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험물질’ 삼중수소 검사법 없어…방사능 정밀 검사 한계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 전남 수산물 안전한가
<하> 방사능 검사 매뉴얼 시급
DNA변형 일으킬 수 있어…어민들 “정부 대비 없이 수수방관” 분통
전남도, 세슘·요오드 검사 수산물 65종서 전 어종 확대 등 대책 고심
2023년 06월 01일(목) 20:50
일본이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를 앞두고 있지만, 정부는 아직도 수산물에 대한 방사성 물질 검사법을 마련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전남에서 생산되는 수산물이 전국 생산량의 60%나 차지하고 있지만 현재 전남 수산물에 대해서는 세슘과 요오드 검출 검사만 이뤄지고, 삼중수소 검출 검사는 진행되지 않고 있다.

특히 오염수 방류를 앞두고 이미 수산물 소비가 위축되고 있는데도 정부는 소비자들을 안심시킬 수 있는 검사법조차 마련하지 않고 있다는 점에서 비판의 목소리가 높다.

광주·전남 지역민들은 전남 어촌 붕괴를 막고 시민 불안감을 해소하기 위해서라도 선제적인 검사가 필요하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1일 식품의약품안전처(식약처)는 수산물에 있는 삼중수소를 측정하는 검사법은 아직 개발 중이고, 개발 완료 시기는 미정이다고 밝혔다.

삼중수소는 방사성 물질의 일종으로, 후쿠시마 오염수를 정화하는 설비(ALPS·다핵종제거설비)를 통해 걸러지지 않는다는 사실이 알려지며 큰 논란이 됐다.

일부에서는 인체에 무해하다는 견해도 있지만, 체내에 축적돼 세포에 문제를 일으킬 수 있다는 주장도 있어 논쟁의 중심이 되고 있다.

이정윤 원자력안전과미래 대표는 “삼중수소는 액체 상태로 인체에서 혈액·세포·장기 등 어디로든 흡수된다”며 “이 중 일부는 DNA변형을 일으켜 내부 피폭 위험이 다른 방사성 물질보다 클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 대표는 이어 “희석해 방출한다고 하지만, 총량은 변하지 않는다”며 “방사성 물질 방출 총량을 고려해 환경 축적과 체내 영향을 전반적으로 연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삼중수소에 대한 체계적인 연구가 더 필요하지만 방사성물질에 대한 시민들의 거부감이 큰 만큼, 정부가 수산물 소비 위축을 해소하기 위해 선제적으로 검사법을 개발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김성기 목포시 대반 어촌계장은 “우리나라에서는 어떤 것이 몸에 안 좋다고 하면 수요가 확 줄어드는 경향이 있다”며 “어민들은 후쿠시마 오염수로 수산물 소비가 감축되고 있어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닌데, 정부에서 제대로 대책을 세워 불안감을 없애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박찬욱 고흥군 어촌계연합회장도 “일본이 몇 해전부터 오염수를 방류한다고 했는데 아직까지 삼중수소 검사법이 없다는 것이 이해가 되지 않는다”며 “정부가 오염수 방류에 대비하지 않고 수수방관해 어민들은 그야말로 ‘직격탄’을 맞고 있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박씨는 오는 12일 전국어민총회연맹전남본부 연맹원 2만여명과 함께 국회의사당 앞에서 시위를 진행할 예정이다.

이처럼 수산물 삼중수소에 대한 정부의 대책이 늦어지면서 전남에서 제대로 된 검사는 내년에나 이뤄질 전망이다.

전남 양식장과 위판장에 나오는 수산물에 대한 방사성 검사는 전남 해양수산과학원에서 담당하는데, 식약처에서 삼중수소 검사 표준 가이드라인이 내려오지 않으면서 준비가 늦어졌기 때문이다.

전남도 관계자는 “지금 삼중수소 검사법이 정해진다고 하더라도 내년 정도가 돼야 해양수산과학원에서 검사가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며 “삼중수소 검사를 위한 장비를 새로 구입하고, 실무자 교육을 하는 등 시간이 오래 걸리기 때문이다”고 밝혔다.

이어 “오염수가 방류되면 현재 수산물 65종을 대상으로 진행되는 세슘과 요오드에 대한 검사를 전 품종으로 확대해 시민들의 불안감을 해소하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전남도는 삼중수소 검사법이 정해지면 장비가 마련되기 전까지는 시료를 들고 광주 식약처를 방문해 검사를 의뢰한다는 방침이다.

광주환경운동연합 등 광주·전남 250개 단체가 모인 ‘일본방사성오염수해양투기저지광주·전남공동행동’ 관계자는 “오염수 방류에 대한 국민 불안감을 해소하기 위해 정부가 검사법을 촘촘하게 설계해야 한다”며 “수산물 소비 위축으로 전남 어촌 피해가 클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정부의 적극적인 대책마련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끝>

/천홍희 기자 strong@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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