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자체 인구 늘리기 소모적 경쟁 되지 않도록
2023년 05월 25일(목) 00:00
수십 년 앞조차 지속 가능성을 장담할 수 없는 지방 소멸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전남 자치단체들이 파격적인 인구 늘리기 시책을 앞다퉈 내놓고 있다.

전남 시군들이 최근 새롭게 도입한 정책은 집값 부담을 덜어 주기 위한 빈집 ‘전대’(재임대) 방식의 주거 대책이다. 화순군은 기존 임대 아파트 사업자에게 집을 전세로 빌려 청년과 신혼부부에게 월 1만 원을 받고 재임대해 주는 제도를 도입했다. 임대 보증금과 리모델링 비용을 지자체가 지원하는 ‘1만 원 임대 아파트’는 50명을 뽑는 1차 공모에서 10대 1의 높은 경쟁률을 기록했다. 강진군은 농촌 빈집을 고쳐 저렴한 값에 도시민에게 빌려주고 있다.

파격적인 출산·양육 수당을 내건 시군도 있다. 강진군은 소득 수준·자녀 수에 상관없이 자녀 한 명당, 월 60만 원을 생후 84개월까지 지역 화폐로 제공하는 방식으로 전국 최고 수준의 육아 수당을 지급하고 있다. 순천시는 오는 7월부터 모든 산모에게 첫째아 80만 원, 둘째아 이상 100만 원의 산후 조리 비용을 지원한다. 장흥군은 결혼 장려금 500만 원을 지급하고 있으며, 영광군은 최장 6개월간 월 50만 원의 ‘아빠 육아 휴직 장려금’을 준다.

지자체들의 정책 경쟁은 인구 유입과 출산율 제고를 유도하기 위한 것이지만 실상은 더 이상 인구 유출을 막으려는 고육책이기도 하다. 하지만 투입한 예산만큼 효과를 거둘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실제로 지난해 전남에서는 교육·직업 등의 사유로 6500명이 순유출됐는데, 주거 등 때문에 순유입한 인구는 400명에 불과했다.

이로 인해 재정이 열악한 전남 지자체들의 인구 늘리기 정책 효과가 단발성에 그치고, 자칫 소모적인 경쟁으로 흐를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결국 양질의 일자리를 많이 만들어 지방 인구가 수도권으로 빠져나가는 것을 막는 것이 급선무다. 정부와 지자체는 이런 점을 되새겨 일자리 창출과 보육·주거 환경 개선을 병행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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