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공청사서 폭염 탈출?…시민들 “여기도 덥네요”
찜통 더위에 관공서·무더위쉼터로
에너지 규정따라 26~28도 제한
“더위 해소 도움 안돼” 잇단 민원
“지하철역사도 덥고 습하다” 호소
통행제한 충장로 차량 열기 짜증도
2024년 07월 24일(수) 20:00
폭염이 계속된 24일 광주시 북구 문흥근린공원 정자에서 어르신들이 장기를 두며 더위를 피하고 있다. /김진수 기자 jeans@kwangju.co.kr
“길 가다 너무 더워서 구청에 들어왔는데, 여기도 그렇게 시원하진 않네요”

광주 지역 체감온도가 35도를 웃돈 24일 오전 11시께 광주시 남구 봉선동 남구청 민원실은 더위를 피해 들어온 주민들로 북적였다.

주민들은 더위가 가시질 않는지 민원실에 놓인 소파에 앉아서 하염없이 부채질을 하고 있었으며, 청사 내 화장실은 세수를 하며 열을 식히려는 주민들이 줄을 이었다.

남구청사를 찾은 정종금(여·76)씨 역시 손수건으로 연신 땀을 닦아냈다. 정씨는 “바깥이 너무 더워서 잠깐 쉬었다 가려고 했는데, 여기도 그렇게 시원하지는 않다”며 “날이 워낙에 더우니 웬만한 에어컨 바람으로는 소용없는 것 같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광주시 서구에서도 청사 내부가 덥다는 민원이 잇따랐다. 광주시 서구는 최근 구청장 직통 민원 플랫폼 ‘바로 문자하랑께’를 통해 “서구청 내부가 습하고 덥다”는 민원 4건을 잇따라 접수했다고 밝혔다.

광주 지역에 지난 20일부터 내려진 폭염특보가 닷새째 이어지면서 시민들이 공공청사나 은행, 무더위 쉼터 등으로 피서를 떠나고 있으나, “더위 해소에 하나도 도움이 안된다”는 원성이 터져나오고 있다.

공공기관 청사의 적정 온도가 행정 규칙에 의해 정해져 있어 강한 냉방을 할 수 없기 때문이다.

‘공공기관 에너지이용 합리화 추진에 관한 규정’에 따르면 공공기관 청사의 온도는 에너지 절약을 위해 26~28도로 제한된다. 민원실, 콜센터, 철도·지하철 역사 등 다수가 이용하는 시설의 경우 탄력적으로 실내 온도를 조정할 수 있다.

주민들은 26도 안팎의 실내온도로는 최근처럼 기온과 습도 모두 높은 날씨를 이겨내기에 역부족이라고 입을 모으고 있다.

대중교통시설인 지하철도 무더위를 피하진 못했다. 뜨거운 햇볕을 피하기 위해 지하철 역사를 찾은 어르신들은 “밖이나 안이나 덥고 습한건 마찬가지”라고 입을 모았다.

남광주시장역 무더위쉼터에서 더위를 식히던 박선영(64)씨도 “이번 여름 중 오늘이 가장 더운 것 같다. 역사 안에서도 더위가 가시질 않는다”며 “집에서 얼음물까지 챙겨왔는데 소용이 없다. 가만히 있어도 숨이 턱턱 막힌다”고 손부채질을 했다.

금남로4가역을 찾은 김정자(여·82)씨는 “평소엔 지하철역이 시원하기 때문에 피서를 왔는데 오늘은 이곳도 덥다”면서 “그냥 집에서 가만히 누워있는 게 나을 것 같으니 집에 돌아갈 생각”이라고 말했다.

광주교통공사는 지난 6월부터 노인 유동인구가 많은 양동시장역과 화정역, 농성역 등 10개역에 무더위쉼터를 운영 중이다. 무더위쉼터에는 목재평상과 대형선풍기가 설치됐고 당일 기온에 따라 냉방시스템도 가동한다.

그럼에도 최근 3개월간 광주교통공사에 접수된 온도 관련 민원은 5월 43건, 6월 69건, 7월 29건 등 총 141건에 달했다.

광주교통공사 관계자는 “전동차 내부의 경우 사람이 몰리거나 습도가 높은 경우 온도를 더 낮추고 있으며, 냉방 효율을 높이기 위해 역사 내 방풍문 설치도 완료한 상황이다”고 말했다.

보행자들은 차량에서 뿜어져 나오는 열기에 두 배의 더위를 느끼고 있다.

이날 광주시 동구 충장로 1~5가 구간을 걷던 시민들은 차량 통행 금지 구역임에도 아랑곳않고 통행하는 차량들에 연신 눈살을 찌푸렸다. 가뜩이나 무더운 날씨에 차량 열기와 경적 소리까지 들리니 피로감이 더하다는 것이다.

정민영(여·26)씨는 “그렇지 않아도 덥고 습해서 불쾌한데 좁은 골목을 비집고 들어온 차량의 열기 때문에 짜증까지 난다”며 “더위 때문에 성격까지 망칠 것 같다”고 말하곤 더위를 피해 인근 커피숍으로 들어갔다.

/장혜원 기자 hey1@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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