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장은 기다림이 아니다 - 장성환 전남대병원 소아청소년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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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소아의 저신장을 둘러싸고 무분별한 치료와 처방이 난무하고 있다. 비전문가 중심의 성장호르몬 치료 권유가 문제다. 여기에다가 상업적 접근이 증가하면서 상황이 갈수록 악화되고 있다. 정확한 진단 없이 무분별한 치료가 이뤄지고 있는 것이다. 키가 작은 건 질병일 수 있지만 반드시 감별을 통해 진단이 선행돼야 한다.
성장 지연의 원인은 다양하고 그 중 일부만이 성장호르몬 치료를 받아야 한다. 단순히 ‘작다’는 이유만으로 치료를 시작하는 건 불필요한 의료비 지출, 심리적 부담, 심지어 치료 부작용까지 초래할 수 있다.
의료현장의 사례를 통해 정확한 감별 진단이 얼마나 중요한지, 그리고 성장호르몬이 만능이 아님을 확인할 수 있다. 다음은 저신장을 증상으로 내원한 가상의 사례들이다.
첫째, 성장호르몬 결핍증으로 호르몬 치료가 필요한 환자다. 초등학교 2학년 남아가 연 성장속도 3.1cm/년으로 내원했다. 신체 계측상 키가 -2.5 표준편차 이하로 매우 작았고 골연령이 실제 연령보다 2년 이상 어렸다. 이어 시행한 두 번의 성장호르몬 자극검사에서 모두 5ng/mL 미만으로 반응해 성장호르몬 결핍증으로 진단했다. 이 어린이는 성장호르몬 치료의 대상이 맞다. 치료 1년 차에 성장속도가 9.2cm/년으로 크게 호전됐으며 예측 성인 신장도 개선됐다. 결핍 여부를 객관적으로 입증하는 평가가 선행되지 않았다면 이 환아는 단순 ‘체질’로 오인돼 치료 시기를 놓쳤을 수도 있었다.
둘째, 중추성 성조숙증이 있는 경우다. 7세 여아가 유방이 발달하여 병원을 찾았다. 초음파에서 자궁과 난소가 사춘기의 형태로 발달돼 있었다. 골연령은 실제보다 2.5년 앞서 있었고 성장판 조기 폐쇄 위험이 높았다. 자극검사에서 최고 황체호르몬 수치가 5IU/L를 초과해 중추성 성조숙증으로 진단했다. 이 환아는 성장호르몬이 아닌 생식샘자극호르몬 방출호르몬 작용제 치료가 필요했다. 골성숙 속도를 조절해 최종 신장 예측치를 높이는 게 중요했다. 하지만 보호자는 주사치료에 대한 부담으로 식이 조절과 운동만으로 성장시키겠다고 치료를 거부했다. 2년 뒤 또래보다 키가 작아 다시 왔을 때에는 이미 골성숙이 끝난 상태로 치료가 어려웠다.
셋째, 내분비질환인 갑상선 기능저하증의 사례다. 6세 여아가 활동이 줄고 체중 증가, 성장 부진을 이유로 병원을 찾았다. 검사 결과 갑상선자극호르몬이 32μIU/mL로 증가하였고 갑상선 호르몬은 정상 수치보다 감소하였다. 갑상선 초음파에서 만성 자가면역성 갑상선염 소견을 보였다. 일차성 갑상선기능저하증으로 진단하고 보충 치료를 시작한 뒤 성장 속도 및 활동성이 모두 향상됐다. 이렇게 비특이적인 증상에 가려진 내분비 질환은 반드시 감별해야 하며 이 경우에도 성장호르몬은 적절한 치료가 아니다.
넷째, 체질성 성장 지연의 사례인데 이 경우는 치료보다는 경과 관찰이 핵심이다. 초등학교 4학년 남아가 또래보다 작아 부모가 조기 치료를 원했다. 키 성장속도는 연 5cm 이상으로 유지되고 있었고 골연령은 실제 연령보다 1.5년 어렸으며, 가족력상 아버지도 사춘기 후반에 급성장한 이력이 있었다. 정상적인 성장 곡선상 경과 관찰이 가능한 체질성 성장지연으로 판단해 불필요한 치료는 하지 않고 정기적으로 모니터링했다. 무리한 성장호르몬 투여는 비용 부담뿐 아니라 과성장, 대사 부작용, 정서적 스트레스를 초래할 수 있다.
이 같은 경우를 살펴보면 전문가의 평가 없이 성장호르몬을 시작하는 건 ‘정답 없는 문제를 풀려는 것’과 같다. 최근 일부 진료기관에서는 단순한 키 수치만으로 무분별하게 성장호르몬 사용을 장려하는 경향이 있다. 이는 과학적 근거가 부족할 뿐만 아니라 환아의 진단과 예후에 혼선을 줄 수 있다.
성장 문제는 단순히 ‘작다, 크다’의 문제가 아니다. 진단적 평가→원인 감별→적절한 치료라는 의학적 절차가 반드시 필요하다. 그 중심에는 인증 받은 소아내분비 분과전문의의 진료가 필수적인 것은 두말할 나위가 없다.
아이의 키는 단순한 수치가 아니라 건강의 지표이며 삶의 질과도 직결된다. 불필요한 치료를 피하고 꼭 필요한 치료를 제때 시작하기 위해서는 ‘성장은 기다리는 것이 아니라, 평가받아야 할 임상 증상’이라는 인식의 전환이 필요하다.
의료현장의 사례를 통해 정확한 감별 진단이 얼마나 중요한지, 그리고 성장호르몬이 만능이 아님을 확인할 수 있다. 다음은 저신장을 증상으로 내원한 가상의 사례들이다.
첫째, 성장호르몬 결핍증으로 호르몬 치료가 필요한 환자다. 초등학교 2학년 남아가 연 성장속도 3.1cm/년으로 내원했다. 신체 계측상 키가 -2.5 표준편차 이하로 매우 작았고 골연령이 실제 연령보다 2년 이상 어렸다. 이어 시행한 두 번의 성장호르몬 자극검사에서 모두 5ng/mL 미만으로 반응해 성장호르몬 결핍증으로 진단했다. 이 어린이는 성장호르몬 치료의 대상이 맞다. 치료 1년 차에 성장속도가 9.2cm/년으로 크게 호전됐으며 예측 성인 신장도 개선됐다. 결핍 여부를 객관적으로 입증하는 평가가 선행되지 않았다면 이 환아는 단순 ‘체질’로 오인돼 치료 시기를 놓쳤을 수도 있었다.
셋째, 내분비질환인 갑상선 기능저하증의 사례다. 6세 여아가 활동이 줄고 체중 증가, 성장 부진을 이유로 병원을 찾았다. 검사 결과 갑상선자극호르몬이 32μIU/mL로 증가하였고 갑상선 호르몬은 정상 수치보다 감소하였다. 갑상선 초음파에서 만성 자가면역성 갑상선염 소견을 보였다. 일차성 갑상선기능저하증으로 진단하고 보충 치료를 시작한 뒤 성장 속도 및 활동성이 모두 향상됐다. 이렇게 비특이적인 증상에 가려진 내분비 질환은 반드시 감별해야 하며 이 경우에도 성장호르몬은 적절한 치료가 아니다.
넷째, 체질성 성장 지연의 사례인데 이 경우는 치료보다는 경과 관찰이 핵심이다. 초등학교 4학년 남아가 또래보다 작아 부모가 조기 치료를 원했다. 키 성장속도는 연 5cm 이상으로 유지되고 있었고 골연령은 실제 연령보다 1.5년 어렸으며, 가족력상 아버지도 사춘기 후반에 급성장한 이력이 있었다. 정상적인 성장 곡선상 경과 관찰이 가능한 체질성 성장지연으로 판단해 불필요한 치료는 하지 않고 정기적으로 모니터링했다. 무리한 성장호르몬 투여는 비용 부담뿐 아니라 과성장, 대사 부작용, 정서적 스트레스를 초래할 수 있다.
이 같은 경우를 살펴보면 전문가의 평가 없이 성장호르몬을 시작하는 건 ‘정답 없는 문제를 풀려는 것’과 같다. 최근 일부 진료기관에서는 단순한 키 수치만으로 무분별하게 성장호르몬 사용을 장려하는 경향이 있다. 이는 과학적 근거가 부족할 뿐만 아니라 환아의 진단과 예후에 혼선을 줄 수 있다.
성장 문제는 단순히 ‘작다, 크다’의 문제가 아니다. 진단적 평가→원인 감별→적절한 치료라는 의학적 절차가 반드시 필요하다. 그 중심에는 인증 받은 소아내분비 분과전문의의 진료가 필수적인 것은 두말할 나위가 없다.
아이의 키는 단순한 수치가 아니라 건강의 지표이며 삶의 질과도 직결된다. 불필요한 치료를 피하고 꼭 필요한 치료를 제때 시작하기 위해서는 ‘성장은 기다리는 것이 아니라, 평가받아야 할 임상 증상’이라는 인식의 전환이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