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5조 빚더미’ 한전, 흑자 내자마자 ‘배당 잔치’ 논란
지난해 8조원 흑자에 4년 만에 배당 재개…배당금 1367억원 규모
총부채 2조원 증가…전기요금 인상에 흑자 전환 경영 정상화 멀어
2025년 03월 11일(화) 19:30
한국전력공사(한전)가 지난해 영업이익 흑자를 기록하면서 4년만에 배당을 재개해 논란이 일고 있다.

주주 이익 실현을 위한 배당 재개는 당연한 것이지만, 여전히 막대한 누적적자를 지고 있는 한전의 재정 상황을 고려하면 다소 이르다는 것이다. 특히 한전 주주 구성도 산업은행 등 정부 관련이 절반 이상을 차지하고, 총부채 규모 역시 역대 최고치를 기록한 점도 배당 재개 반대 목소리가 나오는 주요 이유 중 하나다.

11일 한전에 따르면 올해부터 2021년 회계연도부터 중단했던 배당을 재개한다. 한 주당 213원, 시가배당률은 1.0%로 배당금 총액은 1367억원 수준이다.

한전이 배당을 재개한 이유로는 실적 개선이 꼽힌다. 한전은 2021~2023년 국제 정세 악화로 인한 에너지 원자재 가격은 급등했지만, 전기요금은 제 때 인상하지 못하면서 3년 연속으로 영업이익 적자를 기록했다. 3년간 누적된 적자만 43조원대에 이르지만, 지난해 연결기준 8조 3489억원의 영업이익을 거둬 흑자 전환에 성공했다.

정부가 기업가치 제고를 위해 진행한 ‘밸류업 프로그램’에서 최우선 지표로 판단되는 자기자본이익률(ROE) 역시 대폭 개선됐다. 지난해 한전의 ROE는 8.7%로 2021년(-12.5%) 대비 21.2%포인트(p) 상승했다.

하지만 한전이 흑자 전환한 직후 배당을 재개한 것을 놓고 찬반 의견이 대립하고 있다. 주주에게 배당을 하는 것은 당연하다는 입장과 국가 전체 전력망과 에너지 분야에서 큰 비중을 차지하는 한전이 재무위기를 충분히 해소할 때까지 기다려야 한다는 입장이 상충하고 있는 것이다.

실제 한전은 지난해 에너지 원자재 가격 안정 및 4차례에 걸친 전기요금 인상을 통해 전기판매 수익이 증가하면서 흑자 전환에는 성공했지만, 여전히 누적적자는 34조 7000억원에 달한다. 누적적자에 따른 연간 이자 비용만 3조 4000여억원 수준으로, 재무위기를 벗어났다고 판단하기는 이른 상황이다.

또 지난해 한전의 총부채는 연결기준 205조 1810억원으로 전년(202조 4500억원)보다 2조 7310억원 증가해 역대 최고치를 또다시 갱신했다. 총부채 가운데 회사채 발행 등을 통한 차입금이 차지하는 비중은 132조 5000억원에 달하는데, 한전은 당장 올해 35조 4000억원, 내년에는 26조 1000억원 등 2년 새 61조 5000억원의 부채를 상환해야 하는 실정이다.

특히 경기침체가 장기화되는 가운데, 정부가 국민에게 부담을 가중시키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한전의 최대주주는 산업은행(32.9%), 2대 주주는 대한민국정부(18.20%)다. 사실상 정부가 50% 이상의 배당을 받는 가운데, 정부는 지난해 산업용 전기요금을 9.7% 인상하고, 한전이 흑자를 기록하자마자 배당을 재개했기 때문이다. 올해 역시 한전의 경영 정상화를 위해서는 전기요금 인상이 불가피하다는 전망이 나오는 점도 이 같은 비판에 힘을 싣고 있다.

/장윤영 기자 zzang@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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