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암송의 즐거움 - 김미은 여론매체부장
며칠 전 무려 1365편의 시를 암송하는 칠순의 박성춘 세무사를 취재했다. 친구 보증을 떠 안게 된 그는 마음을 다스리려 시를 외우기 시작했고, 이제는 시 암송이 일상이 됐다. “시는 시공을 넘나들며 언어의 신비로 조각된 언어 예술의 극치이다”라는 시 예찬을 묘비명으로 정해두었을 정도다.
그를 소개해 준 이는 광주에서 시암송국민운동본부(이사장 문광자) 활동을 하는 문길섭 드맹아트홀 관장이었다. 프랑스 유학시절 학교에서 시암송을 아주 중요하게 다루는 것을 본 그는 누나인 문광자 패션디자이너와 함께 2006년 시암송 본부를 만들었다.
문 이사장의 도움으로 김광섭의 ‘새 얼굴’ 등이 담긴 ‘외우고 싶은 명시 50편’ 소책자 1만여 부를 제작, 전국에 무료로 보급한 그는 지금도 원하는 이들에게 무료로 책자를 제공하고 있다. 2023년부터는 50편 암송에 부담을 느끼는 사람들도 있을 것 같아 ‘2년 안에 좋은 시 10편 외우기’ 캠페인을 시작했다.
취재를 하며 나의 애송시를 떠올려봤다. 함민복 시인의 ‘뻘’이다. “말랑말랑한 흙이 말랑말랑한 발을 잡아준다/말랑말랑한 흙이 말랑말랑 가는 길을 잡아준다/말랑말랑한 힘/말랑말랑한 힘”
아주 짧은 시라 외우기도 쉽다. 유연하되 무르지 않고, 부드럽되 나약하지 않고, 여유롭되 나태하지 않고, 이해하되 원칙을 버리지 않는 것이 바로 ‘말랑말랑한 힘’이지 않을까 생각하곤 한다.
지인은 황지우 시집 ‘나는 너다’에 실린 ‘503’을 아침마다 읽으며 다짐하고 마음을 다잡는다고 했다. “새벽은 밤을 꼬박 지낸 자에게만 온다/낙타야,/ 모래 박힌 눈으로/동트는 地平線을 보아라/바람에 떠밀려 새날이 온다/일어나 또 가자”(중략)고 노래하는 시다.
살면서 떠올릴 수 있는 애송시 몇편 쯤 간직하는 건 멋진 일이다. 마침 5월 7일 두 사람의 시암송을 만날 수 있는 행사가 드맹아트홀에서 열리니 시의 세계에 빠져봐도 좋을 것 같다. 박 세무사는 시를 외우는 게 어색하다면 우선 시로 만들어진 ‘노래’를 애창곡으로 삼아보라고 권했다. 아름다운 ‘시노래’를 찾아 먼저 불러 볼 일이다. /김미은 여론매체부장 mekim@
그를 소개해 준 이는 광주에서 시암송국민운동본부(이사장 문광자) 활동을 하는 문길섭 드맹아트홀 관장이었다. 프랑스 유학시절 학교에서 시암송을 아주 중요하게 다루는 것을 본 그는 누나인 문광자 패션디자이너와 함께 2006년 시암송 본부를 만들었다.
아주 짧은 시라 외우기도 쉽다. 유연하되 무르지 않고, 부드럽되 나약하지 않고, 여유롭되 나태하지 않고, 이해하되 원칙을 버리지 않는 것이 바로 ‘말랑말랑한 힘’이지 않을까 생각하곤 한다.
지인은 황지우 시집 ‘나는 너다’에 실린 ‘503’을 아침마다 읽으며 다짐하고 마음을 다잡는다고 했다. “새벽은 밤을 꼬박 지낸 자에게만 온다/낙타야,/ 모래 박힌 눈으로/동트는 地平線을 보아라/바람에 떠밀려 새날이 온다/일어나 또 가자”(중략)고 노래하는 시다.
살면서 떠올릴 수 있는 애송시 몇편 쯤 간직하는 건 멋진 일이다. 마침 5월 7일 두 사람의 시암송을 만날 수 있는 행사가 드맹아트홀에서 열리니 시의 세계에 빠져봐도 좋을 것 같다. 박 세무사는 시를 외우는 게 어색하다면 우선 시로 만들어진 ‘노래’를 애창곡으로 삼아보라고 권했다. 아름다운 ‘시노래’를 찾아 먼저 불러 볼 일이다. /김미은 여론매체부장 meki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