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대에만 긴 줄 선다면 소는 누가 키우나 - 한국환 경영학 박사
2023년 08월 30일(수) 00:00
우크라이나 전쟁, 미국·중국의 갈등 속에 세계 경제가 아직 어렵다. 국제통화기금(IMF)은 지난 7월 세계 경제 성장률 전망치를 3%로 올렸지만 한국의 성장률 전망치는 5년 연속 하향, 결국 1.4%로 또 낮췄다. 이렇듯 우리 경제 환경이 아주 낮게 평가된 여건 속에서 청년들의 직업관에 대해 논의하고자 한다.

1980년대부터 최근(2020년)까지 우리나라 청소년들의 희망 직업 부동의 1위는 공무원이었다. 당시만 해도 공무원은 비교적 높은 연봉, 안정적 신분, 연금이 보장되어 선호도가 아주 높았다. 그런데 이젠 사회 흐름이 변하여 최근엔 선호하는 직업 1위는 의사가 차지하고 있다. 그 이유는 몇 년 전부터 공무원들의 임금수준이 타 직업에 비해 정체되고 연금 고갈 문제로 연금 재조정(많이 내고 적게 받음)이 되자 자연히 공무원 선호도가 낮아졌다. 이는 해마다 철새가 먹이를 찾아 옮겨 다니듯 사람도 더 안정적인 직업을 선호하는 자연스런 현상이다.

그런데 여기서 눈여겨 볼 사례가 있다. 올해 서울대 신입생 가운데 입학 즉시 휴학하는 사례가 입학생 전체의 6.2%(225명, 4년 사이 3배 증가)에 달한다. 그 이유가 대부분 ‘의대에 다시 입학을 위해서’라고 한다. 타 대학에서도 ‘중도 탈락’이 증가 추세인데 의·치학 계열 대학으로 진학한 것으로 파악된다. 게다가 요즘 초등학교 때부터 의대 진학을 위한 ‘초등 의대반’ 등장이 큰 이슈다.

세계는 이미 도래한 4차 산업혁명으로 디지털 기술을 통한 초연결과, 초지능(인공지능 AI)을 특징으로 하여 자율주행, 로봇공학, 드론, 생명공학 등 첨단기술이 융합된 빅데이터, 3D프린터, 블록체인, 사물인터넷 등으로 모든 분야에서 혁신적인 변화가 이뤄지고 있다.

이렇게 더 확장된 직종시장에서 학생들의 ‘의사 지원 쏠림’현상을 보면 특기와 능력을 살려 꿈을 펼쳐가는 것보다 오직 ‘의사’ 되는 것을 최고 성공으로 여기고 있는지 모른다. 사실 본인이 의사를 선호하는 것을 말릴 수 없지만 엘리트 젊은이들의 편향적인 의대 지원 현상은 국가적으로 바람직하지 않다. 물론 의사의 꿈이 ‘소득 최상위 계층을 위한 것’이나 히포크라테스, 나이팅게일 선서의 정신으로 ‘의료 봉사를 위한 것’인지 모르지만, 의대의 편향적 지원은 절대 긍정적이지 않다. 청소년들이 선호하는 직업을 보면 그 사회와 국가가 나아가는 방향을 짐작할 수 있으니 더더욱 그렇다.

세계가 주목하는 인도를 보자. 인도에는 ‘천재들은 의대 말고 공대를 간다’라는 말이 있다. 현재 구글·MS·IBM·어도비·마이크론·트위터·스타벅스 등 글로벌 기업의 CEO들은 거의 대부분이 인도 출신이다. 인도의 젊은 엘리트들이 대부분 공대를 지원하여 글로벌 리더로 세계를 움직이고 있으니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크다.

글로벌 시대에는 기후 위기 대응을 위해 국가간 유기적 관계를 맺고 교류·협력하는 것이 중요하다. 그래서 이에 대응할 인재가 더 많이 요구되며 정보 공유와 협업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뿐만 아니라 현 세계 정세는 신냉전 구도로 치열한 기술전쟁을 치르는 무한 생존전략 시대다. 특히 우리나라는 해방 후 산업화와 민주화·정보화 시대를 성공적으로 이끌어 비약적인 발전을 이뤘다. 그 결과 제2차 세계대전 후 세계 최빈국으로 출발했지만 후진국 중에서 유일하게 선진국 반열에 올라 10대 경제 대국에 ‘30-50클럽’ 회원으로 자리매김 하고 있다. 더구나 선진국(2021년)으로 세계적 인정을 받았으니 이제 살아남기 위한 ‘생존시대’를 넘어 더불어 함께 하는 ‘공존시대’를 추구해야 할 위치다.

국제적 흐름 속에 국내 우수한 젊은 인재들이, 미래 성장 동력이며 유망산업으로 주목 받는 IT(정보기술) BT(생명공학기술) NT(나노기술) 등 첨단기술(6T)과 인공지능·빅데이터 전문가는 외면하고 오직 ‘의대 편향 지원’이 계속된다면 과연 ‘소는 누가 키울 것인가?’ 이 물음이 이 시대 우리가 해결해야 할 중대한 어젠다로 부각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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