줄과 조직 - 윤현석 정치부 부국장
근대 정당이 출현한 것은 19세기 중반이다. 국민이 선거를 통해 직접 자신의 대표를 선출하는 데 있어 다양한 이념과 가치를 가진 정당들이 후보들을 제시해야 했기 때문이다. ‘같은 정치적 견해를 가진 사람들이 정권을 획득해 정치적 이상을 실현하는 단체’인 정당을 독일의 사회과학자 막스 베버는 ‘명망가 정당’과 ‘근대적 정당’으로 구분했다. 근대적 정당은 민주주의, 대중의 선거권, 대중 운동과 대중 조직의 필연성, 통일적 최고 지도와 엄격한 당 규율 발전이라는 요소를 가진다고 그는 주장했다.
영국에서는 1832년 선거법 개정과 함께 과거 토리당이 보수당, 휘그당은 자유당으로 개명했고, 산업혁명 후 노동 계급이 성장하면서 1906년 노동당이 결성돼 보수당과 양당 체계가 자리를 잡았다. 미국의 민주당과 공화당은 본래 하나의 정당이었는데, 1824년 진보 세력이 독립해 민주당을 창당하면서 진보·보수를 대표하는 양 정당이 기틀을 닦았다. 이들 정당이 지향하는 이념과 가치관은 지금도 변함이 없다.
우리나라 최초 근대 정당은 1918년 8월 중국 상하이에서 조직된 신한청년당이다. 독립 운동 단체로, 당수는 여운형이었다. 해방 이후 우리나라는 우파, 중도, 좌파 정당들이 우후죽순 생겨났다. 이승만·김성수·김구·조만식·김규식·여운형·김원봉·박헌영 등이 각각의 정당을 만들어 국민의 지지를 바랐다. 막스 베버의 말을 빌리면 근대적 정당이라기보다는 명망가 정당에 가까웠던 셈이다.
70여 년이 지난 뒤 우리나라의 정당은 여전히 명망가 정당에 머물고 있다. 여당은 대통령, 야당은 당 대표의 의중이 당 운영을 지나치게 좌우하고, 비정상적인 강성 지지층들이 이들을 뒷받침하고 있다. 정당의 근간인 권리 당원들은 지역 내 특정인 몇몇에 의해 관리되며 선거민의 의중을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 권력자의 줄을 잡거나 대규모 자금을 들인 조직의 힘이 없으면 지방의원, 국회의원, 단체장이 될 수 없는 구조다.
반복되고 있는 여야 정치인들의 실언·나태·무능력·비위·범죄 등은 줄과 조직만 강조되는 우리나라 정당의 폐해를 배경으로 하고 있다. 비민주적인 정당이 민주주의를 실현할 수는 없다.
/chadol@kwangju.co.kr
70여 년이 지난 뒤 우리나라의 정당은 여전히 명망가 정당에 머물고 있다. 여당은 대통령, 야당은 당 대표의 의중이 당 운영을 지나치게 좌우하고, 비정상적인 강성 지지층들이 이들을 뒷받침하고 있다. 정당의 근간인 권리 당원들은 지역 내 특정인 몇몇에 의해 관리되며 선거민의 의중을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 권력자의 줄을 잡거나 대규모 자금을 들인 조직의 힘이 없으면 지방의원, 국회의원, 단체장이 될 수 없는 구조다.
반복되고 있는 여야 정치인들의 실언·나태·무능력·비위·범죄 등은 줄과 조직만 강조되는 우리나라 정당의 폐해를 배경으로 하고 있다. 비민주적인 정당이 민주주의를 실현할 수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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