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 이웃 5만명…나·너에서 소통으로 하나 될 ‘우리’
[전라도가 좋다, 전라도 외국인- <2> 대불산단서 ‘코리안 드림’ 꿈꾸다]
지역 소멸 극복·일손 부족 빈자리 채우며
농촌·산업단지·학교 등 지역 곳곳서 공존
영암군 전체 인구 중 외국인 비중 21%
대불산단 내 일상이 된 다국적 노동자
네팔 출신 바부람·태국 출신 룩손
6년 넘는 한국살이에도 한국어 어려워
지역 소멸 극복·일손 부족 빈자리 채우며
농촌·산업단지·학교 등 지역 곳곳서 공존
영암군 전체 인구 중 외국인 비중 21%
대불산단 내 일상이 된 다국적 노동자
네팔 출신 바부람·태국 출신 룩손
6년 넘는 한국살이에도 한국어 어려워
![]() 영암 대불산단내 근로자들이 전기오토바이를 타고 저마다 이동하고 있다. 지난해 기준 영암에 거주하는 외국인은 9673명으로 전남에서 가장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
광주·전남 등록외국인 ‘5만명’의 시대다.
‘코리안 드림’을 꿈꾸며 광주·전남을 찾은 외국인들은 지역의 노동 현장을 지탱하는 존재 뿐 아니라 지역 공동체의 구성원으로 자리잡고 있다. 이주민을 포함한 전국의 외국인노동자, 결혼이민자, 유학생, 외국 국적 동포, 불법체류자, 국적을 취득한 외국인과 미성년자녀 등 체류 중인 외국인만 올해 260만여명에 달하고 등록 외국인도 150만여명에 이른다.
광주·전남은 사실상 이주 사회로 진입했다. 외국인들은 지역 소멸의 위기를 극복하고 인구 절벽으로 인한 일손 부족의 빈자리를 채우는 ‘동료’, 일상을 공유할 ‘이웃주민’이 됐고 공동체 구성원이다.
그럼 우리 사회가 그들을 대하는 인식도 그만큼 성장했을까. 광주·전남에서 살아가면서 겪은 어려움은 무엇일까. 광주일보는 ‘전라도 외국인’ 시리즈를 통해 농촌과 산업단지, 학교, 병원 등 지역 곳곳에서 살아가는 외국인들의 목소리를 듣고 이주민과 협력, 공존하면서 다양성 가득한 지역 공동체로 바뀌어가고 있는 모습을 조명하려 한다.
15일 낮 12시, 점심시간이 되자 영암군 대불산단 내 거리 곳곳에 자전거와 전기오토바이를 탄 외국인들이 가득 찼다. 조선기자재 공장에서 작업하던 외국인 노동자들이 삼삼오오 모여 국적별로 자국 음식을 파는 식당을 찾아가는 것이다. 낯선 언어가 오가는 점심 식당가 풍경은, 이제 영암 산단 내 일상이 됐다.
영암군은 전체 인구 중 외국인 비율이 20.9%로 전국에서 두 번째로 높다. 한때 조선업 중심지였던 영암군은 지금, 다국적 노동자들이 정착해 살아가는 공간으로 재편되고 있다.
네팔 출신 바부람(35)씨는 영암 대불산단의 선박 철의장(철제 운항·정박 설비 제조·공급) 공장에서 ‘마킹’ 작업을 맡고 있다. 자재 가공 전과 후 기호를 새겨넣는 작업이다.
6년 6개월 넘게 같은 현장에서 일한 그는 “처음 2~3년은 너무 힘들었지만 지금은 적응됐다”며 “같이 일하는 직원 대부분이 외국인 근로자들이다. 지금 일하는 곳은 다른 곳보다 덜 힘들다는 이야기를 들어 다행이라고 생각하고 있다”고 웃었다.
같은 현장에서 자동화 절단 설비를 운영하고 있는 태국 출신 룩손 유다나(40)씨도 지난 6년 9개월 동안 한국에서 일하면서 쌓은 경험으로 능숙한 업무 실력을 뽐내고 있다.
룩손씨는 “벌써 마지막으로 태국을 방문한 지 1년 3개월이 지났다. 본가에 매달 생활비를 보내며 통화로 안부를 나누는 것이 하루의 낙”이라며 “가족들이 많이 보고싶지만, 당분간은 더 머물면서 돈을 벌어야 해 꾹 참고 있다”고 말했다.
두 사람의 꿈은 10년 이상 ‘장기 체류’를 하면서 안정적으로 돈을 버는 것이다. 회사 설립 초기부터 함께 조선업을 하면서 숙련공이 된 이들은 그간 정이 든 회사에서 오랫동안 근무하고 싶다는 소망도 내비쳤다.
이를 위해 두 사람이 넘어야 할 산으로 꼽은 것은 단연 ‘언어’다.
룩손씨는 “일은 하다보니 많이 익숙해졌지만 여전히 한국어가 어려워 불편함이 있다”며 “그래도 나는 잘하는 편인데, 한국말을 아예 모르는 사람은 더 힘들 것 같다”고 했다.
두 사람은 대불산단 복합문화센터에서 진행되는 한국어 수업을 들으며 한국에 더욱 빠르게 적응할 수 있었다. 산단 한 가운데 자리하고 있는 복합문화센터에서는 매주 수요일 오후 7시마다 한국어 수업이 진행된다. 수준별로 반을 3개로 나뉘어 ‘ㄱ, ㄴ, ㄷ’부터 간단한 자기소개까지 배우고 있다. 한달에 한번씩은 체육대회나 한국 음식 만들기 체험 등 특별 프로그램도 마련된다.
룩손씨의 경우 한국어를 익히기 위해 토픽(TOPIK·한국어능력시험) 공부를 하고 사회통합 프로그램 등을 수료하며 현재 E-9인 비자를 E-7으로 변경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복합문화센터 바로 옆에는 ‘전남이민외국인종합지원센터’가 자리하고 있다. 이곳에서는 베트남어, 중국어, 몽골어, 러시아어, 영어 등 5개 언어로 상담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는데 외국인 근로자 뿐만아니라 이들과 소통하려는 산단 내 한국인 관리자들의 이용도 적지 않다.
김일수 전남이민외국인종합지원센터장은 “지금 전남에 있는 외국인 노동자들이 빠지면 농어촌이나 산업현장은 사실상 운영이 어렵다”며 “이제는 선택이 아닌, 지역 유지에 필수적인 존재”라고 말했다. 김 센터장은 “외국인근로자들을 대상으로 한 정책은 우리를 지역을 살리는 정책이라는 관점에서 접근해야 한다”며 “지금처럼 외국인을 따로 떼어 생각할 것이 아니라, 함께 살아갈 수 있는 기반을 단계적으로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전남에 거주하는 외국인은 지난해 기준 5만7189명으로 전체 도 인구 178만8819명 중 3.19%를 차지하고 있다. 외국인 수는 최근 5년간 꾸준히 증가해 2020년 3만2906명, 2021년 3만2656명, 2022년 3만8988명, 2023년 4만9110명으로 늘었다.
지역별로는 영암에 거주하는 외국인이 9673명으로 가장 많고, 여수가 7322명으로 2위, 완도가 5110명으로 3위다. 이어 나주(4748명), 목포 (4646명), 순천(3040명), 진도(2612명), 해남(2592명)순이다. 이들의 자녀와 등록되지 않은 외국인들까지 포함하면 실질적인 전남의 다문화 인구는 드러난 수보다 훨씬 많을 것으로 판단된다.
지역내 외국인 삶의 형태는 ‘노동 중심의 체류’에서 ‘가족 단위 정착’으로 확장되고 있다. 2023년 한 해 동안 광주에서는 475건, 전남에서는 782건의 다문화 혼인이 이뤄졌고, 전년 대비 각각 33.8%, 19.6% 증가했다. 다문화 가구 수는 광주 8700가구, 전남 1만 6325가구로 2019년 대비 18.4%, 16.0% 증가했다. 전체 출생 중 다문화 출생 비중은 광주 5.2%, 전남 6.3%로 나타났다.
/글·사진=김진아 기자 jinggi@kwangju.co.kr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코리안 드림’을 꿈꾸며 광주·전남을 찾은 외국인들은 지역의 노동 현장을 지탱하는 존재 뿐 아니라 지역 공동체의 구성원으로 자리잡고 있다. 이주민을 포함한 전국의 외국인노동자, 결혼이민자, 유학생, 외국 국적 동포, 불법체류자, 국적을 취득한 외국인과 미성년자녀 등 체류 중인 외국인만 올해 260만여명에 달하고 등록 외국인도 150만여명에 이른다.
그럼 우리 사회가 그들을 대하는 인식도 그만큼 성장했을까. 광주·전남에서 살아가면서 겪은 어려움은 무엇일까. 광주일보는 ‘전라도 외국인’ 시리즈를 통해 농촌과 산업단지, 학교, 병원 등 지역 곳곳에서 살아가는 외국인들의 목소리를 듣고 이주민과 협력, 공존하면서 다양성 가득한 지역 공동체로 바뀌어가고 있는 모습을 조명하려 한다.
영암군은 전체 인구 중 외국인 비율이 20.9%로 전국에서 두 번째로 높다. 한때 조선업 중심지였던 영암군은 지금, 다국적 노동자들이 정착해 살아가는 공간으로 재편되고 있다.
![]() 네팔 출신 바부람씨가 영암 대불산단 선박 철의장(철제 운항·정박 설비 제조·공급) 공장에서 자재에 기호를 새기는 마킹 작업을 하고 있다. |
6년 6개월 넘게 같은 현장에서 일한 그는 “처음 2~3년은 너무 힘들었지만 지금은 적응됐다”며 “같이 일하는 직원 대부분이 외국인 근로자들이다. 지금 일하는 곳은 다른 곳보다 덜 힘들다는 이야기를 들어 다행이라고 생각하고 있다”고 웃었다.
![]() 태국 출신 룩손 유다나씨가 영암 대불산단 선박 철의장 공장에서 자동화 절단 설비를 조작하고 있다. |
룩손씨는 “벌써 마지막으로 태국을 방문한 지 1년 3개월이 지났다. 본가에 매달 생활비를 보내며 통화로 안부를 나누는 것이 하루의 낙”이라며 “가족들이 많이 보고싶지만, 당분간은 더 머물면서 돈을 벌어야 해 꾹 참고 있다”고 말했다.
두 사람의 꿈은 10년 이상 ‘장기 체류’를 하면서 안정적으로 돈을 버는 것이다. 회사 설립 초기부터 함께 조선업을 하면서 숙련공이 된 이들은 그간 정이 든 회사에서 오랫동안 근무하고 싶다는 소망도 내비쳤다.
이를 위해 두 사람이 넘어야 할 산으로 꼽은 것은 단연 ‘언어’다.
룩손씨는 “일은 하다보니 많이 익숙해졌지만 여전히 한국어가 어려워 불편함이 있다”며 “그래도 나는 잘하는 편인데, 한국말을 아예 모르는 사람은 더 힘들 것 같다”고 했다.
두 사람은 대불산단 복합문화센터에서 진행되는 한국어 수업을 들으며 한국에 더욱 빠르게 적응할 수 있었다. 산단 한 가운데 자리하고 있는 복합문화센터에서는 매주 수요일 오후 7시마다 한국어 수업이 진행된다. 수준별로 반을 3개로 나뉘어 ‘ㄱ, ㄴ, ㄷ’부터 간단한 자기소개까지 배우고 있다. 한달에 한번씩은 체육대회나 한국 음식 만들기 체험 등 특별 프로그램도 마련된다.
룩손씨의 경우 한국어를 익히기 위해 토픽(TOPIK·한국어능력시험) 공부를 하고 사회통합 프로그램 등을 수료하며 현재 E-9인 비자를 E-7으로 변경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복합문화센터 바로 옆에는 ‘전남이민외국인종합지원센터’가 자리하고 있다. 이곳에서는 베트남어, 중국어, 몽골어, 러시아어, 영어 등 5개 언어로 상담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는데 외국인 근로자 뿐만아니라 이들과 소통하려는 산단 내 한국인 관리자들의 이용도 적지 않다.
김일수 전남이민외국인종합지원센터장은 “지금 전남에 있는 외국인 노동자들이 빠지면 농어촌이나 산업현장은 사실상 운영이 어렵다”며 “이제는 선택이 아닌, 지역 유지에 필수적인 존재”라고 말했다. 김 센터장은 “외국인근로자들을 대상으로 한 정책은 우리를 지역을 살리는 정책이라는 관점에서 접근해야 한다”며 “지금처럼 외국인을 따로 떼어 생각할 것이 아니라, 함께 살아갈 수 있는 기반을 단계적으로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 영암 대불산단내 선박 철의장 공장에서 외국인 근로자가 용접 작업을 하고 있다. |
지역별로는 영암에 거주하는 외국인이 9673명으로 가장 많고, 여수가 7322명으로 2위, 완도가 5110명으로 3위다. 이어 나주(4748명), 목포 (4646명), 순천(3040명), 진도(2612명), 해남(2592명)순이다. 이들의 자녀와 등록되지 않은 외국인들까지 포함하면 실질적인 전남의 다문화 인구는 드러난 수보다 훨씬 많을 것으로 판단된다.
지역내 외국인 삶의 형태는 ‘노동 중심의 체류’에서 ‘가족 단위 정착’으로 확장되고 있다. 2023년 한 해 동안 광주에서는 475건, 전남에서는 782건의 다문화 혼인이 이뤄졌고, 전년 대비 각각 33.8%, 19.6% 증가했다. 다문화 가구 수는 광주 8700가구, 전남 1만 6325가구로 2019년 대비 18.4%, 16.0% 증가했다. 전체 출생 중 다문화 출생 비중은 광주 5.2%, 전남 6.3%로 나타났다.
/글·사진=김진아 기자 jinggi@kwangju.co.kr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