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IA 유승철 “호주 리그에서 실력 증명하겠다”
오키나와 캠프서 투구폼 교정
방향성 잡고 투구 리듬 찾아
긍정 이미지로 확신 주고 싶어
2023년 12월 12일(화) 20:15
유승철
일본에서 방향성을 잡은 유승철이 칼을 갈기 위해 호주로 떠났다.

KIA 타이거즈의 우완 강속구 투수 유승철이 캔버라 버리에 합류했다. 유승철은 오는 1월 21일까지 이어지는 호주리그에서 실전을 소화하면서 2024시즌을 위한 밑그림을 그린다.

‘방향성’ 고민을 푼 유승철이 ‘진짜 실력’을 확인하는 무대다.

순천 효천고를 졸업하고 2017년 KIA의 1차 지명 선수로 프로 생활을 시작한 유승철은 150㎞가 넘는 묵직한 직구로 눈길을 끈 기대주였다.

강렬한 공에 비해 결과는 좋지 못했다. 2019년에는 팔꿈치 수술을 받았고, 시즌이 끝난 뒤 현역으로 입대했다. 전역 후 지난 시즌에는 선발 경쟁도 펼쳤지만 21경기에 나와 19이닝을 던진 게 전부였다. 올 시즌에는 광배근 부상도 당하면서 4월 15일 키움전이 시즌 1군 첫 등판이자 마지막 등판이 됐다.

‘결과’로는 아쉬운 시즌이지만 야구를 원점에서 다시 시작한, ‘과정’에서는 성공적인 시즌이다.

유승철은 “솔직히 많이 아쉽다. 광배가 찢어져서 재활에 오래 있었다. 이상화 코치님이 힘들 때 많이 잡아주셨다. 관심도 많이 주시고, 코치님과 하다 보니까 긍정적으로 됐다”며 “그때는 정말 힘들었는데 언젠가 또 슬럼프가 왔을 때 그걸 다시 극복할 수 있는 방법을 알게 된 한 해인 것 같다. 실망감은 크지만 중요한 걸 얻었다”고 이야기했다.

아픈 만큼 성숙해진 유승철에게 시즌이 끝난 뒤 참가한 교육리그가 많은 도움이 됐다.

유승철은 “걱정은 많은데 마운드에서는 생각이 없었다. 마운드 올라가면 스트레스가 심하고, 머릿속이 하얗게 되면서 호흡도 잘 안됐다. 몰입을 안 하고 있다는 게 느껴졌다. 상황 생각 안 하고 구위, 구속만 생각했던 것 같다. 그걸 인지하고 나서 생각을 하려고 했다”며 “교육리그 하면서 좋았다. 좋았지만 기술적으로 하나가 부족하다고 느꼈는데 방법을 몰랐다”고 말했다.

‘부족하다고 느꼈던 점’은 자신의 장점인 구위·구속에 집중하면서 생긴 문제였다. 정재훈·이동걸 코치와 함께 한 오키나와 마무리캠프에서 유승철은 실마리를 찾았다.

유승철은 “22년 초반에 구속이 빨라지니까 욕심도 나고 내가 특별한 사람인 줄 알고, 더 특별한 사람이 되고 싶었다. 내가 보여줘야 할 장점은 구속이니까 구속을 내기 위해 노력 많이 했는데 그게 패착이었다. 세게 던지고 싶으니까 몸이 많이 들어가고 그만큼 왼쪽 팔을 끄집어내서 던지게 됐다. 한번 습관이 되니까 경기는 해야 하고, 알면서도 고칠 수 없었다”며 “캠프에서 코치님들이 알려준 기술이 있다. 투구폼을 크게 바꾸지 않고, 부담스럽지 않은 선에서 교정을 했다. 정재훈 코치님이 내가 던지는 영상을 다 보시고 방향성을 잡기 위한 간단한 방법을 알려주셨다. 요령 하나를 알려주셨는데, 그 요령에 집중해서 순서대로 하다 보니까 신기하게 공이 원하는 방향에 들어갔다. 투구 리듬을 찾아주셨다”고 말했다.

또 “구위도 잃지 않고, 제구도 더 잘 잡힌다. 우타자 직구를 못 던졌다. 오른손 투수가 가장 스트라이크 던지기 좋은 코스인데 그게 안 돼서 힘들었다. 그게 되니까 확실히 마음이 편해졌다. 물론 새로 바뀐 부분 때문에 또 다른 습관이 생길 것이다. 부작용도 있겠지만 빨리 캐치해서 유지하는 게 목표다”고 덧붙였다.

“투수라는 포지션이 너무 안 맞는 것 같다”는 생각도 한 시즌. 하지만 어려움 속에서 ‘긍정’을 더한 유승철은 마무리캠프에서 찾은 ‘방향’으로 전진하고 있다.

유승철은 “확신이 없었다. 내가 왜 좋은지 모르겠는데 옆에서 좋다고 하니까 정체됐다. 예전에는 직구 자신감도 있었고, 몸 컨디션이 좋으니까 공이 좋았던 것이다. 지금은 무엇이 좋은지 알고 하니까 다르다. 생각과 기술이 같이 가니까 좋다”며 “정재훈 코치님 말씀 중에 인상적이었던 게 ‘초구에 볼이 됐을 때 2구는 무조건 스트라이크 잡아야 한다’였다. 초구 볼에서 힌트를 얻어서 다음 공을 스트라이크로 만드는 것이다. ‘이렇게 해서 볼이 됐다. 이렇게 해야겠다’ 생각하고 던지면 들어간다. 그게 제구인 것 같다. 내 것이 없어서 힘들었다. 내 것이 만들어졌다”고 자신감을 보였다.

자신감을 바탕으로 달라진 모습을 보여줘야 할 때다. 호주리그는 그래서 유승철에게 좋은 기회다.

유승철은 “마운드에서 증명할 때가 됐다. 제구가 안 좋다는 이미지가 있으니까 긍정적인 생각으로 긍정적인 이미지로 확신을 드리고 싶다. 마무리캠프에서 준비한 걸 호주에서 확인하고, 증명하고 오겠다”고 각오를 밝혔다.

/김여울 기자 wool@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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