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홍수 - 채희종 정치담당 편집국장
한국 설화에 대홍수 전설이 있다. 큰 물난리에서 살아남은 유일한 남녀 한 쌍이 인류의 선조가 된다는 줄거리다. 먼 옛날 홍수가 나서 온 세상이 바다로 변했다. 하지만 산 꼭대기는 물에 잠기지 않았는데 그곳에는 한 남매만이 표류해 겨우 도착했다. 남매는 물이 다 걷힌 뒤, 세상을 둘러 보았으나 인적을 찾을 수 없었다. 결국 세상에는 둘 밖에 없어 그대로는 사람의 씨가 끊어질 수 밖에 없었다. 그렇다고 남매간에 혼인을 할 수도 없어 각각 마주 서 있는 산 꼭대기에 올라가 계집아이는 암맷돌을 굴리고 사내는 수맷돌을 굴러 내렸다. 그러자 암맷돌과 수맷돌이 이상하게도 산 아래에서 포개져 있었다. 이에 남매는 결혼하라는 하늘의 뜻으로 여겨 부부의 연을 맺는다. 사람의 씨는 이 남매의 결혼으로 인해 이어졌으니, 지금 인류의 조상은 그 두 남매라는 전설이다.
그리스 신화에도 흡사한 얘기가 나오는데 주인공들이 친 남매가 아니라 사촌 남매라는 차이만 있을 뿐이다. 신들의 제왕인 제우스는 타락한 세상을 보다 못해 홍수를 일으켜 모두 없애고 새 인류를 만들기로 결심한다. 홍수 속에 모든 생물이 묻혔지만 미리 준비한 배를 타고 파르나소스산 정상에 도착해 유일하게 목숨을 건진 부부가 있었다. 그들은 사촌 관계로 데우칼리온과 퓌라였다. 남편인 데우칼리온은 인간을 만든 프로메테우스의 아들이었다. 제우스는 이들이 평소 신에 대한 공경심이 두터웠다는 점을 높이 사 홍수를 거둬 들였다. 이후 이들 부부는 신탁에 따라 어깨 너머로 돌을 던지자 돌이 인간으로 변해 새 인류가 됐다는 내용이다.
대홍수 전설은 원조격이라고 할 수 있는 메소포타미아의 ‘길가메시 서사시’를 비롯해 구약성경, 중국, 인도, 마야 등 세계적인 분포를 보인다. 지역은 달라도 내용은 홍수로 모두 죽고 한 부부나 가족만이 살아 남지만, 이후 인류는 번영을 맞는다는 줄거리로 대동소이하다.
리비아에서 최근 대홍수로 1만여 명이 사망했다. 리비아는 선사시대 사람이 가장 많이 살았던 인류 기원의 지역이기도 하다. 신속히 재난을 이겨내고 일상을 회복하기를 기원한다.
/채희종 정치담당 편집국장 chae@kwangju.co.kr
리비아에서 최근 대홍수로 1만여 명이 사망했다. 리비아는 선사시대 사람이 가장 많이 살았던 인류 기원의 지역이기도 하다. 신속히 재난을 이겨내고 일상을 회복하기를 기원한다.
/채희종 정치담당 편집국장 chae@kwangju.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