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도 유람-담양 로컬 브랜드] 바삭바삭 사르르~ 전통 다과 매력에 빠지다
유기농 재료로 100% 전통 방식 제조
전통쌀엿, 엿기름 만드는데만 2개월
유과도 찹쌀 숙성·반죽 등 기다림의 연속
목칠공예 명장이 운영하는 전통 찻집
전통가구 감상하며 쌍화차 맛 일품
전통쌀엿, 엿기름 만드는데만 2개월
유과도 찹쌀 숙성·반죽 등 기다림의 연속
목칠공예 명장이 운영하는 전통 찻집
전통가구 감상하며 쌍화차 맛 일품
![]() ‘고재구전통쌀엿’ |
◇전통방식 고집하는 고재구전통쌀엿= 하루 3시간 쪽잠을 자며 쉼 없이 이어지는 고된 작업에 몸이 성할 날이 없다. 하지만 조상 대대로 내려오는 전통의 맛을 잃고 싶지 않기에 일을 멈출 수도 없다. 담양군 창평면 유천마을의 ‘고재구전통쌀엿’ 고강석 대표의 이야기다.
쌀엿은 윗대부터 대대로 이어온 음식이지만 아버님 생존에 계실 때 사업화를 시작했기에 고 대표 부친의 존함을 따 ‘고재구전통쌀엿’이라 이름지었다. 쌀엿은 설 전후로 겨울에만 작업을 하는데 12월초부터 3월초까지가 제철이다.
겨울철에는 이른 새벽부터 밤늦게까지 주방과 작업장을 오가며 잠시도 쉴 틈이 없다. 아침 일찍 쌀을 씻고 4~5시간 물에 불린다. 쌀은 담양에서 재배되는 유기농 멥쌀만 사용한다. 불린 쌀은 오후 1시 무렵 고두밥을 찌는데 시루에 얹어서 1시간30분 동안 수증기로 찐다. 오후 3시쯤 고두밥이 완성되면 여기에 엿질금(엿기름)과 따뜻한 물을 당화통에 넣고 9~10시간 기다린다. 미묘한 맛의 차이를 잃지 않기 위해 이불 여러개로 감싼 채 자연 온도에서 당화시킨다.
밤 12시부터는 식혜에 들어있는 밥 알갱이를 분리한 후 가마솥에 넣고 다시 3~4시간 졸여야 한다. 1시간을 졸이면 진한 식혜가 되고 2시간 반 정도 지나면 조청이 되며, 3~4시간이 지나면 갱엿이 된다.
새벽 3시에는 쌀엿을 만드는데 가장 중요한 단계인 엿발 세우는 걸 지켜봐야 한다. 식혜물을 계속 저어가며 농도를 살피다가 마지막에 주걱으로 엿을 떠보는데 이때 주걱과 가마솥의 엿이 일직선상으로 연결이 되면서 투명한 비닐막의 엿발이 세워지면 성공이다.
새벽 3~4시 갱엿이 완성되면 틀에 붓고 식힌다. 이 갱엿을 이용해 쌀엿으로 만드는 과정은 이른 아침부터 시작이다. 아침 6시가 되면 칸칸이 나뉘어진 방에서 각기 다른 작업이 진행된다. 주방 옆 첫 번째 방은 바닥이 뜨끈하다. 미리 만들어 굳혀두었던 갱엿을 따뜻한 곳에 두고 어르신 두 분이 마주앉아 늘이면서 하얗게 만들어간다. 초벌 과정에 몸에 좋은 생강과 직접 농사지은 참깨를 넣어 고재구쌀엿만의 독특한 맛을 입힌다.
초벌과정에서 넘어온 엿은 고강석·환석 형제가 바로 옆에서 이어받아 본격적으로 늘이기 작업을 진행한다. 잡아 늘이면서 꼬고 접었다가 다시 잡아 늘이고 꼬고 접기를 반복한다. 쌀엿에 공기층이 형성되게 하는 과정이다. 공기층이 많이 생길수록 바삭거리는 식감이 좋다.
미닫이 창호문을 사이에 두고 바로 옆방은 냉골이다. 옆방에서 넘겨받은 쌀엿을 가느다랗게 늘리고 적당한 길이로 잘라준다. 빨리 식어야 공기층이 살아있는 쌀엿이 완성되기 때문에 냉방을 유지할 수 밖에 없다.
6시부터 시작한 작업은 오전 10시에서 10시 30분이면 준비된 분량이 마무리되고, 초벌작업을 하던 집안 형수님들이 퇴근하는 시간이다. 오후부터는 다시 고두밥 찌기가 이어진다. 이 모든 과정이 시간차를 두고 하루 두 번 반복된다.
고재구창평쌀엿은 100% 수작업으로 이뤄지기 때문에 하루에 만드는 양이 정해져 있다. 한번에 35kg, 하루에 2차례 만든다고 봤을 때 많아야 70kg에 불과하다. 일년이면 4t 정도의 쌀엿이 생산된다.
◇약이 되는 좋은 재료로 만든 안복자 한과= 담양군 창평면은 한과의 고장이다. 창평 한과의 유래는 조선 초기로 거슬러 올라가는데 양녕대군이 창평지역으로 낙향해 지낼 때 그를 수행하던 궁녀들에 의해 전해진 쌀엿과 조청의 제조 비법이 이 지역 곡물과 어울려 한과 생산의 기반이 되었다고 전해온다.
한과는 종류가 다양하다. 유과나 약과, 강정 등을 통틀어 한과라고 부르는데 그 중에 빠져서는 안되는 게 유과다.
“유과류에도 종류가 나뉩니다. 일반적으로 우리가 유과라고 부르는 음식의 정식 명칭은 강정이에요. 밀가루에 꿀과 찹쌀가루를 반죽해 썰어 말렸다가 기름에 튀긴 음식이죠. 우리가 흔히 강정이라고 알고 있는 딱딱한 건 엿강정, 튀밥을 입혀서 말랑말랑 부드럽게 씹히는 건 쌀강정이에요.”
‘안복자 한과’의 안복자 대표는 유과 부문 ‘대한민국 식품명인’(60호)이다. 회사를 만들고 정식으로 사업을 시작한 건 2001년부터다. 처음에는 가내수공업 형식으로 폐백음식 위주로 조금씩 만들어 판매했다가 점차 다양한 한과를 만들면서 규모를 키워나갔다.
‘안복자 한과’에서는 한입 크기로 먹기좋은 쌀강정(유과)를 만들어 판매하는데 시간과 정성이 생명이다. 찹쌀을 숙성시켜야 하고 떡을 쪄서 바탕(반대기·쌀가루로 반죽해 만든 조각)을 만든 다음 일정 기간 이상 보관해야 하는 등 기다림의 연속이다.
찹쌀은 유기농 찹쌀만을 고집한다. 찹쌀을 깨끗이 씻은 다음 따뜻한 물에 담궈 숙성을 시킨다. 여름에는 3~4일, 겨울에는 열흘 이상 담가두면서 숙성 과정을 거친다. 숙성시킨 쌀은 다시 깨끗하게 씻어 말린 다음 분쇄기에 넣어 분말화 시킨다. 여기에 술과 물과 콩 세 가지를 넣고 반죽을 한다. 막걸리를 넣거나 청주를 넣기도 하는데 안 대표는 깔끔한 맛이 좋아 소주를 이용한다. 배합되는 콩과 술은 유과를 좀 더 부드럽게 해주는 역할을 한다.
반죽한 쌀은 가마솥 위에 찜기를 깔고 뜨거운 김으로 익혀준다. 중간중간에 자주 저어주면서 쌀이 투명하게 익을 때까지 쪄준다. 익힌 쌀은 찧는 과정을 거치고 넓은 판에 납작하게 펴서 말린다. 완전 건조가 아닌 반건조 상태에서 성형을 한다. 산자용이냐 강정용이냐에 따라 크기를 달리 해 잘라준다. 성형 후 다시 완전 건조를 시키기까지가 바탕을 만드는 과정이다. 완성된 바탕은 저온저장고에서 추가 숙성을 시킨다.
주문이 들어오면 건조시킨 바탕을 튀겨준다. 깨끗하고 맛있는 유과를 만들기 위해 매일 새기름으로 갈아주는 ‘1일 1유(油)’를 원칙으로 한다. 튀겨진 유과는 4~5시간 기름이 빠지기를 기다렸다가 이후 조청을 입힌다. 전체를 담가서 속까지 스며들게 한다. 조청에서 꺼낸 유과는 마지막으로 튀밥옷을 입혀주면 완성이다. 완성된 유과의 속을 들여다보면 벌집처럼 조직이 촘촘해 부드럽게 씹힌다.
◇기와 혈 보호해주는 명품 쌍화차 ‘송명갤러리카페’= 초봄을 앞두고 고즈넉한 분위기를 찾아 면앙정으로 향하는 길, 도로변에 아담하게 자리하고 있는 카페가 눈에 띄어 잠시 차를 멈춘다.
평범해 보이는 카페 내부로 들어서니 인테리어가 남다르다. 온통 목가구로 채워진 전통찻집의 모습에 안정감이 생긴다. 창밖으로 보이는 풍경 또한 장관인 이곳은 송명 김진용 소목장이 아내 이명은씨와 함께 운영하는 봉산면 ‘송명갤러리카페’다.
‘전남도 명장’으로 선정되기도 한 김 대표는 소목을 전문으로 한다. 소목은 창호문부터 장롱, 궤함 등 집안에서 사용하는 세간살이를 일컫는다. 오래전부터 작품을 만들어오던 작업장이 있고 바로 옆에 전시장으로 활용하던 건물을 리모델링해 1층은 카페, 2층은 갤러리로 운영하고 있다. 갤러리에는 나무와 차 향이 함께 어우러지는 전통가구와 차실가구, 숨 쉬는 보이차 서랍장, 차도구, 옻칠제품, 원목생활가구 등 다양한 목공예 작품들이 전시돼 있다.
카페 문을 연지 1년 밖에 지나지 않았지만 ‘쌍화차 성지’라는 입소문을 타고 많은 이들이 찾아주고 있다. 기와 혈을 보호해준다는 의미로 ‘쌍화’라는 이름이 붙여진 쌍화탕은 백작약, 숙지황, 황기, 당귀, 계피, 감초 등 약재를 달여 만든 탕약이다. 문헌에 소개돼 있는 8가지 기본 약재에 5가지를 추가해 13가지 한약재로 정성들여 달인 ‘송명갤러리카페’만의 쌍화차가 탄생했다. 쌍화차 뿐 아니라 걸죽하게 끓여낸 대추차도 이곳의 메인 메뉴다.
/이보람 기자 boram@kwangju.co.kr
/사진=최현배 기자 choi@kwangju.co.kr
쌀엿은 윗대부터 대대로 이어온 음식이지만 아버님 생존에 계실 때 사업화를 시작했기에 고 대표 부친의 존함을 따 ‘고재구전통쌀엿’이라 이름지었다. 쌀엿은 설 전후로 겨울에만 작업을 하는데 12월초부터 3월초까지가 제철이다.
새벽 3시에는 쌀엿을 만드는데 가장 중요한 단계인 엿발 세우는 걸 지켜봐야 한다. 식혜물을 계속 저어가며 농도를 살피다가 마지막에 주걱으로 엿을 떠보는데 이때 주걱과 가마솥의 엿이 일직선상으로 연결이 되면서 투명한 비닐막의 엿발이 세워지면 성공이다.
새벽 3~4시 갱엿이 완성되면 틀에 붓고 식힌다. 이 갱엿을 이용해 쌀엿으로 만드는 과정은 이른 아침부터 시작이다. 아침 6시가 되면 칸칸이 나뉘어진 방에서 각기 다른 작업이 진행된다. 주방 옆 첫 번째 방은 바닥이 뜨끈하다. 미리 만들어 굳혀두었던 갱엿을 따뜻한 곳에 두고 어르신 두 분이 마주앉아 늘이면서 하얗게 만들어간다. 초벌 과정에 몸에 좋은 생강과 직접 농사지은 참깨를 넣어 고재구쌀엿만의 독특한 맛을 입힌다.
초벌과정에서 넘어온 엿은 고강석·환석 형제가 바로 옆에서 이어받아 본격적으로 늘이기 작업을 진행한다. 잡아 늘이면서 꼬고 접었다가 다시 잡아 늘이고 꼬고 접기를 반복한다. 쌀엿에 공기층이 형성되게 하는 과정이다. 공기층이 많이 생길수록 바삭거리는 식감이 좋다.
미닫이 창호문을 사이에 두고 바로 옆방은 냉골이다. 옆방에서 넘겨받은 쌀엿을 가느다랗게 늘리고 적당한 길이로 잘라준다. 빨리 식어야 공기층이 살아있는 쌀엿이 완성되기 때문에 냉방을 유지할 수 밖에 없다.
6시부터 시작한 작업은 오전 10시에서 10시 30분이면 준비된 분량이 마무리되고, 초벌작업을 하던 집안 형수님들이 퇴근하는 시간이다. 오후부터는 다시 고두밥 찌기가 이어진다. 이 모든 과정이 시간차를 두고 하루 두 번 반복된다.
고재구창평쌀엿은 100% 수작업으로 이뤄지기 때문에 하루에 만드는 양이 정해져 있다. 한번에 35kg, 하루에 2차례 만든다고 봤을 때 많아야 70kg에 불과하다. 일년이면 4t 정도의 쌀엿이 생산된다.
![]() ‘안복자 한과’ |
한과는 종류가 다양하다. 유과나 약과, 강정 등을 통틀어 한과라고 부르는데 그 중에 빠져서는 안되는 게 유과다.
“유과류에도 종류가 나뉩니다. 일반적으로 우리가 유과라고 부르는 음식의 정식 명칭은 강정이에요. 밀가루에 꿀과 찹쌀가루를 반죽해 썰어 말렸다가 기름에 튀긴 음식이죠. 우리가 흔히 강정이라고 알고 있는 딱딱한 건 엿강정, 튀밥을 입혀서 말랑말랑 부드럽게 씹히는 건 쌀강정이에요.”
‘안복자 한과’의 안복자 대표는 유과 부문 ‘대한민국 식품명인’(60호)이다. 회사를 만들고 정식으로 사업을 시작한 건 2001년부터다. 처음에는 가내수공업 형식으로 폐백음식 위주로 조금씩 만들어 판매했다가 점차 다양한 한과를 만들면서 규모를 키워나갔다.
‘안복자 한과’에서는 한입 크기로 먹기좋은 쌀강정(유과)를 만들어 판매하는데 시간과 정성이 생명이다. 찹쌀을 숙성시켜야 하고 떡을 쪄서 바탕(반대기·쌀가루로 반죽해 만든 조각)을 만든 다음 일정 기간 이상 보관해야 하는 등 기다림의 연속이다.
찹쌀은 유기농 찹쌀만을 고집한다. 찹쌀을 깨끗이 씻은 다음 따뜻한 물에 담궈 숙성을 시킨다. 여름에는 3~4일, 겨울에는 열흘 이상 담가두면서 숙성 과정을 거친다. 숙성시킨 쌀은 다시 깨끗하게 씻어 말린 다음 분쇄기에 넣어 분말화 시킨다. 여기에 술과 물과 콩 세 가지를 넣고 반죽을 한다. 막걸리를 넣거나 청주를 넣기도 하는데 안 대표는 깔끔한 맛이 좋아 소주를 이용한다. 배합되는 콩과 술은 유과를 좀 더 부드럽게 해주는 역할을 한다.
반죽한 쌀은 가마솥 위에 찜기를 깔고 뜨거운 김으로 익혀준다. 중간중간에 자주 저어주면서 쌀이 투명하게 익을 때까지 쪄준다. 익힌 쌀은 찧는 과정을 거치고 넓은 판에 납작하게 펴서 말린다. 완전 건조가 아닌 반건조 상태에서 성형을 한다. 산자용이냐 강정용이냐에 따라 크기를 달리 해 잘라준다. 성형 후 다시 완전 건조를 시키기까지가 바탕을 만드는 과정이다. 완성된 바탕은 저온저장고에서 추가 숙성을 시킨다.
주문이 들어오면 건조시킨 바탕을 튀겨준다. 깨끗하고 맛있는 유과를 만들기 위해 매일 새기름으로 갈아주는 ‘1일 1유(油)’를 원칙으로 한다. 튀겨진 유과는 4~5시간 기름이 빠지기를 기다렸다가 이후 조청을 입힌다. 전체를 담가서 속까지 스며들게 한다. 조청에서 꺼낸 유과는 마지막으로 튀밥옷을 입혀주면 완성이다. 완성된 유과의 속을 들여다보면 벌집처럼 조직이 촘촘해 부드럽게 씹힌다.
![]() ‘송명갤러리카페’ 쌍화차 |
평범해 보이는 카페 내부로 들어서니 인테리어가 남다르다. 온통 목가구로 채워진 전통찻집의 모습에 안정감이 생긴다. 창밖으로 보이는 풍경 또한 장관인 이곳은 송명 김진용 소목장이 아내 이명은씨와 함께 운영하는 봉산면 ‘송명갤러리카페’다.
‘전남도 명장’으로 선정되기도 한 김 대표는 소목을 전문으로 한다. 소목은 창호문부터 장롱, 궤함 등 집안에서 사용하는 세간살이를 일컫는다. 오래전부터 작품을 만들어오던 작업장이 있고 바로 옆에 전시장으로 활용하던 건물을 리모델링해 1층은 카페, 2층은 갤러리로 운영하고 있다. 갤러리에는 나무와 차 향이 함께 어우러지는 전통가구와 차실가구, 숨 쉬는 보이차 서랍장, 차도구, 옻칠제품, 원목생활가구 등 다양한 목공예 작품들이 전시돼 있다.
카페 문을 연지 1년 밖에 지나지 않았지만 ‘쌍화차 성지’라는 입소문을 타고 많은 이들이 찾아주고 있다. 기와 혈을 보호해준다는 의미로 ‘쌍화’라는 이름이 붙여진 쌍화탕은 백작약, 숙지황, 황기, 당귀, 계피, 감초 등 약재를 달여 만든 탕약이다. 문헌에 소개돼 있는 8가지 기본 약재에 5가지를 추가해 13가지 한약재로 정성들여 달인 ‘송명갤러리카페’만의 쌍화차가 탄생했다. 쌍화차 뿐 아니라 걸죽하게 끓여낸 대추차도 이곳의 메인 메뉴다.
/이보람 기자 boram@kwangju.co.kr
/사진=최현배 기자 choi@kwangju.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