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상계’ 복간 - 김미은 여론매체부장
2025년 04월 16일(수) 22:00
오래 전 잡지를 함께 읽는 모임을 취재한 적이 있다. 일반 도서가 아닌, 잡지를 읽고 서로 생각을 나누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그들이 함께 읽고 생태주의, 탈핵, 대안적 삶 등에 대한 생각을 나눈 책은 ‘녹색평론’이었다. 지난 2021년 11월 ‘녹색평론’(제 181호)을 받아든 구독자들은 슬픈 소식을 접했다. 재정 기반 확보 등을 위해 1년간 휴간에 들어간다는 내용이었다. 고(故) 김종철 발행인의 뒤를 이어 잡지를 만들어온 온 딸 김정현 발행인의 결단이었다.

많은 독자들은 구독료를 환불받지 않고 잡지가 다시 발간되길 기다렸고, 일부 필자들은 원고료를 받지 않는 식으로 응원의 마음을 보탰다. 다행히 녹색평론은 2023년 복간호(제 182호)를 펴내며 독자들 곁으로 돌아왔다. 1991년 창간 당시부터 광고 없이 운영됐던 ‘녹색평론’은 그 원칙을 지키고 있고 독자들은 든든한 후원군이다. 녹색평론 독자 모임은 지금도 전국각지에서 이어지는 중이다. 광주 지역 모임은 24절기 기준 2절기마다 한새봉농업생태공원에서 열린다.

며칠 전 독립운동가 출신 민주화 운동가 고(故) 장준하(1918~1975) 선생을 중심으로 발간돼 지식인의 담론의 장 역할을 했던 ‘사상계(思想界)가 55년 만에 복간됐다. 1953년 4월 창간한 사상계는 정치·경제·사회·문학·철학·예술 등 다양한 주제로 담론을 이끌다 1970년 5월호에 김지하의 시 ‘오적(五賊)’을 실으면서 강제 폐간됐었다.

창간 72주년 기념 특별호(재창간호)로 다시 모습을 드러낸 ‘사상계’는 22대 광복회 회장을 역임한 장준하 선생의 장남 장호권이 발행인을 맡고 최재천 교수 및 20~30대 청년 세대가 편집위원으로 참여했다. 장 발행인은 “앞으로 권력과 부정적 힘에 대항해 굽히지 않고 바른 소리를 전하려 한다”고 말했다.

‘녹색평론’의 2025년 봄 통권호의 주제는 ‘시민이 주도하는 개헌 운동’이다. ‘사상계’ 복간호에는 ‘응답하라 2025!’를 주제로 12·3 비상계엄, 문명 전환 등 다양한 글이 실렸다. 탄핵정국을 지나오며 방향성을 상실하고, 가치관의 혼란을 겪어온 이들에게 시대의 상징적 존재 같은 두 권의 잡지는 더 없이 반갑다.

/김미은 여론매체부장 mekim@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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