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묵향 가득한 전남서 가을 秋억 속으로
2023 전남 방문의 해 이번엔 어디로 갈까 <12> 9월1일 전남국제수묵비엔날레 개막
백남준 ‘머리를 위한 선’·박노수 ‘산광징아심’ 등
‘놓치면 후회할’ 작품부터 황실 특별전까지
목포·진도 등 6곳 돌며 자신만의 작품 찾기도
수묵화 뿐 아니라 신작·설치미술·미디어아트
전남도립미술관 이건희 컬렉션 작품 감상도
묵향 즐겼다면 주변의 명소·맛집 탐방은 덤
2023년 09월 03일(일) 15:10
백남준의 퍼포먼스 작품 ‘머리를 위한 선(禪)’.백남준이 머리카락과 손, 넥타이 등에 먹물을 묻힌 후 바닥 위 종이를 기어가며 움직임의 흔적을 남겨놓은 작품.
2023 전남국제수묵비엔날레(9월 1일∼10월 31일)가 1일 개막식을 시작으로 2개월 간의 긴 여정에 들어갔다.

목포(3곳)·진도(3곳) 등 6곳으로 나뉜 전시장을 돌며 전 세계 15개국 19여명에 이르는 작가들의 작품을 맞닥뜨리면 난감하기만 하다.

산수화를 재해석하려는 시도에서 출발해 고요함 속 움직임을 표방하는 동양의 미학을 바탕으로 서구미술의 한계를 극복하고 현대미술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모색하려는 뜻을 담았다는 ‘물 드는 산, 멈춰선 물-숭고한 조화 속에서’라는 전시 주제도 알듯 말듯하다. 아는 만큼 보이고 보는 만큼 이해하게 된다고 하지 않았나. 비엔날레사무국이 주제별로 추천한 ‘놓치면 후회할’ 작품부터 골라보는 건 어떨까. 종이와 먹, 물이 지닌 따스함을 느낄 수 있는 작품, 지친 마음과 몸을 편안하게 하는 ‘자신만’의 작품을 찾아보는 것도 비엔날레를 제대로 즐기는 방법이다. 목포·진도 전시장 인근 지역 명소와 맛집은 놓치면 섭섭할 정도로 많다.

구본아 작가의 설치미술작품 ‘폐허산수’. 한지를 한 장씩 잘라서 붙인 바탕에 먹, 채색을 더하여 입체감 있게 표현한 작품. <국제수묵비엔날레 제공>
◇백남준 작품, 수묵비엔날레에=목포문화예술회관에서는 ‘산-물, 바람-빛:현대 수묵Ⅰ ’, ‘목포는 항구다’, ‘대한제국 수묵유산’이라는 3가지 주제로 전시가 꾸려진다.

놓치지 말아야할 작품으로는 백남준의 기념비적인 퍼포먼스 작품 ‘머리를 위한 선(禪)’이 꼽힌다. 백남준이 지난 1961년 현대음악가 슈톡하우젠의 ‘오리기날레’ 페스티벌에 참가해 선보인 행위예술의 결과물. 머리카락과 손, 넥타이 등에 먹물을 묻힌 후 바닥 위 종이를 기어가며 움직임의 흔적을 남겨놓은 작품.

한국 현대 동양화단의 대표작가인 남정(藍丁) 박노수의 산수풍경화 ‘산광징아심’도 청백의 산과 여백의 조화가 돋보이는 수작. 중국 청나라 시인 몽린의 시 ‘산의 경치가 내 마음을 맑게 하네’를 화제로 삼아 만든 작품이다.

수묵비엔날레에도 설치미술이 없는 게 아니다. 구본아 작가의 설치미술 ‘폐허산수’는 한지를 한 장씩 잘라서 붙인 바탕에 먹, 채색을 더하여 입체감 있게 표현한 작품이다. 자연스러운 시간의 흐름이 쌓여 있는 폐허, 붕괴된 이미지를 통해 자연과 문명의 조화를 엿볼 수 있다.

수묵유산전은 대한제국(1897~1910) 황실 특별관으로 꾸며져 황실 인물들의 글씨, 그림 등 수묵 관련 유물을 만나볼 수 있어 흥미를 끌만한 전시다.

흥선대원군, 고종, 순종, 의친왕, 영친왕·영친왕비, 덕혜옹주를 비롯, 주변 인물들의 수묵작품도 선보인다.

김화현 작가의 ‘VIRTUE’. 순정만화 속 주인공을 수묵화로 표현한 모습이 색다른 느낌을 준다.
◇젊은작가의 시선, 순정만화같은 수묵화도=‘풍경은 같은데 산수가 다르다:수묵의 뉴웨이브’를 주제로 목포 노적봉예술공원 미술관에서 열리는 전시는 중견작가와 젊은 작가의 시선으로 수묵의 현대성을 엿볼 수 있도록 꾸며졌다.

김화현 작가의 ‘VIRTUE’와 ‘서정’(抒情)은 고전 수묵화 작법을 배경으로 하면서도 배경 속 인물 얼굴은 순정만화 속 주인공 모습으로 풀어낸 작품. 전통적인 동양화와 최신 대중문화의 양식을 결합해 재구성했다는 점에서 전시관에 들어서면 가장 먼저 눈에 띈다. 푸른 빛이 도는 배경에 하얗게 물보라 치는 색감을 드러낸 이은실 작가의 ‘솟음’, ‘깊은 곳’도 놓치지 말아야 할 작품으로 꼽힌다.

박노수 ‘산광징아심’. 청백의 산과 여백의 조화가 돋보인다.
◇대표 한국화가 신작과 수묵 미디어아트까지=목포와 함께 남도전통미술관, 운림산방 소치 1·2관, 진도향토문화회관에서 열리는 전시는 국내 대표적 작가들의 신작 뿐 아니라 수묵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미디어 아트 작품을 감상할 수 있다.

‘운림, 구름이 스미는 검은 숲:현대수묵 Ⅱ’ 라는 주제로 남도전통미술관에서 열리는 전시는 왕성하게 활동을 하고 있는 한국 화가들의 신작으로 채워졌다. 강경구 작가의 ‘숲’ 연작, 김병용 작가의 ‘흑색예수-눈물’ 등 다양하게 해석되는 수묵화들을 볼 수 있다. 운림산방 소치 1·2관은 각각 ‘화담, 지자요수 인자요산:수묵의 대가전’과 미디어아트 프로젝트로 전시관을 꾸몄다.

문인화적 풍모를 보여주는 대가들의 산수화, 작가 6명이 자연의 이미지를 재해석한 미디어 아트, 인공지능(AI)이 그리는 수묵화도 선보인다.

◇특별전, 19개 시·군 기념전시관에서 ‘나만의 작품’ 찾는 재미도=전남도립미술관(광양)은 ‘이건희 컬렉션 한국근현대미술 특별전 : 만남’전은 한국 근현대 미술의 정수를 확인할 수 있는 작품을 선보인다. 고(故) 이건희 삼성 회장의 기증작으로 구성된 전시에는 김환기의 ‘무제’ 등 40여 작가의 작품 60여 점을 감상할 수 있다. 해남 대흥사는 ‘산처럼 당당하게 물처럼 부드럽게’라는 주제로 특별전을 마련했다. 수묵비엔날레 기간 전남지역 19개 시·군이 자체 추진하는 기념전에서 눈길 끄는 작품을 찾는 쏠쏠한 재미를 누리는 것도 비엔날레를 즐기는 방법이다. 전시가 펼쳐지는 목포·진도, 기념전이 열리는 19개 시·군 명소와 맛집을 찾아 둘러보는 것은 전시의 또 다른 매력이다.

/김지을 기자 dok2000@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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