쑥스러운 우승 반지…윤영철, ‘V13’은 내 손으로
KIA 좌완 윤영철, 궂은 날씨에 KS 등판 못하고 마무리
“올 시즌 경험을 바탕으로 비시즌 알차게 몸 만들겠다”
2024년 10월 31일(목) 00:00
비로 경기 일정이 미뤄지면서 KIA 타이거즈 윤영철의 한국시리즈 등판이 무산됐지만, 그는 우승 경험을 바탕으로 ‘V13’의 주역이 되겠다는 각오다.
‘반지 도둑’ 좌완 윤영철이 ‘V13’ 주축을 꿈꾼다.

KIA 타이거즈의 윤영철은 이번 한국시리즈에서 가장 애타게 기다림을 보낸 선수 중 한 명이다.

고졸 2년 차 윤영철은 이번 시리즈에서 4차전 선발로 첫 ‘가을 잔치’를 준비했다. 하지만 하늘이 윤영철에게 마운드를 허락하지 않았다.

지난 21일 1차전이 비로 늦게 시작됐고, 또 비 때문에 6회초에 경기가 멈췄다. 22일로 연기됐던 경기는 다시 또 비로 하루 밀렸다.

이에 따라 25일 예정됐던 4차전이 26일로 변경됐고, 하루 더 여유가 생기면서 1차전 선발로 출격했던 ‘에이스’ 제임스 네일이 26일 4차전까지 책임졌다.

그리고 28일 진행된 5차전에는 2차전 선발이었던 양현종이 다시 등판했다.

이날 양현종이 3회 일찍 마운드에 물러나면서 김도현을 시작으로 마무리 정해영까지 6명의 불펜 투수가 투입됐지만 윤영철은 등장하지 않았다.

혹시 모를 다음 경기를 위해 윤영철은 다시 또 기다림의 시간을 보냈고, 이날 경기가 KIA의 7-5 승리로 끝나면서 등판 없이 우승 순간을 맞이하게 됐다.

“반지 도둑이 됐다”며 웃은 윤영철은 “우승해서 굉장히 기쁘다. 원준이 형이 옛날에 반지 도둑이었다고 했다. 원준이 형처럼 하나 받고 나중에 주축이 되면 그때 한 번 더 하고 싶다. 1개 받았으니까 마음 편하게 할 것 같다”고 언급했다.

아쉽게 한국시리즈 기록은 남기지 못했지만 프로 두 번째 시즌에 우승팀 일원이 된 것만으로도 윤영철에게는 특별한 가을이 됐다.

윤영철은 “삼성 강민호 선배님은 21년 동안 처음 한국시리즈 밟아보신다고도 하고, 은퇴할 때까지 못 밟아보고 가는 선수들도 많다”며 “많이 기다리면서 준비했지만 팀이 이기는 데 뭐가 중요하겠나. 몸은 10번이고 20번이고 더 풀 수 있다”고 말했다.

또 “초등학교, 중학교, 고등학교도 그렇고 팀이 높은 위치에 있어야 어린 선수들이 더 잘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 위치까지 올라가서 무대 긴장감을 경험해 봤기 때문에 더 잘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며 “마운드는 안 올라가 봤지만 이 분위기를 다 직접 보고 느꼈기 때문에 나중에 나의 무대가 왔을 때 더 잘할 수 있고 더 많은 걸 보여줄 수 있을 것이다”고 다음 무대를 그렸다.

충암고를 졸업하고 프로 무대에 뛰어들었던 지난 시즌 윤영철은 팀의 선발 한 자리를 꿰차면서 8승을 수확했다. 올 시즌에도 선발 로테이션에 이름을 올리고 마운드 전면에 섰다.

씩씩하게 마운드에 올랐던 윤영철이었지만 초반 부진으로 올 시즌에는 마운드가 멀게 느껴지기도 했다.

부상도 윤영철을 힘들게 했다. 윤영철은 지난 7월 13일 SSG전에서 허리 통증으로 마운드에서 물러났고, 이후 척추 피로 골절 진단을 받았다.

두 달여를 쉬었던 윤영철은 9월 23일 삼성과의 홈경기를 통해서 부상 복귀전을 치렀고, 한국시리즈 엔트리에도 이름을 올렸다.

입단과 함께 선발이라는 막중한 책임감을 가지고 달려왔던 윤영철은 올 시즌 부진과 부상이라는 시련을 겪으면서 차분하게 다시 야구를 돌아볼 수 있는 시간을 가졌다.

한국시리즈 무대를 직접 밟지는 못했지만 뜨거웠던 현장을 생생하게 경험한 것도 또 다른 자산과 동기부여가 됐다.

건강하게 ‘가을잔치’ 주인공을 꿈꾸게 된 윤영철은 ‘몸관리’를 우선 목표로 다음 시즌을 준비할 계획이다.

윤영철은 “살을 빼고 있다. 체지방을 빼려고 먹는 것도 조절하고 있다. 비시즌 때도 몸관리 하려고 미리 준비하고 있다”며 올 시즌 경험을 바탕으로 알찬 비시즌을 보내겠다는 각오를 밝혔다.

/글·사진=김여울 기자 wool@kwangju.co.kr
이 기사는 광주일보 홈페이지(kwangju.co.kr)에서 프린트 되었습니다.

URL : http://www.kwangju.co.kr/article.php?aid=1730300400775584011
프린트 시간 : 2025년 05월 06일 06:03:4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