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예술의전당이 통하려면
2023년 07월 05일(수) 07:00
지난달 3일, 부산시민공원 잔디광장에서는 매우 ‘특별한’ 음악회가 열렸다. 부산시가 오는 2025년 개관예정인 ‘부산국제아트센터’와 2026년 문을 여는 부산오페라하우스를 알리고, 지역의 클래식 저변확대를 위해 ‘미리 만나는 부산국제아트센터, 클래식 파크 콘서트’를 개최한 것이다. KBS교향악단의 공연과 유명 오페라 아리아 등이 선보인 이날 행사는 큰 화제를 모았다. 공연의 완성도 뿐만 아니라 부산의 대표공연장의 건립을 시민들에게 사전에 홍보하는 자리였기 때문이다. 공연장 개관을 기념하는 축하 음악회는 많지만 개관까지 2~3년이 남은 시점에 ‘분위기’를 띄우는 이벤트는 찾아 보기 힘들어서다.

부산시가 이날 음악회에 공을 들인 데에는 다 그만한 이유가 있다. 지난 15년 간 부산오페라하우스 건립은 지역사회의 ‘뜨거운 감자’였다. 지난 2008년 원도심 개발 이익의 사회환원 명목으로 롯데그룹이 부산시에 오페라하우스 건립기금으로 1000억 원을 제안한 이후 시민들 사이에는 타당성 등을 놓고 찬반 의견이 팽팽하게 맞섰다. 특히 부지선정에서부터 건설공법, 명칭, 콘텐츠, 운영주체를 놓고 하루도 바람 잘 날이 없었다.

무엇보다 이날 음악회에서 단연 시선을 끈 이는 세계적인 지휘자이자 피아니스트인 정명훈(70)이었다. 근래 국내에서 보기 힘든 그가 이날 무대에 오른 건 오페라하우스와 관련이 있었다. 부산국제아트센터와 오페라하우스를 총괄하는 초대예술감독으로 위촉됐기 때문이다. 지난 1일부터 임기를 시작한 정명훈 감독은 두 공연장을 대표할 음악제 구성 등 핵심콘텐츠를 총괄하는 역할을 맡는다. 부산시는 정명훈 예술감독 선임을 통해 오페라하우스 운영을 세계적인 수준으로 끌어 올려 글로벌 문화도시로 거듭난다는 계획이다.

지난 2012년 여수시 망마산 자락에 들어선 GS칼텍스 예울마루는 도시의 색깔을 바꾼 대표적인 명품공연장이다. 예울마루가 개관하기전만 해도 변변한 전시장, 공연장이 없는 문화불모지였지만 지금은 아티스트들이 한번쯤 서고 싶은 무대로 예울마루를 꼽을 만큼 전국구 문화발전소로 자리잡았다.

그런 점에서 개관 32년만에 지난 6월 재개관한 광주예술의전당(옛 광주문예회관, 전당)은 아쉬움이 남는다. 최근 전당이 시민들과 유료회원을 초청한 ‘간담회 & 전당투어’에서 3년 동안 291억 원의 예산을 들인 리모델링에도 불구하고 음향이 균일하지 않고 시민들의 문화향유를 끌어 올리는 중장기 로드맵이 부족하다는 지적을 받은 것이다.

물론 대대적인 보수를 통해 디지털 콘솔 교체 등으로 다양한 장면 연출과 무대의 빠른 전환이 가능하게 됐다. 하지만 클래식 전용홀로서의 한계 뿐만 아니라 대형 공연장의 위상에 걸맞은 대표 프로그램 등이 눈에 띄지 않다는 것이다. 특히 지역 문화계에선 시민들의 제안으로 이뤄진 ‘예술의전당’이라는 새 명칭이 광주의 색깔을 살리지 못한다며 꼬집는다. 동일한 명칭의 공연장이 서울, 세종, 대전, 의정부 등 전국 여러 곳에 있기 때문이다.

이제 공연장은 단순한 무대가 아닌, 도시의 품격을 상징하는 바로미터다. ‘잘 만든 공연장’은 공연의 퀄리티를 높이고 시민들의 자긍심을 세워준다. 전당이 ‘무늬만 복합문화공간’이라는 오명을 벗으려면 다른 곳에서 접하기 힘든 기획력과 콘텐츠를 보여줘야 한다. 그것이 3년이라는 ‘긴 공백’을 지켜봐준 시민들에 대한 예의다.

<문화·예향국장,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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