지음
2025년 05월 01일(목) 19:00
최근 선종한 프란치스코 교황이 2017년 국제우주정거장(ISS)에 머무는 우주인들과 대화를 나누고 있다. /연합뉴스
29살에 출가해 6년 동안 고행하던 싯다르타는 부다가야의 보리수나무 아래에서 좌정한 채 깊은 명상에 들었다가 새벽녘 동쪽하늘에 떠오르는 ‘밝은 별’(明星)을 봤다. 그 순간 큰 깨달음을 얻어 ‘붓다’(깨달은 자)가 됐다. 이때 남긴 게송은 여러 가지로 해석된다.

“별을 보고 깨달음을 얻었으나/ 깨닫고 난 뒤에는 별이 아니다/ 사물을 좇아가지는 않지만/ 그렇다고 무정물(無情物)도 아니다”

‘붓다의 별’은 무엇이었을까? 이광식 우주·천문 과학분야 저술가는 “부처님이 보고 깨달음을 얻었다는 ‘그 별’은 행성인 금성이거나 정말 별인 시리우스 중 하나일 것이 거의 분명하다”면서 “이 어마무시하게 광막한 우주에 한낱 별먼지로 이루어진 인간이 맞설 수 있는 단 하나의 무기가 있다고 한다면, 그것은 ‘사랑’이 아닐까. 사랑만이 생과 사, 시공을 초월하는 유일한 거니까”라고 생각을 확장한다.

저자는 신간 ‘아무도 없는 숲의 나무는 쓰러져도 소리가 나지 않는다’에서 지구, 태양계, 별, 은하·블랙홀, 인간과 우주 등 6개 장(章) 63개 이야기로 우주를 통찰한다. ‘붓다의 별’에서 양자 우주론에 이르기까지 폭넓다. 신간 제목은 18세기 영국 경험론 철학자 조지 버클리가 한 말에서 따왔다. 이는 ‘우리가 지각하는 것만이 실체이며, 지각하지 못하는 것의 실체가 없다’라 의미를 품고 있다. 이를 통해 저자는 독자들에게 ‘당신이 우주를 보지 않는다면 당신에게 우주는 존재하지 않는다’라고 말한다.

저자는 빵에서 원자개념을 도출한 데모크리토스와 ‘섬우주론’을 주장한 철학자 칸트, ‘빅뱅이론의 아버지’로 불리는 조르주 르메트르 신부 등 각각의 퍼즐을 통해 ‘우주란 무엇인가?’를 탐구해 온 인간의 장대한 역사를 그려낸다. ‘농수각’(籠水閣)이라 이름 붙인 개인 관측소를 만들었던 실학자 홍대용과 일식 예보를 일각(一刻·15분) 틀리게 해 세종으로부터 곤장을 맞은 이천봉, 조선만의 천문역법서 ‘칠정산외편’을 편찬한 이순지 등 조선시대 ‘우주 덕후’ 천문학자들 이야기도 눈길을 끈다.

1759년 3월 핼리혜성을 관측해 기록한 ‘성변측후 단자’와 1604년(선조 37년) 10월부터 7개월에 걸쳐 ‘조선왕조실록’에 130차례 기록한 ‘케플러 초신성’ 등 우리의 앞서나간 천문기록에 대한 이야기도 새롭다. 한국의 ‘원조 별지기’ 다석 류영모와 수도승 출신 돕소니언 망원경 발명자 존 돕슨은 별과 우주를 어떻게 바라봐야 하는 지를 보여준다.

미 항공우주국(NASA)은 1990년 2월 태양계를 벗어나는 ‘보이저 1호’의 카메라를 지구 쪽으로 돌렸다. 이때 찍힌 지구는 ‘창백한 푸른 점’(The Pale Blue Dot)에 불과했다. 티끌 같은 지구에서 아득한 우주공간을 바라보는 인간은 자연 신을 찾는다. 최근 선종한 프란치스코 교황은 2017년 국제우주정거장(ISS)에 머무는 우주인들에게 “우주 속 인간 존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가”라는 철학적인 질문을 던졌다. 1968년 12월 달 궤도에서 ‘지구 돋이’ 사진을 찍으며 성경 창세기를 낭독한 아폴로 8호 우주인들의 이야기도 흥미롭다.

글 한편 한편마다 국내 최초 천문잡지 ‘월간 하늘’을 발행했고, 강화도로 귀촌해 ‘원두막 천문대’를 운영하는 저자의 우주에 대한 사랑이 배어있다. 저자에게 우주는 ‘신’이자 ‘사랑’이다. 저자는 사라 윌리엄스의 ‘한 늙은 천문학자가 그의 제자에게’로 책을 마무리한다.

“…내 영혼이 비록 어둠 속에 잠길지라도 완전한 빛 가운데서 떠오르리라. 나는 별을 너무나 사랑한 나머지 밤을 두려워하지 않게 되었다.”

<들메나무·2만2000원>

/김미은 기자 mekim@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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