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0명 의대 정원 증원, 1년 후 다시 보기- 심 상 돈 동아병원 원장
2025년 04월 23일(수) 00:00
아무도 돌아오지 않았다. 새로운 배움을 위한 강의실, 이른 아침 최선의 치료를 위해 토론하고 공유하며 일상과 역사를 이어가던 그 공간 모두 1년 전 그대로 비어있다. 학생들과 전공의들을 학교와 병원 밖으로 내 몰았던 밑도 끝도 없는 2000명 의과대학 정원 증원이라는 국가폭력의 중심에 서 있던 그 사람은 국민에 의해 ㅉㅗㅈ겨 났지만 못 다한 폭력은 아직 그 자리에 남아 지금도 계속되고 있다. 변한 것은 아무것도 없다.

이 모든 사태의 시발점은 2024년 2월 6일 2025년 의과대학 입학 정원 2000명 증원 발표이다. 이 발표의 이론적 배경이 되었던 ‘2021년 장례인구추계를 반영한 인구변화의 노동 교육 의료부문 파급효과와 전망’이라는 경제학자들의 2023년 연구보고와 최근 저서를 다시 한 번 살펴보았다.

우리나라 인구는 2020년부터 감소하기 시작했다. 2050년부터는 그 속도가 빨라지고 2072년 약 3600만명으로 예상된다. 인구감소 속도가 가장 빠른 국가가 된다. 3600만명이라는 ‘규모’보다 노령인구 증가라는 ‘구조’가 더 큰 문제다. 의료서비스에 대한 ‘수요’는 1인당 의료기관 내원일수 이고, 의료서비스에 대한 ‘공급’은 현재 의사의 업무량을 유지하는데 필요한 의사수 이다. 2050년에 예상되는 인구변화의 총량만을 고려하면 약 2만 2000명에서 3만명 정도의 의사가 더 필요하다고 보고하였다. 딱 여기까지이다. 의과대학 정원의 증원을 위해 경제학자들의 연구 중 여기까지만 이용했다.

2072년 65세 이상이 인구의 절반을 차지하게 된다. 고령층을 중심으로 고학력화가 빠르게 진행되어 전체인구의 3분의 2가 대졸이고 그중 절반이 65세 이상이다. 경제활동인구도 고학력화된다. 고학력 고령층은 건강을 위해 좋은 습관을 유지하고 건강과 관련된 많은 정보와 의료에 대한 효율적인 접근으로 건강관련 지표를 개선하여 의료서비스 이용이 줄어들게 된다. 고학력 고령화가 가져오는 건강상태의 개선과 의료서비스 수요 감소를 고려하면 인구총량의 변화만을 적용한 전망치의 40% 정도인 2035년 3000명, 2050명 8000명 정도가 더 필요하다.

갑작스런 증원으로 인한 의과대학 교육의 질 저하, 사회적 비용 증가, 2030년 이후 수요변화를 반영하여 2024년부터 7년간 매년 5~7% 정도 증원하고 유지하면 2050년 예상되는 부족이 해소될 수 있다고 보고하였다. 결국 2025년부터 5년간 입학정원 2000명씩 증원은 한마디로 ‘개소리’다.

의료는 공급을 늘리는 것 보다 수요를 줄이는 정책이 우선되어야 한다. 공급은 주로 시장 논리에 의해, 수요는 전국민건강보험 등 국가 정책에 의해 좌우된다. 의료 수요를 증가시킬 수 있는 새로운 감염병 유행과 기후 환경변화, 소수자에 대한 혐오와 차별, 사회적 불평등의 격차를 줄이기 위한 정책과 보험제도의 개선 등으로 평균수명과 건강수명의 격차를 줄이는 정책이 필요하다. 지역의 의료인력과 필수의료 분야의 의료인력 불균형 해결은 수요를 줄이기 위한 필수 선결과제이다. 인구 변화의 총량뿐만 아니라 구조에 대한 장단기 전망과 촘촘한 계산으로 공급을 조절해야 하며 의료인력을 줄이는 계획도 세워야 한다. 단 한번도 합리적이지 않았던 시장에 의료의 공급을 맡겨서는 해결이 될 수 없다.

대통령 탄핵으로 인한 부끄러움과 그 동안 망가뜨려진 국가를 복구하는 일 모두 온전히 국민의 몫이 되어버렸다. 지난 1년간 의료계에 대한 폭력으로 쑥대밭이 되어버린 대한민국 의료를 이전의 상태로 회복시켜야 하는 노력과 그에 따른 고통 모두 학생들과 전공의들만의 짐으로 남길 수는 없다. 또한 이미 증원되어 입학한 신입생들이 ‘우리’라는 울타리의 또 다른 ‘우리’가 되지 않도록 잘 보듬어야 한다. 나이 들었다고 다 어른이 되는 것은 아니지만 오늘에 내일을 더하면 세상이 조금은 보이기도 한다. 1년이 지난 지금, 어른들이 일을 해야 할 시간이다. 나서지는 말고 지키고 버텨야 한다. 국가의 폭력은 항상 과거완료 수동형으로 표현되지만 항상 현재진행 능동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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