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 길 잃은’(?) 미디어아트 광주
2024년 07월 23일(화) 19:00
지난해 강릉과 제주의 아르떼 뮤지엄을 찾은 기자는 흥미로운 광경을 접했다. 다름 아닌 수학여행단이었다. 전국각지에서 온 듯한 고등학생들은 수십 여 대의 버스를 나눠 타고 주차장에 속속 도착했다.

아르떼 뮤지엄은 지난 2020년 9월 제주에 첫선을 보인 새로운 개념의 전시관이다. 일명 몰입형 미디어아트 체험관으로 불리는 이곳은 1호점인 제주를 시작으로 여수, 강릉 등 세 곳에 건립됐다. 광의의 개념으로 보면 미술관이지만 유명작가들의 작품을 홀로그램, 증강현실AR) 등의 기술을 활용한 실감형 콘텐츠로 제작해 관람객들의 오감을 자극시킨다는 점에서 다르다.

국내에서 가장 먼저 제주시 애월읍에 문을 연 ‘아르떼뮤지엄 제주’는 4년 만에 전국구 핫플레이스가 됐다. 성인 기준 1만 7000원이라는 만만치 않은 입장료에도 하루 평균 3000여 명이 다녀갈 정도다. 과거 스피커 제조 공장(면적 1399평, 높이 10m)을 리모델링해 열 개의 주제로 나눠 아나몰픽, 프로젝션 매핑, 홀로그램, 증강 현실(AR) 등의 기술을 활용한 콘텐츠는 관람객들을 환상의 세계로 이끈다.

특히 관람객이 처음 만나게 되는 ‘꽃’ 전시관에 들어서면 제주의 상징인 수만 개의 동백 꽃잎이 천장과 벽면에서 피었다 사라지는 황홀경이 펼쳐진다. 뉴욕 타임스스퀘어의 ‘폭포’(Waterfall-NYC)와 코엑스의 ‘파도’(WAVE)작품으로 세계적인 역량을 뽐낸 글로벌 디지털 기업인 (주)디스트릭트 코리아가 화려한 색채와 사운드를 입히고 대형 거울을 이용한 수십 개의 프레임으로 몰입도를 높인 효과다.

최근 부산광역시 영도구에 또 하나의 몰입형 미디어아트 전시관이 들어섰다. 지난 19일 전국에서 네번째로 문을 연 ‘아르떼 뮤지엄 부산’이다. 세계 최대 규모에 걸맞게 압도적인 스케일을 자랑한다. 부산시는 민간자본 200억 원을 투입해 1700평 규모 전시관에 디지털 기술과 예술을 결합한 19개 몰입형 미디어아트 작품을 상영해 연간 100만 명 이상의 국내외 관광객을 유치한다는 계획이다.

‘아르떼 뮤지엄 부산’ 뉴스가 전해지던 날, ‘광주미디어아트 플랫폼’(GMAP)이 뇌리를 스쳐 지나갔다. 지난 2014년 유네스코 미디어아트 창의도시 선정을 계기로 광주를 미디어아트의 발신지로 키우기 위해 건립한 컨트롤타워다. 실제로 광주시는 미디어아트 창의도시로 선정된 이후 미디어아트 페스티벌 창설, 유네스코 창의벨트 추진 등 인프라 조성에 일부 성과를 거뒀다.

그럼에도 미디어아트 창의도시다운 위상을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무엇보다 광주에는 미디어아트를 일상에서 접할 수 있는 경험의 장(場)이 많지 않다.

특히 핵심 인프라인 GMAP의 스케일과 콘텐츠는 제주와 강릉 등에서 ‘눈이 높아진 ’관람객들을 끌어들이는 데 미흡하다는 지적이다. 글로벌 문화도시를 지향하는 타 도시들이 경쟁력 있는 몰입형 상설 미디어아트 전시관을 유치해 지역민들의 안목을 높이고 관광객들을 불러들이고 있는 것과는 대조적인 행보다. 수학여행단은 고사하고 미디어아트 광주의 존재감 조차 찾기 힘들다. 국내 유일의 ‘미디어아트 창의도시’라는 타이틀이 멋쩍은, ‘외화내빈’의 전형을 보는 것 같아 씁쓸하다.

<문화·예향국장,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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