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연 리뷰- ACC 슈퍼클래식 킹스 싱어즈] 악기 뛰어 넘은 ‘목소리’의 감동
청아한 고음…천상의 화음
남성 6인 아카펠라 정수 선보여
“우린 조금 덜 섹시한 영국 BTS”
2023년 10월 24일(화) 21:00
광주일보 취재진 요청에 킹스 싱어즈가 라이언킹 OST 'Can you feel the love tonight'를 아카펠라 버전으로 들려주는 모습.
아카펠라 공연에는 관용적으로 ‘천상의 목소리’라는 수식어가 붙곤 한다. 그럼에도 ‘킹스 싱어즈’의 하모니를 표현하기 위해서는 ‘천상의 목소리’라는 표현을 인용하는 수밖에 없을 것 같다.

최근 ACC 예술극장 극장2에서 펼쳐진 ‘2023 ACC 슈퍼클래식 킹스 싱어즈’는 아카펠라의 정수를 느낄 수 있는 자리였다. 굵직한 베이스 토대 위에 바리톤, 카운터 테너로 이루어진 화성음들은 어떤 기악도 인간의 목소리를 뛰어넘을 수 없다는 것을 보여줬다.

공연은 한국어 곡, 안무, 만담 등이 곁들여지는 ‘쇼콰이어(종합극)’ 형식에 가까웠다. 무엇보다 킹스 싱어즈 본연의 색채를 느낄 수 있어 이채로웠다. 월트 디즈니 100주년을 기념해 디즈니 대표곡들을 감상하는 즐거움도 곁들여졌다.

본 공연에 앞서 예술극장에서 만난 킹스 싱어즈 여섯 남자들은 세계적인 명성에도 불구하고 꾸밈 없는 모습이었다. 1968년 창단한 킹스 싱어즈는 그래미, 에미 어워드를 수상했으며 그라모폰 클래식 명예의 전당에 오르며 수많은 음악적 유산을 남겨 왔다.

아카펠라 앙상블의 매력을 묻자 세컨 카운터테너 에드는 “음과 음을 중첩하면서 소리를 블랜딩할 때 느껴지는 아름다움이야말로 가장 큰 즐거움”이라고 답했다. 그러면서 “이번 공연을 위해 수년 만에 한국을 찾았는데, 어젯밤 광주에서 거리음식을 맛보는 등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라고 말했다.

각 멤버를 악기에 비유해줄 수 있냐는 질문에는 “아주 흥미롭고 재밌는 질문”이라며 “빗대보자면 패트릭은 플루트, 나(에드)는 오보에, 줄리안은 클라리넷, 브루어튼은 첼로”라고 답했다. 이외에도 닉을 호른, 조나단을 더블베이스에 빗댔다.

또 ‘광주일보’가 킹스싱어즈를 한 줄 캐치프레이즈로 홍보한다면 어떤 문구가 어울릴 것 같냐는 질문에는 “조금 덜 섹시한 ‘영국판 BTS’”라며 웃어 보였다.

가장 위트있는 멤버가 누구냐는 질문에 멤버 대부분이 세컨 바리톤 ‘닉 애슈비’를 지목하고 있다. 닉은 평소에 조크를 남발해 킹스 싱어즈의 웃음을 담당하고 있다.
이윽고 본 공연이 시작되자 패트릭(카운터테너)이 광주 공연의 소회를 ‘한국어’로 말했다. 이어 패트릭의 고음이 터져 나왔고 청아한 음색은 플루트 선율을 듣는 듯했다.

악곡 전편에 재지, 블루지한 분위기가 흐르는 토마스 윌크스 ‘당신의 영광의 왕’도 울려 퍼졌다. 이전 곡과는 달리 조나단(베이스)의 중후한 목소리가 곡을 주도하면서 분위기를 반전했다. 곡의 종교적 색채로 인해 성스러움도 느낄 수 있었는데, 애초에 ‘아카펠라’가 작은 성당 안의 기도실(cappella)에서 부르는 기독교 풍의 노래를 일컫는 만큼 크게 이질적이지 않았다. 멤버들이 대부분 성가대 출신이라는 점도 인상적.

현대인들을 위한 사유의 공간을 주제로 한 곡들도 울려 퍼졌다. 재난상황을 떠올리게 하는 히사이시조의 ‘I was there’은 세월호, 이태원 참사 등 사회적 재난과 아픔을 환기시켰다.

영국에서는 블랙 유머가 주를 이루지만, 이날 킹스 싱어즈의 목소리에는 가벼운 위트도 담겨 있었다. 죄르지 리게티의 ‘배나무 위의 뻐꾸기’, ‘길고도 슬픈 이야기’, 휴고 알프벤의 ‘그리고 그 처녀는 둥글게 춤추네’ 등을 부를 때는 입으로 다양한 효과음을 냈는데, 재치 있는 모션까지 곁들여져 흥미로웠다.

이날 공연장에는 중장년 관객들이 대부분이었지만, 부모님의 손을 잡고 디즈니 음악을 감상하러 온 가족단위 관객들도 눈에 띄었다. 닉과 조나단이 주도하는 발랄한 분위기의 곡 ‘덤보’, 알라딘 OST ‘알리왕자’를 부를 때는 연기까지 결합돼 이색적이었다.

앵콜곡은 ‘아리랑’, BTS의 ‘전하지 못한 진심’. 우리 고유의 레퍼토리와 세계적 인기의 대중가요가 공연장을 수놓으며 막을 내렸다.

/글·사진=최류빈 기자 rubi@kwangju.co.kr

/영상=김진아 기자 jinggi@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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