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두고 온 100가지 유실물 - 패멀라 폴 지음·이다혜 옮김
약간 불편하고 소중했던 시대 낭만으로 다시 읽기
2024년 05월 24일(금) 00:00
책을 펼쳐 차례에 나온 100가지 항목을 천천히 살펴봤다. 인터넷의 출현과 스마트폰의 대중화와 함께 사라져간 것들에 대한 목록이다. 첫 번째로 등장하는 건 ‘지루함’. 맞는 말이다. 손에 쥐고 있는 휴대폰 덕분에 언제부턴가 지루할 새가 없다. 이제 “텅 빈 시간은 존재하지 않을뿐더러 그런 시간에 대해 생각하는 것만으로도 황당하게 느껴질 정도”가 되어버렸는지도 모른다.

‘뉴욕타임스 북리뷰’ 편집장 패멀라 폴의 ‘우리가 두고 온 100가지 유실물’은 “서둘러 오느라 두고 온 과거로부터의 추억을 기억하며 현재를 인식하고, 더 나은 미래를 꿈꾸는 책”이다.

물론 과거의 추억을 끄집어 내는 일이 저자의 말처럼 “순진한 낭만주의, 한심한 향수 또는 낡은 꼰대의 그것으로 받아들여질 지 몰라”도 결국 “우리에게 중요했던 사물과 개념과 습관과 이상이 하나둘씩 사라지고 있는 세상에서 한번쯤 새겨볼 만한 것들”이다.

책에서 소개하는 100가지 유실물은 다양하다. 언제부턴가 휴대폰을 들여다 보느라 ‘취침 전 독서’는 사라졌고 전화, 종이신문, 접수원, 지도, 손으로 쓴 편지, 영화관, LP 판 등도 우리에게서 멀어져갔다.

‘겸손’은 어떤가. “누군가의 승리가 누군가의 암묵적 실패가 되는 인터넷 세상”에서는 끊임없이 증폭되는 자기 과시, 승자독식이 판치고 결국 온라인에서 무언가를 보여준다는 것은 어떤 식으로든 ‘보이기 위한 것’이기 때문에 장점을 강조하고 과장된 모습이 난무할 수밖에 없다.

‘인기 없는 의견’에 관한 글은 많은 생각거리를 던져준다. 오늘날처럼 양극화가 극심한 사회적 정치적 문화적 환경에서 목소리를 낼 때는 “최대한 주의를 기울여야 하며 듣는 사람 모두가 나와 같은 편이라는 것을 알 때만 말할 것을 잊지 말아야 하고, 안전한 거리를 두고 미리 정해진 여러 통 중 하나에 들어가야”한다. 사방에서 비난의 화살이 쏟아질 수 있는 ‘진흙탕에 빠지는 발언’을 할 사람은 감히 없기 때문이다.

책에서는 긍정적인 무관심, 개인적 모욕감, 혼자 여행, 당신의 집중력, 타인 무시하기, 독립적으로 작업하기 등에 대해서도 이야기한다.

저자는 “가까운 과거가 점점 더 빠른 속도로 먼지가 되어 뭉쳐지는 동안 우리는 이미 상실감을 느끼기 시작했다. 여기서 잠시 멈춰서 기억을 기록하고 기뻐하며 감탄하거나 애도하거나 축하하자. 우리의 집단적 추억을 떠올리자. 그 기억 역시 곧 사라질 수 있다는 가능성에 맞서기 위해서”라고 말한다. <생각의 힘·1만9000원>

/김미은 기자 mekim@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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