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화한 날씨, 다양한 문화 인프라…은퇴자들이 꿈꾸는 ‘로망의 도시’ 샌디에이고
세계의 문화도시를 가다 <2> 샌디에이고
‘2024년 세계디자인 수도’ 선정
함선 옛모습 그대로 해양박물관
아티스트들의 스튜디오·아트숍
발보이파크 스페인예술마을
휴양지이자 문화특구 라호야해변
소라모양 래디 쉘 야외공연장
‘2024년 세계디자인 수도’ 선정
함선 옛모습 그대로 해양박물관
아티스트들의 스튜디오·아트숍
발보이파크 스페인예술마을
휴양지이자 문화특구 라호야해변
소라모양 래디 쉘 야외공연장
![]() 샌디에이고의 도심에 문을 연 해양박물관은 미국에서 4번째로 오래된 함선으로 내부는 옛 모습 그대로 보존돼 있다. ‘인디아의 별’ 전경 |
미국인들에게 샌디에이고(San Diego)는 로망의 도시다. 인구 330만 여 명의 대도시인데다 연중 온화한 날씨와 다양한 문화 인프라, 풍부한 먹거리를 즐길 수 있어서다. 특히 뉴욕 센트럴파크에 뒤지지 않는 아름다운 발보아 공원(Balboa Park)과 리호야 코브(La Jolla Cove) 등 30여 개의 해변은 은퇴자들이 마음을 설레게 한다.
지난해 기자가 2006년에 이어 다시 찾은 샌디에이고는 예전과 다른 역동적인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10여년 전에는 휴양 도시 특유의 정적인 이미지가 강했다면 2023년의 샌디에이고는 활기가 넘쳤다. 샌디에이고만(灣)를 끼고 있는 다운타운의 마리나 구역(Marina district)에는 영화 속에서나 나올법한 요트들이 정박해 있고 모던한 외관을 뽐내는 초고층 건물이 완벽한 조화를 이루고 있었다.
무엇보다 가장 샌디에이고다운 모습은 ‘여유로움’이다. 여느 대도시들이 지닌 삭막한 뒷골목이나 칙칙한 거리 보다는 청명한 하늘과 화사한 색감의 건축물들이 어우러져 여행자의 발걸음을 가볍게 한다. ‘2024 세계디자인 수도’(World Design Capital)라는 명성을 말해주듯 친환경적인 미감이 돋보이는 도시 풍경은 ‘슬로시티’의 면모를 보여준다.
샌디에이고 여행의 시발지는 다운타운의 마리나 지구다. 도심의 남서쪽에 자리해 접근성이 용이하고 올드 타운, 씨포트 빌리지(Seaport Village), 리틀 이탈리아(Litte Italy), 가스램프쿼터(Gaslamp Quarter), 래디 쉘 야외공연장(Rady Shell at Jacobs Park)이 자리하고 있기 때문이다.
#해양박물관
샌디에이고만의 남쪽에 정박해 있는 해양박물관(The Maritime Museum of San Diego)은 항구도시인 샌디에이고의 역사를 살펴볼 수 있는 유적지다. 1948년 문을 연 이 곳은 대표 컬렉션인 ‘인디아의 별’(The Star of India)을 포함해 역사적 가치가 높은 함선들과 유물들을 소장하고 있다. 1863년 제작된 ‘인디아의 별’은 상인들이 영국과 인도, 뉴질랜드 등을 오가며 물건을 실어 나르던 무역선이었다. 이후 1926년 수명을 다한 배는 역사적 가치를 인정받아 현재의 자리로 옮겨 박물관으로 재탄생했다. 미국에서 네 번째로 오래된 선박이지만 엔진, 갑판 등 거의 모든 시설들이 원래의 상태로 보존돼 있다.
#씨포트 빌리지
미드웨이호에서 서쪽으로 5분 정도 걷다 보면 아담한 마을이 눈에 들어온다. 우리 말로 ‘어촌가 마을’로 통하는 이 곳은 샌디에이고의 지난 시절을 되돌아 볼 수 있는 뜻깊은 곳이다. 바다가 한눈에 들어오는 마리나 공원과 70여 개의 상점, 레스토랑 등이 옹기 종기 모여 있어 테마파크를 연상시킨다. 목재로 만들어진 다리 위에 세워진 빅토리아풍의 주택에서부터 멕시코풍의 상점 등이 이국적인 분위기를 자아낸다.
원래 이 지역은 1700년대 스페인 탐험대중 괴혈병으로 죽은 사람들을 매립했던 곳이었다. 이후 한동안 물자를 실어나르는 철로로 이용되다가 샌디에이고시가 옛 어촌 사람들의 생활상을 엿볼 수 있는 ‘민속촌’으로 조성하기 위해 1978년 부지를 매입한 후 1980년 개장했다.
#래디 쉘 야외공원장
씨포트 옆의 마리나 공원 산책로를 거닐다 보면 커다란 소라 모양의 건축물이 눈에 띈다. 낮에는 하얀 색이지만 밤에는 조명에 따라 푸른 빛을 내거나 붉은 색을 띠는 야외공연장이다. 정식 명칭은 ‘제이콥 공원의 래디 쉘’(Rady Shell at Jacobs Park). 샌디에이고의 심포니 오케스트라가 운영하는 곳으로 15년 동안 여름 시즌에만 임시로 설치했던 콘서트 공연장을 철거하고 지난 2021년 현재의 모습으로 신축해 개관했다.
샌디에이고 출신의 터커 새들러 건축회사(Tucker Sadler Architect)의 설계로 지난 2019년 8월 착공됐지만 코로나19로 인해 당초 책정한 건축비 4천500만 달러 보다 두배나 늘어난 8천500만 달러를 투입해 세계적인 다목적 콘서트홀로 지었다. 예산의 99%가 개인이나 기업의 기부로 이뤄졌다. 이 가운데 가장 많은 1천500만 달러를 쾌척한 에른스트 & 에블린 래디(Ernest & Evelyn Rady)의 공을 기리기 위해 ‘래디 쉘’로 명명했다.
359㎡의 무대는 클래식공연에서부터 팝콘서트까지 아우르며 완만한 경사의 잔디밭은 공연의 규모에 따라 2000석에서 1만석까지 객석을 설치할 수 있다. 발보아파크와 라호야 해변의 미술관이 관광객들의 낮시간대 볼거리를 선사한다면 래디 쉘은 밤 시간대의 콘텐츠를 즐길 수 있다는 점에서 샌디에이고의 아이콘으로 자리잡았다.
#발보아 파크 스페인 예술마을
12만 에이커(490ha)의 방대한 부지인 발보아파크(Balboa Park)에는 17개의 미술관, 7개의 공연장, 산책로, 스페인 아트 빌리지, 18개의 정원 등 70여 개의 ‘공간’이 들어서 있다. 이를 위해 샌디에이고시가 1977년부터 국가역사경관지구(National Historic Landmark)로 지정해 건물과 사적지를 관리하고 있다.
이들 가운데 강렬한 존재감을 보여주는 곳은 바로 ‘스페인예술마을’(Spanish Village Art Center)이다. 입구에 들어서면 가장 먼저 바닥에 설치된 형형색색의 타일에 시선이 끌린다. 마치 동화속의 마을에 들어온 것 처럼 환상적인 분위기가 탄성을 자아내게 한다. 강렬한 원색의 향연으로 물들인 타일과 에스닉풍의 아트숍, 스튜디오들이 이뤄낸 아름다운 풍경이 관광객의 카메라셔터를 누르게 한다.
지난 1935년 캘리포니아 태평양 국제 엑스포를 위해 건축가 리차드 레쿠아(Richard Requa)의 주도로 탄생한 예술인 마을은 엑스포 기간동안 관람객들의 발길을 사로잡았다. 엑스포가 폐막하면서 예술인 마을도 사라질 운명을 맞았지만 화가이자 사진작가인 셔만 트레즈(Sherman Trease)가 지역 예술가들을 위한 창작공간으으로 활용하자는 제안에 따라 아티스트들의 스튜디오와 아트숍으로 변신하게 됐다. 관광객들은 자유롭게 아티스트의 스튜디오와 아트숍을 둘러 보며 작품을 감상하거나 아트상품을 구입하는 색다른 즐거움을 누린다.
#라호야 코브
샌디에이고 여행의 매력은 천혜의 자연경관이다. LA에서부터 샌디에이고~샌프란시스코로 이어지는 캘리포니아 해변은 그 자체만으로 관광객들의 마음을 사로잡는 최고의 관광재이다. 무엇보다 도심에서 자동차로 30분 거리에 위치한 라호야 해변은 샌디에이고가 자랑하는 휴양지이자 문화특구다. 독특한 형태의 기암절벽에서부터 해변에서 숨을 고르고 있는 바다사자와 바다 표범은 어디서도 보기 힘든 자연의 선물이다. 또한 해안가 절벽 곳곳에 쉽게 보기 어려운 바닷새들이 옹기 종기 모여 있고, 새들 사이에 물개와 바다사자가 햇볕을 쬐며 한가롭게 누워 있다. 관광객들의 접근이 가능해 낮잠을 자거나 휴식을 취하고 있는 바다사자와 기념사진을 찍을 수 있다.
/샌디에이고=글·사진 박진현 문화선임기자 jhpark@kwangju.co.kr
무엇보다 가장 샌디에이고다운 모습은 ‘여유로움’이다. 여느 대도시들이 지닌 삭막한 뒷골목이나 칙칙한 거리 보다는 청명한 하늘과 화사한 색감의 건축물들이 어우러져 여행자의 발걸음을 가볍게 한다. ‘2024 세계디자인 수도’(World Design Capital)라는 명성을 말해주듯 친환경적인 미감이 돋보이는 도시 풍경은 ‘슬로시티’의 면모를 보여준다.
![]() 미국인들이 은퇴후 살고 싶어하는 도시로 꼽히는 샌디에이고는 최근 ‘2024년 세계디자인 수도’로 선정됐다. |
샌디에이고만의 남쪽에 정박해 있는 해양박물관(The Maritime Museum of San Diego)은 항구도시인 샌디에이고의 역사를 살펴볼 수 있는 유적지다. 1948년 문을 연 이 곳은 대표 컬렉션인 ‘인디아의 별’(The Star of India)을 포함해 역사적 가치가 높은 함선들과 유물들을 소장하고 있다. 1863년 제작된 ‘인디아의 별’은 상인들이 영국과 인도, 뉴질랜드 등을 오가며 물건을 실어 나르던 무역선이었다. 이후 1926년 수명을 다한 배는 역사적 가치를 인정받아 현재의 자리로 옮겨 박물관으로 재탄생했다. 미국에서 네 번째로 오래된 선박이지만 엔진, 갑판 등 거의 모든 시설들이 원래의 상태로 보존돼 있다.
#씨포트 빌리지
미드웨이호에서 서쪽으로 5분 정도 걷다 보면 아담한 마을이 눈에 들어온다. 우리 말로 ‘어촌가 마을’로 통하는 이 곳은 샌디에이고의 지난 시절을 되돌아 볼 수 있는 뜻깊은 곳이다. 바다가 한눈에 들어오는 마리나 공원과 70여 개의 상점, 레스토랑 등이 옹기 종기 모여 있어 테마파크를 연상시킨다. 목재로 만들어진 다리 위에 세워진 빅토리아풍의 주택에서부터 멕시코풍의 상점 등이 이국적인 분위기를 자아낸다.
원래 이 지역은 1700년대 스페인 탐험대중 괴혈병으로 죽은 사람들을 매립했던 곳이었다. 이후 한동안 물자를 실어나르는 철로로 이용되다가 샌디에이고시가 옛 어촌 사람들의 생활상을 엿볼 수 있는 ‘민속촌’으로 조성하기 위해 1978년 부지를 매입한 후 1980년 개장했다.
![]() 마리나지구에 자리한 래디 쉘(Rady Shell)야외공연장 전경. 클래식 공연에서부터 팝가수의 콘서트까지 연중 다양한 무대가 펼쳐진다. |
씨포트 옆의 마리나 공원 산책로를 거닐다 보면 커다란 소라 모양의 건축물이 눈에 띈다. 낮에는 하얀 색이지만 밤에는 조명에 따라 푸른 빛을 내거나 붉은 색을 띠는 야외공연장이다. 정식 명칭은 ‘제이콥 공원의 래디 쉘’(Rady Shell at Jacobs Park). 샌디에이고의 심포니 오케스트라가 운영하는 곳으로 15년 동안 여름 시즌에만 임시로 설치했던 콘서트 공연장을 철거하고 지난 2021년 현재의 모습으로 신축해 개관했다.
샌디에이고 출신의 터커 새들러 건축회사(Tucker Sadler Architect)의 설계로 지난 2019년 8월 착공됐지만 코로나19로 인해 당초 책정한 건축비 4천500만 달러 보다 두배나 늘어난 8천500만 달러를 투입해 세계적인 다목적 콘서트홀로 지었다. 예산의 99%가 개인이나 기업의 기부로 이뤄졌다. 이 가운데 가장 많은 1천500만 달러를 쾌척한 에른스트 & 에블린 래디(Ernest & Evelyn Rady)의 공을 기리기 위해 ‘래디 쉘’로 명명했다.
359㎡의 무대는 클래식공연에서부터 팝콘서트까지 아우르며 완만한 경사의 잔디밭은 공연의 규모에 따라 2000석에서 1만석까지 객석을 설치할 수 있다. 발보아파크와 라호야 해변의 미술관이 관광객들의 낮시간대 볼거리를 선사한다면 래디 쉘은 밤 시간대의 콘텐츠를 즐길 수 있다는 점에서 샌디에이고의 아이콘으로 자리잡았다.
![]() 샌디에이고의 관광1번지로 불리는 발보아파크(Balboa Park)의 스페인예술마을. 알록달록한 타일이 인상적인 이 곳에는 아티스트들의 스튜디오와 아트숍이 자리하고 있다. |
12만 에이커(490ha)의 방대한 부지인 발보아파크(Balboa Park)에는 17개의 미술관, 7개의 공연장, 산책로, 스페인 아트 빌리지, 18개의 정원 등 70여 개의 ‘공간’이 들어서 있다. 이를 위해 샌디에이고시가 1977년부터 국가역사경관지구(National Historic Landmark)로 지정해 건물과 사적지를 관리하고 있다.
이들 가운데 강렬한 존재감을 보여주는 곳은 바로 ‘스페인예술마을’(Spanish Village Art Center)이다. 입구에 들어서면 가장 먼저 바닥에 설치된 형형색색의 타일에 시선이 끌린다. 마치 동화속의 마을에 들어온 것 처럼 환상적인 분위기가 탄성을 자아내게 한다. 강렬한 원색의 향연으로 물들인 타일과 에스닉풍의 아트숍, 스튜디오들이 이뤄낸 아름다운 풍경이 관광객의 카메라셔터를 누르게 한다.
지난 1935년 캘리포니아 태평양 국제 엑스포를 위해 건축가 리차드 레쿠아(Richard Requa)의 주도로 탄생한 예술인 마을은 엑스포 기간동안 관람객들의 발길을 사로잡았다. 엑스포가 폐막하면서 예술인 마을도 사라질 운명을 맞았지만 화가이자 사진작가인 셔만 트레즈(Sherman Trease)가 지역 예술가들을 위한 창작공간으으로 활용하자는 제안에 따라 아티스트들의 스튜디오와 아트숍으로 변신하게 됐다. 관광객들은 자유롭게 아티스트의 스튜디오와 아트숍을 둘러 보며 작품을 감상하거나 아트상품을 구입하는 색다른 즐거움을 누린다.
#라호야 코브
샌디에이고 여행의 매력은 천혜의 자연경관이다. LA에서부터 샌디에이고~샌프란시스코로 이어지는 캘리포니아 해변은 그 자체만으로 관광객들의 마음을 사로잡는 최고의 관광재이다. 무엇보다 도심에서 자동차로 30분 거리에 위치한 라호야 해변은 샌디에이고가 자랑하는 휴양지이자 문화특구다. 독특한 형태의 기암절벽에서부터 해변에서 숨을 고르고 있는 바다사자와 바다 표범은 어디서도 보기 힘든 자연의 선물이다. 또한 해안가 절벽 곳곳에 쉽게 보기 어려운 바닷새들이 옹기 종기 모여 있고, 새들 사이에 물개와 바다사자가 햇볕을 쬐며 한가롭게 누워 있다. 관광객들의 접근이 가능해 낮잠을 자거나 휴식을 취하고 있는 바다사자와 기념사진을 찍을 수 있다.
/샌디에이고=글·사진 박진현 문화선임기자 jhpark@kwangju.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