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정지 조선대생, 바로 옆 조선대병원 응급실 왜 못 갔나
100m 떨어진 응급실 의사 2명 응급처치하느라 연락 안돼 전남대병원 이송
전날 과음 추정, 학내서 발견…호흡은 돌아왔지만 의식불명 상태 ‘위독’
전남대병원도 응급실 당직 교수 2명 뿐…우려했던 응급실 공백 드러나
2024년 09월 05일(목) 19:32
조선대학교
조선대학교 캠퍼스에서 위독한 상태로 발견된 학생이 의료공백 사태 때문에 직선거리로 100m인 조선대병원 응급실이 아니라 전남대병원으로 후송돼 치료를 받고 있다.

조선대병원 응급실 의료진이 의료사태로 축소운영을 하는데다 다른 응급환자 처치를 하느라 사실상 응급환자 이송에 대응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의정갈등으로 전공의들이 의료현장을 떠난 상황에서 교수 4명(전남대병원·조선대병원 각 2명)이 매일 밤 광주·전남의 중증 응급환자를 전담하고 있어 환자 뺑뺑이 사태가 반복될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5일 광주동부경찰 등에 따르면 이날 오전 7시 30분께 광주시 동구 조선대 체육대학공원에서 A(여·19)씨가 심정지 상태로 발견됐다.

인근을 지나던 조선대 환경미화 직원이 “공원에 사람이 쓰러져 있다”고 119에 신고하면서 A씨는 병원으로 긴급 이송됐다.

소방출동 당시 심정지상태였던 A씨는 인근 전남대병원 응급실로 이송돼 호흡은 되찾았으나 의식이 돌아오지 않고 있으며 생명이 위독한 것으로 전해졌다. A씨는 이 대학 1학년생으로, 전날 동아리 농촌 봉사활동 해단식에 참여해 새벽까지 술을 마셨던 것으로 조사됐다.

A씨는 대학 인근 술집 등을 돌며 4차례에 걸쳐 자리를 옮기며 밤새 술을 마셨다. A씨가 발견된 조선대 체육대학공원에서도 일행 2명과 함께 술을 마신 것으로 파악됐다.

같이 술을 마신 일행들은 모두 귀가해 구조 당시 공원에는 A씨만 남아 있었으며, 인근에는 A씨 등이 마신 것으로 추정되는 술병 5병이 남아있던 것으로 확인됐다. A씨와 술을 마셨던 일행들은 “만취해 기억이 나지 않는다”는 취지로 경찰에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은 A씨에게서는 다른 외상 등이 발견되지 않아 범죄에 연루되지 않은 것으로 추정하고 회복 여부를 지켜보는 한편 구체적인 사고 경위를 조사 중이다.

문제는 심정지 상태로 위급한 상황이었던 A씨는 발견장소와 불과 100m 거리인 조선대병원 응급실이 아닌 이보다 300m정도 떨어진 전남대병원으로 이송됐다는 점이다. 당시 소방대원은 가장 먼저 인근의 조선대병원 응급실에 영상통화를 활용한 ‘스마트 의료 지도’를 요청했다. 소방대원이 심폐소생술 등의 처치를 하면서 요청을 했지만 의료진은 ‘처치 불가’ 판단을 내렸다.

이후 소방대원은 응급실 이송을 위해 조선대병원 응급실에 두차례 전화를 했지만 연결되지 않았다.

당시 의료진 2명 중 한 명은 다른 응급환자에 대한 진료를 하고 있었고 다른 의사는 장천공으로 응급수술에 들어가야할 환자에 대한 처치를 하고 있는 상황이라 전화를 받지 못했다는 것이 조선대병원 측의 설명이다.

이날은 의료진이 심각한 체력적 한계에 놓인 상태를 해소하기 위해 조선대병원은 매주 수요일 타 진료과 전문의의 지원을 받아 응급실 근무에 투입하기로 한 첫날로 외과와 정형외과 전문의 각 1명이 응급환자를 전담하고 있었다.

소방대원은 매뉴얼에 따라 다음으로 가까운 전남대병원 응급실로 이송문의를 했다. 다행히 전남대병원 응급실에서는 여력이 있어 A씨가 이송된 것이다.

당시 전남대병원에서는 2명의 응급의학과 교수가 근무하고 있었다. 하지만 만약 전남대병원 응급실에도 다른 응급환자가 몰려있었다면 응급환자의 이송이 불가능 했던 셈이다.

야간에 발생하는 광주·전남의 중증 응급환자를 전남대병원과 조선대병원 교수 4명만이 담당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추석 명절에는 사건·사고가 잦아 응급실을 찾는 환자들이 더욱 늘어날 가능성이 높아 대혼란이 예상된다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광주지역 한 상급병원 관계자는 “의정갈등으로 필수의료현장인 응급실에서 전공의가 빠진 공백이 여실히 드러나고 있다”면서 “광주·전남 상급병원의 응급실이 위기 상황인데 자칫 응급환자가 몰리는 상황이 되면 환자의 소중한 생명을 지킬수 없을 수도 있다”고 말했다.

/정병호 기자 jusbh@kwangju.co.kr

/유연재 기자 yjyou@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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