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노트] 지방은행 존재의 이유-김민석 경제부 기자
2023년 09월 07일(목) 19:50
김민석 광주일보 경제부 기자
최근 충청권에서 충청은행(가칭) 설립 운동이 한창이다. 전라권은 광주은행과 전북은행, 경상권은 대구·부산·경남은행이 있는 반면, 충청권은 수도권과 인접해 경제 인프라가 풍부함에도 지방은행의 부재로 지역 내 역차별을 받고 있다는 여론이 형성되고 있다.

충청권에는 IMF 이전 충북은행과 충청은행 등이 지방은행으로 운영되고 있었으나, 위기를 극복하지 못하고 문을 닫았다. 경기도의 경기은행과 강원도의 강원은행 또한 마찬가지다.

지방은행이 사라진 자리는 시중은행이 꿰찼고, 지금까지 수많은 후유증을 낳고 있다. 당장 역외유출이 심각하다. 2021년 충남의 지역 내 총생산은 114조 6420억원으로 전국 3위를 기록했지만, 역외유출 규모는 25조 477억원으로 전국 1위라는 불명예를 안았다.

충남도가 직접 충청권 시·도민 1000명을 대상으로 한 여론조사에도 63.9%에 달하는 지역민이 ‘충청권 지방은행 설립이 필요하다’고 답했다.

‘지역인재 채용’, ‘재해 발생 시 인적·물적 지원’, ‘지자체와 협약을 통한 중소기업 지원’, ‘대학 및 지자체 자금관리’, ‘지역 내 자금 선순환’ 등은 지방은행의 대표적인 역할이다.

지방은행의 부재로 자금 공급의 최우선 대상이 돼야 할 지역 중소기업과 소상공인은 외면받고, 지역민의 금융서비스 접근성 저하 등 역차별들이 발생하고 있다. 지방은행 부재로 인한 서러움에도 그 부활은 쉽지 않아 보인다.

그렇기에 최근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이 발표한 ‘금융회사 지역재투자 평가’에서 광주은행이 3년 연속 ‘최우수’ 등급을 획득한 것은 주목을 받을 만하다. 광주은행은 지역 자영업자와 소상공인 등 지역민이 필요할 때 유용하게 쓰일 수 있도록 금융지원을 실시해왔고, 경기침체로 어려움에 빠진 지역 중소기업을 위한 지원 강화에 앞장서 높은 평가를 받았다.

지방은행이 지자체, 기관, 중소기업들과 거미줄처럼 촘촘하게 연결돼 시중은행의 손길이 닿지 않는 곳까지 자금을 공급했다는 것을 여실히 보여주는 대목이다.

금융지원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당기순이익 10% 이상을 지역사회에 환원하는 공헌활동을 펼치며 지역과 희로애락을 함께 해오고 있다. 시중은행이 모두 외면할 때 광주글로벌모터스 합작법인에 과감히 300억원에 가까운 출연금을 낸 것도 광주은행이었다.

지역 밀착경영도 눈에 띈다. 시중은행이 몸집 줄이기에 혈안이 되어 있을 때 광주은행은 임대료 부담에도 점포를 늘리고 고객 편의성을 위해 점포 80% 이상을 1층에 마련했다. 너무도 무더웠던 올 여름 광주은행 ‘무더위 쉼터’는 취약계층의 ‘도심 속 피서지’ 역할을 하기도 했다.

흔히 ‘곁에 있을 때는 그 소중함을 모른다’라고 한다. 지금까지처럼 묵묵히, 언제나 그랬듯 광주은행이 소상공인과 중소기업, 지역민들의 든든한 버팀목으로 남아주길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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