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권과 수능 - 윤영기 정치·경제 에디터
대학입시 정책은 해방 이래 현재까지 줄잡아 14차례 바뀌었다. 박정희 정권은 1961년 ‘중·고등학교 및 대학 입학에 관한 임시 조치법’을 제정, 대학입학자격 국가고사제를 실시했다. 대학을 상징하는 상아탑을 비꼰 ‘우골탑’(牛骨塔)이라는 조롱이 회자됐고 ‘대학 망국론’이 거론될 정도였기 때문이다. 국가고사제에서는 학과·과목별 국가고사 성적과 대학별 실시검사, 신체검사, 면접검사를 합산한 성적으로 합격자를 선발했다. 국가고사제는 합격 커트라인이 높은데다 우수대학에 학생이 몰리는 바람에 나머지 대학에서 줄줄이 미달사태를 빚었다. 사실상 수능 흑역사의 시작이다.
전두환 정권은 1980년 ‘교육정상화를 위한 과열과외 해소 방안’을 골자로 한 ‘교육개혁 조치’를 단행했다. 군사정권 답게 과열 과외와 재수생 증가 등과 같은 교육문제 원인을 대학의 좁은 문호라고 보고 입학정원을 일시에 30% 늘렸다. 증원분에 해당하는 학생을 중도 탈락시킨다는 이른바 졸업정원제를 도입했다. 학생을 탈락시켜야 하는 대학과 학생의 반발 등 부작용이 심해지자 폐지됐다. 노태우 정부에서 1993년 시행된 첫 수능은 200점 만점 방식으로 같은 해 8월과 11월 두 차례 실시됐다. 한 차례 시험으로 ‘인생’을 결정하는 것보다 만회 기회를 주자는 취지였으나 탈이 났다. 출제 당국이 두 시험에서 난이도 조절에 실패해 논란이 일자 이듬해 1회 시험으로 바뀌었다.
최근 서울대 교수들의 자치단체인 서울대교수회가 대권공약 제안으로 대학수학능력시험 중복 응시 등을 포함한 교육 개혁안을 내놨다. 학생 선택권을 보장하기 위해 1년에 수능 시험을 3∼4회씩 보고 최고 점수, 혹은 점수의 평균치를 입시에 반영하자는 내용이다. 국민의힘 대권주자인 나경원 의원은 수능을 1년에 두 차례로 늘리겠다고 했다. 홍준표 전 대구시장도 수능을 두 번 쳐서 좋은 점수로 대학에 가도록 하겠다고 공언했다. 대학 입시에 대한 공론의 장은 열려야 하지만 경계해야 할 대목도 있다. 설익은 정책을 면밀한 검토 없이 시행하면 정책 실패에 그치지 않고 학생들의 인생이 희생된다는 점이다.
/penfoot@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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