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中 관계의 리셋은 가능한가- 이 남 주 성공회대 인문융합자율학부 교수
2025년 04월 08일(화) 00:00
2016년 사드 갈등을 계기로 한·중 관계가 갑작스럽게 악화되었다. 문재인정부 시기 한중 관계 발전을 위한 노력이 있기는 했지만 코로나19 팬데믹으로 큰 진전을 이루지 못했다. 여러 여론조사는 최근까지도 양국 국민의 상대국에 대한 인식이 부정적 방향으로 변화하는 추세를 보여주었다.

지리적으로 인접한 국가 사이의 관계가 항상 좋은 것은 아니다. 한중 사이에도 국력의 비대칭성이 초래하는 경계심, 역사 갈등, 이념적 차이 등 쉽게 해소하기 어려운 문제가 존재한다.

그러나 이러한 문제가 양국 사이의 협력을 불가능하게 만들지는 않는다. 한중 사이에는 물리적 충돌을 초래할 영토 갈등은 존재하지 않는다. 해양경계 확정 문제는 외교를 통한 관리가 가능하다. 한중 관계가 악화되었다고 하지만 양국 사이의 협력과 교류는 지금도 활발하다.

2024년 한중의 교역 규모는 2669억 달러에 달했다. 한국에게 중국은 제1의 교역 상대국이다. 미국에서 보호주의가 강화되는 것을 고려하면 한중 교역의 중요성은 양국 모두에게 더 커질 수밖에 없다. 방한 중국인의 수도 2024년에 450만명을 넘어서 같은 기간 방한 외국인 중 가장 큰 비중을 점했다. 한중 관계가 정서에 좌우되지 않는 면이 있다는 사실을 잘 보여준다.

대외관계에서 다변화는 필요할지 몰라도 탈중국은 경제적으로는 물론이고 안보적으로도 택할 길이 아니다. 따라서 한중 관계의 원칙은 차이나 경쟁이 충돌이나 대립으로 발전하지 않도록 하고 양국 모두에게 이익이 되는 협력과 교류를 확대하는 것이다.

지금 한국에게 필요한 것은 냉전적 사고방식에 기초한 대중 접근법에서 탈피하는 것이다. 이번 탄핵국면에서 윤석열정부와 수구세력이 얼마나 시대착오적인 대중 인식을 갖고 있었는지가 잘 드러났다.

중국도 한국과의 최근 관계에서 교훈을 얻을 필요가 있다. 2017년 문재인정부 출범 이후 한중 관계의 발전 계기가 만들어졌음에도 불구하고 사드 배치에 대한 대응 조치를 철회하는 데 소극적으로 움직였다. 사드 배치 문제는 한국 내부의 논의에 맞기고 한중 관계 발전에 주력했다면 하는 아쉬움이 있다.

그런데 지금 한국에서 대중정책이 정치적 고려에 좌우되지 않고 국가 이익을 기초해 추진할 수 있는 정치 환경이 만들어졌다. 중국도 최근 한국과의 관계에서 과거보다 유연한 자세를 보이고 있다. 이러한 분위기를 한중 관계의 리셋으로 이어가야 한다.

고위급 양자 대화의 재개가 가장 시급하다. 고위급 대화의 단절은 한중 관계 악화의 결과이지만 지금은 한중 관계의 발전을 어렵게 만드는 원인이 되고 있다. 최근 양국의 고위급 대화가 재개된 것처럼 보이지만 아직은 주로 한·중·일 대화, APEC, UN 등의 다자외교의 사이드 이벤트로 진행되었다. 양자 관계에 더 집중할 수 있는 대화를 진행해야 한다.

양자 대화에서 무엇보다 신뢰 증진을 위한 합의를 만들어야 한다. 한국의 경우 중국인의 방한 편의성을 높여주는 정책을 준비할 필요가 있으며 중국은 소위 한한령에 따른 문화 교류에 대한 제약을 해소하는 데 더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 서로를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고 상대에 대한 부정적 인식만 증가한 것이 지난 몇 년의 상황이었기 때문에 민간 교류의 안정적 증가가 한중 관계를 정상화하는 데 무엇보다 중요하다.

경제 영역에서도 주요 산업에서 양국 기업간 경쟁이 치열해지는 것은 사실이지만 협력할 수 있는 공간은 존재한다. 한국은 중국의 내수 시장에 진출해야 하고 중국은 공급망 안정을 위해 한국 기업과의 협력이 필요한 부분이 있다. 이 영역에서의 협력은 양국이 더 균형적 경제관계를 맺고 급변하는 외부환경 변화에 더 효과적으로 대응할 수 있게 만들 것이다.

중장기적으로는 신뢰 구축을 기초로 한반도 안정과 평화가 가장 중요한 공통 과제이다. 한반도의 정세 악화는 한중의 전략적 갈등을 촉발할 가능성을 높인다. 반면 한반도 정세의 개선은 한중 사이의 협력공간 확대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을 지금까지의 역사가 잘 보여준다.

양국 모두에게 이익이 되는 협력과 교류를. 신뢰 구축을 기초로 한반도 안정과 평화를 기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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