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 한 철 벌어 일 년을 먹고 산다고? - 옥영석 농협경제지주 마트전략부장
2023년 08월 02일(수) 00:30
휴가철이 한창이다. 출근길 지하철이 여유로워지고, 교통 체증이 눈에 띄게 줄어든 게 실감 난다. 쉴 새 없이 도끼질하는 것도 좋지만 도끼날도 갈아야 할 시간이 필요한 법이니 휴가 날짜를 제출했다. 그러나 막상 휴가 날짜가 다가오고 보니 행선지도 숙소도 정하지 못하고 게으름만 피우게 된다.

아이들 성화에 여기저기 해수욕장이며 계곡으로 옷가지에 먹을거리, 텐트를 싸 들고 다니던 시절에는 기다려지던 여름휴가가, 아이들이 크고 나니 재미가 없어졌다. 무엇보다 비용이 만만찮아 부담이다. 어지간한 바닷가 원룸 펜션 하루 숙박비가 20만 원이 넘고, 밥을 지어먹으면 모를까 어지간한 횟집이나 식당에서 4인 가족 하루 식대로는 숙박비 이상을 지불해야 한다. 거기에 각종 입장료며, 놀이 기구, 기름값, 통행료를 계산하면 2박 3일 휴가비로 100만 원이 넘게 들어간다니, ‘베케플레이션’(Vacation + Inflation)이라는 말이 실감난다. 그럴 바에야 일본이나 베트남 등 동남아로 가자는 친구들도 있지만 이 더위에 더 더운 나라까지 가서 설레발치고 싶지도 않다.

지난달 전국경제인연합회가 조사한 ‘농촌 관광 대국민 인식 조사’를 보면 우리 국민들은 세 명 중 두 명이 넘는 68%가 농촌 관광에 대해 호의를 가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 이유로는 ‘자연 풍경 감상’(41.5%), ‘이색 체험 즐길거리’ (30.6%), ‘맛있는 음식’(10.6%)을 들었다. 농촌 관광을 선호하지 않는 32%의 사람들은 ‘관광 인프라 부족’(27%), ‘불편한 교통 접근성’(18.1%), ‘바가지 등 높은 물가’(17.7%) 등을 지적했다.

또한 국민이 체감하는 농촌 관광에 대한 인식을 조사한 결과 ‘물가 수준’이 높다는 의견이 60.8%로 가장 두드러졌다. 이는 코로나19 엔데믹 이후 동남아시아 등 물가가 저렴한 지역으로의 여행이 활발해지고, 최근 엔저 현상으로 일본 여행이 급증하면서 상대적으로 높은 국내 관광지 물가에 대한 체감도가 커졌기 때문일 것이다. 연령대별로 20대와 30대는 ‘쾌적하고 안전한 숙박 시설’, 4·50대에서는 ‘지역 물가 및 관광 요금’을, 60대 이상은 ‘자연 경관 및 볼거리’를 농촌 관광을 결정할 때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요인으로 꼽았다.

그들은 또 개선 과제로 ‘숙박·식당·교통·주차 등 시설 인프라가 확충되어야 한다’는 의견이 43.1%로 가장 많았고, ‘관광지 바가지요금을 근절해야한다’는 응답이 37.1%로 뒤를 이었다. 그 밖에도 ‘농촌 관광에 대한 정보 안내 등 홍보 강화’와 ‘지역 축제, 이색 체험 등 관광 콘텐츠 확대’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몇 달 전 주말 예능프로그램에서 불거진 전통 과자 바가지가 큰 화제가 된 적이 있었다. 전국 어느 시장에 가나 살 수 있는 전통 과자 세 봉지를 14만 원에 구입한 것을 두고 소고기보다 비싼 옛날과자라는 비난이 일자, 해당 지자체가 사과에 나섰지만 전 국민의 뇌리 속에서 잊혀지려면 십 수 년은 걸릴 일이다.

우리 고장이라고 예외는 아니었다. 전국적으로 너무나 잘 알려진 지역 축제 현장을 방문한 일본의 유튜버에게 어묵 한 그릇에 만 원을 받던 상인은 5000원어치는 팔지 않는다고 답했다. 61만 명의 구독자를 가진 그녀는 결국 번데기와 소세지를 4000원씩에 사먹으며 ’번데기 축제‘라고 에둘러 말했다니 미안해 해야 할지 고마워해야 할지 모르겠다.

유원지나 휴양지 등에서 관광업이나 요식업을 하는 것을 두고 여름 한 철 벌어 일 년 먹고 산다는 말이 있지만 모든 게 실시간 중계되는 요즘엔 동네 망신, 지역 민폐가 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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