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의 전남산단 변화가 필요하다]<5>장흥바이오산단
“파격 혜택에도 8년차 분양률 65%…특화단지 성장 기로”
2008년 먹거리 선점 위해 조성 추진, 2016년 마무리
연매출 3600억·고용 1200명…장흥군 세수입 연간 10억
82곳 입주 분양률 65%…전남 최저 수준·전국 평균 하회
내년 업종 규제개혁·목포~부산 철도개통 여건개선 기대
2023년 09월 21일(목) 13:10
장흥군 장흥읍 해당리 일원에 축구장(7140㎡) 405개 크기인 289만2000㎡ 규모로 조성된 장흥 바이오식품 산업단지는 이달 현재 65%의 분양률을 보인다.
금융 위기로 세계적인 경기 침체를 맞은 지난 2008년, 모순적이지만 이 시기는 전남 시·군들이 산업단지 조성에 열을 올리는 때였다.

전남 자치단체들은 재정 자립도를 높일 방안으로 산단에 주목했다.

‘장흥 바이오식품 산업단지’(바이오산단)는 전남 중부권 경제 활성화를 내걸고 장흥군 장흥읍 해당리 일원에 2008년 조성을 시작해 2016년 마무리했다.

산단은 모두 8개 마을에 걸쳐 만들어졌으며, 규모는 축구장(7140㎡) 405개 크기인 289만2000㎡(87만6000평)에 달한다.

전체 바이오산단은 산업단지 200만3000㎡와 체육시설(골프장) 88만8000㎡로 나뉜다. 용도별 면적은 산업시설 120만6000㎡, 주거·상업시설 4만5000㎡, 공공시설 75만3000㎡ 등이다.

바이오산단 폐수종말처리장 인근에 조성된 녹지 공간.<장흥군 제공>
전남개발공사가 시행사로 나선 바이오산단은 조성 초기 ‘장흥 해당 일반산업단지’라는 이름으로 출발했다.

풍부한 식품 자원을 지닌 장흥군은 청정 바이오(생명 공학) 특화단지를 목표로 내걸었다.

바이오산단에는 이달 현재 82개 기업이 입주했다.

입주 82개사 가운데 음·식료품 업종은 63.4%(52개사)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했다. 금속가공·기계 제조 14.6%(12개사), 플라스틱 제품 9.8%(8개사), 화학물질·화학제품 4.9%(4개사), 전기·가스·증기, 공기조절 공급업 4.9%, 드론·창업보육센터 등 2.4%(2개사) 등이 뒤를 이었다.

바이오산단에 자리 잡은 전남천연자원연구원 창업보육센터.
바이오산단 입주기업들은 지난 한 해 3600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장흥군이 이들 기업으로부터 거둬들이는 세금은 한 해 10억원이다.

연 100억원 이상 매출을 기록한 업체는 4개사로, 이들 매출은 전체의 86.5%를 차지한다. 4개사를 뺀 나머지 기업들의 평균 매출은 6억2000만원가량이다.

바이오산단 고용인원은 지난해 말 기준 1203명이다. 외국인 채용(262명)을 뺀 나머지 고용인원은 941명(78.2%)이다.

바이오산단은 국비 795억원·전남개발공사 1596억원 등 총사업비 2391억원을 들여 조성됐지만, 조성 완료 8년 차 분양률은 65%에 그쳤다.

분양 대상인 산업시설 용지 120만5632㎡ 가운데 이달 현재 분양된 면적은 65.3% 비중인 78만7403㎡이다.

전국 715개 일반산업단지의 평균 분양률(6월 말 기준) 94.8%를 크게 밑돌고, 전남 일반산단 31곳의 평균(90.0%)보다 낮다.

입주 기업 82개사 가운데 가동하고 있는 기업은 절반인 47개사(57.3%)에 불과하다.

5개사는 건립 공사를 하고 있지만 27개사는 고금리·고환율·고물가 등 삼중고 속에서 선뜻 착공하지 못하고 있다. 입주 기업 중 2개사는 휴업하고 1개사는 매각을 했다.

차로 서울에서 4시간 30분, 광주 1시간여 거리에 있는 장흥은 입지적으로 불리한 여건을 지니고 있다. 중소기업이 원하는 인재를 자유자재로 데려올 수 없는 점도 한계로 꼽힌다. 장흥군의 20~30대 인구는 지난달 말 기준 4809명으로, 전체 인구(3만5201)의 13.7%에 불과하다.

바이오산단이 기업을 모시기 위해 내건 조건은 파격적이다.

바이오산단은 지난 2012년 말 3.3㎡(1평)당 38만5000원인 분양가를 32만8000원으로, 5만7000원(14.8%) 내렸다.

지난 19일 전남개발공사 관계자들이 장흥바이오산단 인도에 난 풀을 베고 있다. 올여름 비가 한동안 내린 탓에 산단 곳곳에는 잡초가 발목 높이까지 길었다.
바이오산단 입주기업은 분양가를 최대 반값(50%) 할인받을 수 있다.

장흥군으로부터 분양 가격의 15%를 입지보조금으로 받고, 전남도로부터 30%를 받을 수 있다. 분양대금을 1년 6개월 이내 선납하면 5%의 할인율이 적용되니, 최대 50% 저렴한 가격에 분양받는 셈이다.

장흥군은 2년간 최고 4000만원까지 이차보전금을 지원하며 300억원 이상 대규모 투자기업에는 맞춤형 혜택을 준다.

장흥댐 1급수인 공업용수 비용은 t당 660원으로, 국내 최저 수준이다. 산단 안에 가동하는 폐수처리장도 기업이 선호하는 시설이다.

중소벤처기업부 ‘지방중소기업 특별지원지역’으로 선정된 바이오산단은 오는 2025년 2월까지 법인세·소득세를 4년간 50% 감면받고, 취득세·재산세는 75% 감면 혜택이 주어진다.

장흥군 경제산업과 투자유치팀은 현재 100여 개 기업을 대상으로 투자 유치를 추진하고 있다.

오리 가공식품과 한방 제품 등 특화 업종이 생긴 바이오산단은 앞으로 수산업계와 접촉을 늘려 바이오 특화산업을 강화할 방침이다.

올해 말 장흥 노력항에 ‘고등어 선단 콜드 체인’(저온 유통 체계)이 가동하고, 목포~장흥~보성~부산을 잇는 철도가 바이오산단 한가운데 개통하면 기업 유치 호재로 작용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내년에는 입주 업종을 확대해 지역 기업과 공공기관 수요가 많은 임대업 등을 추가해 문턱을 낮출 계획도 세웠다.

장흥군은 오는 2026년까지 4년간 산업단지 분양률을 80%까지 끌어올릴 계획이다.

산업단지 분양이 계획대로 이뤄지면 3000개 이상의 신규 일자리 창출 효과가 있을 것으로 군은 내다보고 있다.

산단 분양률을 높이기 위해 올해 1월 장흥군과 전남개발공사, 광양만권경제자유구역청은 ‘투자유치 활성화·일자리 창출을 위한 업무협약’을 맺었다.

장흥바이오산단 조감도.<장흥군 제공>
장흥군은 다음 달까지 석 달간 바이오산단에 대한 대대적인 환경 정비를 하고 있다.

우선 집중호우 피해를 겪은 기반 시설 보수를 마무리했다. 이후 단지 곳곳에 무성히 난 풀을 베고 무단 적치물을 치웠다.

장흥군은 다음 달까지 주요 도로 차선을 새로 칠하는 등 입주기업·주민의 생활환경을 개선할 방침이다.

바이오산단 입주기업들은 지난 2020년 장흥바이오식품산업단지 입주기업체협의회 법인을 만들어 기업 환경 개선을 위한 목소리를 내고 있다.

협의회는 산단 공공시설의 관리·운영에 협조하고 장흥군과 기반시설 관리·보수 관련 의견을 나누고 있다. 입주기업체의 대외 홍보를 돕고 노사 관계·근로자 복지 등 생산 활동 지원 업무도 하고 있다.

올해 하반기 바이오산단 입주기업체협의회와 장흥군이 연 간담회 화두는 ‘인력난’과 ‘입주 여건’이었다.

간담회 참석자들은 뽑을 만한 사람이 없고 직원을 채용하더라도 몇 달 버티지 못하고 사업장을 떠나는 열악한 구인 시장에 대한 하소연을 이어갔다. 또 편의점과 식당, 카페 등 변변한 편의시설 하나 없는 환경에 대한 어려움도 토로했다.

입주 3년을 맞은 한 식품가공업체는 최근 두 달 사이 직원 세 명을 떠나보내야 했다.

이 업체는 산업통상자원부와 중소벤처기업부, 전남도 등으로부터 ‘일자리 창출’ 공로를 인정받아 각종 상과 표창을 휩쓸었지만 한순간도 구인난에서 벗어날 수 없었다. 주거지가 먼 직원에게 기숙사(6곳)를 제공하고, 10여 명에게 1억6000만원 상당 생활안정자금을 저리로 자체 대출해주기도 했다. 고질적인 인력 부족과 입지적으로 불리한 여건을 해결하기 위해 이 업체는 석 달 전 수도권 물류 창고 인근에 지사를 뒀다.

방인규 장흥바이오산업단지 입주기업체협의회장은 “장흥은 공업용수 비용이 다른 지역보다 싸고 입지보조금 등 파격적인 혜택이 있어 기업 하기 좋은 지역”이라며 “바이오산단에 인근에 조성된 종합 체육시설 조성 터에 입주기업 임직원들이 머무를 주거시설을 건립하는 등 정주 여건을 개선하면 인구를 유입시키고 산단 분양률을 높이는 효과를 볼 것”이라고 말했다.

/장흥 글·사진=백희준 기자 bhj@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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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흥 바이오산업단지 조성 현황<자료:장흥군>

- 위치 : 장흥군 장흥읍 해당리 일원

- 면적 : 200만3000㎡(60만8000평)

- 사업비 : 2391억원(국비 795억원·전남개발공사 1596억원)

- 사업기간 : 2008~2016년

- 유치업종 : 음·식료품, 금속가공·기계 제조, 플라스틱 제품 등

- 입주기업 : 82개사 / - 고용 : 1203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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