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남 학생들, 독일서 손기정 선수 숭고한 정신 기리다
파리올림픽 앞두고 베를린서 손 선수 ‘슬픈 우승’순간 재현 달리기행사
독일·영국서 국외 캠프…독서·토론·역사문화 체험 인문학적 역량 함양
2024년 07월 22일(월) 19:20
2024 전남독서인문학교 캠프단이 손기정 선수의 베를린 올림픽 마라톤 우승을 재현하는 행사에 앞서 독일 베를린 올림픽스타디움 앞에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태극마크를 가슴에 새긴 전남 지역 학생들이 독일에 떴다.

독서와 토론, 역사문화체험으로 인문학적 역량을 함양하기 위해 9박 10일 일정으로 독일과 영국 일원에서 국외캠프를 하고 있는 ‘2024 전남독서인문학교(고교) 캠프단’이 파리올림픽 개막을 나흘 앞둔 21일(현지시각) 독일 베를린 올림픽스타디움에서 1936년 손기정 선수의 베를린올림픽 마라톤 우승 순간을 재현하는 달리기 행사를 열었다.

캠프 6일 차 행사로 진행된 이 날 행사는 파리올림픽에 맞춰 세계 역사 속 자랑스러운 한국인의 발자취를 살펴보고, 그 길을 인문학적 관점에서 바라보는데 의미를 뒀다.

특히 손기정·남승룡 선수가 올림픽에서 우수한 성적을 거두고도 기뻐하지 못하고 슬퍼했던 이유와 당시 나라 잃은 국민의 비참함을 이해하고자 했다.

손기정 선수의 역사적인 경기는 8월 9일 베를린 현지 시각 오후 3시 2분에 시작됐다. 출전 선수는 56명. 손기정은 강력한 우승 후보였던 아르헨티나의 자바라 제치고 2시간 29분 12초의 올림픽 신기록으로 결승선을 제일 먼저 통과했다. 이어 순천 출신 남승룡 선수가 3위로 들어와 동메달을 차지했다.

캠프단은 독일 베를린 올림픽스타디움을 찾아 일제 강점기 핍박을 이겨내고 올림픽에서 우승한 손기정 선수의 ‘슬픈 우승’의 순간을 재현하기 위해 당시 마라톤 코스였던 그루네발트(Grunewald) 구간 2.5km를 달려 결승점을 통과한 뒤 월계관을 쓰고 우승 메달을 받는 퍼포먼스를 펼쳤다. 현지 주민들도 학생들의 행사를 신기한 듯 지켜보며 격려를 보냈다.

퍼포먼스에 참여한 김맑음(진도고) 군은 “나라 잃은 서러움 속에서도 불굴의 의지로 우승을 차지한 뒤 한국임을 잊지 않았던 손기정 선수가 가졌던 순고한 뜻을 생각하며 뛰었다”며 “조금 힘들었지만, 어려운 상황에서도 좌절하지 않고 노력하면 원하는 꿈을 이룰 수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고 말했다.

행사를 주관한 김정희 전남도교육청학생교육원장은 “나라 잃은 슬픔을 간직한 두 영웅이 뛰었던 마라톤 코스 중 일부를 따라 뛰거나 걸으며 두 선수의 슬픈 마음과 그런 역경을 헤쳐 나가고자 했던 순수한 열정을 느꼈을 것”이라며 “앞으로도 이러한 기회를 지속적으로 마련해 역사의 아픔을 직접 체험하고 평화와 공존의 가치를 깨닫고 세계 시민으로서 올바른 가치관을 지닌 인격체로 성장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강조했다.

캠프단은 앞서 17일 독일 프랑크푸르트에 도착, 주독일한국교육원에 한글 동화책 100권을 기증하고 독일에 거주하는 파독광부·간호사와 만남의 시간도 가졌다. 지난 20일에는 나치 중앙본부 자리에 세워진 ‘토포그래피 박물관’(공포의 지형학)과 독일 나치 정권 아래 탄압을 받았던 유대민족을 기리기 위한 홀로코스트 추모비를 찾아 전쟁 속에 짓밟힌 인권과 평화의 소중함에 대해 생각하는 일정을 이어가고 있다.

/베를린 글·사진=김대성 기자 bigkim@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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