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라도 천년사 - 윤영기 체육부 부국장
2023년 06월 04일(일) 22:00
‘전라도 정도(定道) 천년’을 계기로 발간 예정이던 ‘전라도 천년사’가 논란이 되고 있다. ‘전라도 오천년사 바로잡기 전라도민연대’는 일본서기에 등장하는 특정 지명을 인용한 사례 등을 지목해 ‘임나일본부설’에 근거한 식민사관이라고 비판한다. 임나일본부설은 4세기 ‘야마토 왜’가 한반도 남부 지역을 식민지로 삼았다는 ‘일본서기’의 핵심 내용이다.

‘전라도천년사 편찬위원회’가 e북(jeolladohistory.com)으로 공개한 선사·고대편 내용을 살펴보면 식민사관 논란은 지나친 것 같다. 외려 일본서기나 식민사관을 비판적으로 분석·반박하고 있다. 일본서기 신공기에는 ‘신공왕후가 신라와 가야를 정벌하고 남만 침미다례를 도륙하여 백제에 하사했다’는 내용이 적혀 있다. 집필진은 “특정 지역을 점령해서 그것을 타 국가에 양도해 준 인심 좋은 국가는 역사상에 유례가 없다. 즉 기록되어 있는 것을 그대로 믿기 어렵다는 뜻”이라고 일축한다.

광주·전남에는 광주 광산구 월계동 장고분과 유사한 고분이 14개 가량 있다. 일본에서는 ‘전방후원분’으로 부르지만 전라도 천년사 필자는 식민사관을 경계하기 위해 우리식 이름인 ‘장고분’으로 엄격히 구분한다. “당시 영산강 유역권이 야마토 정권의 지배 아래 있었다면 전방후원분이라는 명칭을 사용해도 무방하겠지만 모든 자료를 검토해 보아도 그 가능성은 없기 때문에 동일한 명칭을 사용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고 이유를 설명한다.

장고분과 왜(倭)를 연결하는 것에도 명확하게 선을 긋는다. “장고분이 축조되었던 전라도 지역은 15개 정도의 마지막 마한 소국들이 존재하였고 야마토 왕권이 일본열도에서 일원적인 지배체제를 확립한 것은 이와이 전쟁 이후에 해당하기 때문에 그 이전 시기에 야마토 세력이 전라도 지역을 영역화하였다는 주장은 문헌적으로나 고고학적으로 전혀 근거가 없는 것이다.”

식민사관은 극복해야할 일제 잔재다. 한데 연구자들이 일본서기 내용을 인용, 검증, 반박하는 것을 싸잡아 식민사관이라 몰아붙이면 온당치 않다. 열린 시선으로 인터넷에 공개된 ‘전라도 천년사’를 읽어보면 식민사관이라는 주장과 팩트의 간극을 확인할 수 있다.

/윤영기 체육부 부국장 penfoot@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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